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피곤한 하루다.
아니, 애초에 내 삶 자체가 처음부터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항상 일터에서만 한다.
집에선 아무 생각도 없다.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시간을 하릴 없이 보낸다.
이모티콘도 안 하고 글도 쓰지 않는다.
모든 것에 정지 버튼을 누른 채
오직 시간만이 흘러간다.
밥을 먹고 씻고 청소하고
이런 소일 거리만 하는 삶.
한심하고 무가치한 일에
중심을 두고 빙빙 도는 삶.
난 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
모눈 종이를 따라 칸을 채워서 글을 써봤다.
한 장을 겨우 채우고 나서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편하게 글을 썼다.
난 선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다.
나의 가치. 존재 의미.
다시 한 번 되묻는다.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증명할 순 있을까?
명제 자체가 거짓이라면,
거짓인 명제를 어떻게 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
정말 어렵다.
나도 내가 얼마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일.
일에 지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월급날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그것이 오직 내가 기다리는,
내가 고대하는 날이다.
돈이 전부이기에 다른 일은
안중에 없는 거겠지.
나는 속물이 되었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다.
내 낭만은 녹이 슬고
쇠락하고
그대로 박제되어버린 조각이 된 것이다.
나의, 내 시간은 의미가 없다.
나의 낭만적 기질과
나약한 육체
심약한 마음.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남들 못지 않게, 아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남들의 절반 정도를
살 수 있나 보다.
아니, 절반도 아니다.
나는 반의 반의 사람이다.
그래, 나는 반의 반 사람이다.
나는 원래…
내 부모나 나의 성장환경을 굽어 살피건대
나의 존재는 태생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래, 인정하자.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나는 뛰어나지 않다.
나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다.
나는 그저 볼품없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남들처럼 살려고 한다.
아등바등.
가랑이 찢어질 정도로.
황새가 되고 싶은 뱁새처럼.
사람이 되고 싶은 짐승처럼.
고양이를 돌보며
남들처럼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거겠지.
끊임없이 증명과 증빙을 요구하는 삶.
가증하고 미련한 것.
가면뒤에 숨어서
착한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리고 능력 있는 척.
남들과 다름 없으면서도 특출난 척
가식스럽다.
바보. 멍청이.
유유이 살면 될 거라는 착각.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나를 투신하지 못하면서도
어쨌거나 될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
나는 달라.
나는 다를 것이라는 교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멍한 느낌.
진짜 나와 가짜 나.
만든 나와 만들어진 나.
그리고 본연의 나.
어디가,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괴리감.
괴리감.
되고 싶은 나와 진짜 나의 괴리감
간극.
간격.
그 간격은 영원이 평행선을 이루는 걸까?
증명될 수 있는 것일까?
교차점.
점이 될 순 없는 걸가.
피곤한 삶
지루한 나날.
나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