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한 걸음 물러나고 겨울이 한 걸음 다가와 찬 바람이 온몸 사이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때가 왔다. 두툼한 패딩을 입고 길을 걷는데 가로수로 심어놓은 은행나무가 보인다.
먼저 보낸 은행들을 내려다보는 잎들이 가득히 달려있다. 그러다가 세찬 바람 휘우우웅 소리 내자 은행잎도 은행 따라 우수수 떨어진다.
톡 하고 떨어져 지나가는 어느 사람의 발걸음에 탁하고 터지는 은행과 달리 은행잎은 조용하다. 하늘하늘 이쪽면 저쪽면 바람 따라 너울거리기를 수차례.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 위를 다른 은행잎 하나가 포개고 또 다른 은행잎 하나가 포갠다.
샛노란 은행잎, 색 바랜 은행잎, 아직은 푸른 기가 살아있는 은행잎 모양만큼 색도 다른 은행잎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