목소리가 예쁘고 또랑또랑한 앵무새 간호사는
할머니와 나에게 종이를 줬다.
에이포 용지 사이즈의 종이엔
두꺼운 사인펜으로 몇 층의 어디를 가고
그다음은 또 어디를 가야 하는지
표시되어 있었다.
원무과를 시작으로
3층 원내 약국
4층 외래 항암약물치료센터
5층 코디네이터 등등
암환자가 된 할머니,
아니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할머니를
다른 사람과 구분하는 건
3으로 시작하는 일곱 자리 환자등록번호였다.
병원은 내게 신도림역이었다.
외출할 때 자주 스쳐 지나갔지만
익숙지 않았다.
낯선 곳. 사람 많은 곳.
화살표도 많고 안내표지판은 많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가 핑핑 돌았다.
어디로 가야 더 빠르게,
그래서 할머니의 걸음수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지 애를 썼다.
할머니보다 먼저 걸어가 확인하고
제대로 왔다고 확신하면 오라고 손짓했다.
할머닌 이 모습이 산책 나간 강아지 같다고 했다.
병원 안내문을 구겨질 정도로 꼭 붙잡고
병원을 헤매고 또 헤맸다.
6시간의 주사를 모두 맞고 집으로 돌아갈 땐
낮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했다.
셔틀버스가 빠진 주차장은 널찍하고
선선한 바람이 회전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미션 스쿨답게
건물 구석구석 기독교적 건축물이 있는데
출입문 앞에 있던 웅장한
어떤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명: 노아의 방주
구겨진 안내문 나침반을 들고
하루 종일 병원을 표류하던 나.
그리고 육신의 병으로 마음까지 지친 우리 할머니.
우리는 저 방주에 탈 수 있을까
아니,
저 방주는 우리를 태워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