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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냥 Dec 05. 2019

요리의 즐거움

빠른 것, 편리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고 남은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요리에 대한 소중함 자체를 모르고 살았는데 자취하고나서 요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먹는 것을 만드는 것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조리기구가 한정된 8평 방엔 전자레인지와 라면 포트가 전부다. 가스레인지 조차 없지만 나름 알차게 해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묵탕, 달걀프라이, 떡볶이, 우동, 국수, 유부초밥, 라면 등등 먹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고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몰입감과 기대감이 좋다. 하나의 결과물을 향해, 준비하는 시간. 음식을 만들고 자주 손을 씻기 때문에 스마트폰과도 짧은 이별. 안녕. 그렇게 10분, 20분, 30분을 하나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내가 만든 음식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좋아하는 방송을 보면서 냠냠. 맛이 애매하다 싶으면 라면수프나 맛소금이나 김가루로 보충도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고 남들 평가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나를 위한 오롯한 준비이자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브래지어 벗어던지고, 목 늘어진 티셔츠와 츄리닝 바지. 제일 편안 옷을 입고 맛은 조금 부족하지만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 일상에서 내가 사라질 것 같은 무한의 압박을 견디고 나온 나에게 건네는 위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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