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도피하는 글쓰기 5 (feat. 해명문)
어젯밤 브런치에서 글을 읽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작가가 불쾌하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뜨끔했다. 바로 나니까.
대댓글을 다는 건 30초도 안 걸리는 작은 일이다. 그런데 난 그 일이 너무 무섭고 힘들다. 카페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접속해 글을 보는 일이 있어도 직접 쓰거나 댓글을 달지 않는다. 설령 쓰는 한이 있어도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삭제해버린다. 내 손을 떠난 기록은 언젠가 내게 비수가 될 것 같다. 언젠간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순간에. 그렇다고 되게 거창한 글을 쓰는 것도, 영향력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하나, 소통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댓글에 반응할 수 없는 건 한 번 대댓글을 달기 시작하면 다 달아야 할 것 같아서다. 중간이 없는 난, 한번 시작하면 시도 때도 없이 브런치 사이트에 접속해서 대댓글에 댓글을 달아주지 않을까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거다. 그러다가 댓글 하나에 연연하는 나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껴 그동안의 SNS 계정처럼, 계정 자체를 없애버릴 거고. 덧붙여 글을 쓴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난 2019년 4월 1일에 작가로 선정되고 브런치를 방치했다. 같은 이유에서다.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닌 척 하지만 엄청 눈치 보고 과거 일을 곱씹으며 경우의 수를 나열하는 스타일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한 사람에게 목을 매고, 그런 스스로가 싫어 먼저 관계를 끊어 버린다. 너무 몰입하다가 중간 지점을 찾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의외로 괜찮다. 내 바운더리에서, 내 템포로, 내 분위기의 글을 쓰는 거니까. 브런치에서 글 쓰는 걸 이미지화하면, 난 내 방에서 혼자 종이접기를 하고 있는 거다. 누군가 방을 열고 살짝 들어오면 고개를 돌려 확인한다. 통계나 라이킷을 보는 거다. 그리고 다시 종이 접기에 삼매경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조회수가 뜨지 않으니까. 블로그나 커뮤니티보다 폐쇄적인 느낌이 오히려 편안한 것 같다. 무엇보다 글의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난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 일이나 힘들었던 일을 툭툭 내뱉으면서 과거와 감정을 분리하려고 노력 중이다. 몇몇 글은 쓰고 나면 펑펑 운다. 감정이 주체가 안돼 엉엉 소리 내서 울 때도 있다.
지금은 인생의 터닝포인트 지점에서 심기일전하고 쓰고 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지난 글에 댓글이 몇 개 달리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지 며칠을 고민하다 대댓글을 포기했다. 그렇게 잊고 있었다가 반응하지 않는 작가는 불쾌하단 말에 찔렸다. 내 바운더리까지 찾아온 사람을 홀대한다고 오해받긴 싫다. 이해를 구하고자, 매를 들기도 전에 엉덩이를 까발리는 아이처럼 나름의 해명문을 작성한다.
다른 사람을 깔보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찔려서 쓰는 해명문이다.
그냥, 이 브런치 주인은 참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현재 기준 오늘의 글쓰기 목표치에서 약 5장이 남았다.
어제보다 한 페이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