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아니고요"가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전화기 너머에서 배운 공감의 온도

by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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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돌아와 앉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OO이 담임 교사입니다. 다음 주에 상담 가능하신가요?"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의 문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17년 차 교사다. 매일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잘 안다.

학교에서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숙제를 안 해 왔다고? 전화 안 한다.

수업 시간에 조금 딴짓했다고? 전화 한다.

친구와 조금 다투었다고? 전화 안 한다.


정말 심각한 일이 있거나, 꼭 필요한 상담이 있을 때만 전화를 건다. 그게 학교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연락하셨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평소 착하고 조용한 편인데...혹시 친구들과 문제가 있었나? 아니면 선생님에게 버릇없이 굴었나?'


17년 동안 수많은 학부모와 통화하면서 "별일 아닙니다"라고 말해왔지만, 막상 내 아이 일이 되니 모든 게 심각해 보였다.


특히 중학생이다 보니 더 불안했다. 누구도 못 말린다는 그 유명한 중학생 아닌가.



떨리는 마음으로 답신했다.

"네 시간 괜찮습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요?"


잠시 후 울린 휴대전화 메시지

"아. 별일 아니고요. 상담 주간 신청을 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맞다. 내가 상담 주간 신청을 했었지.

지난주에 가정통신문을 보고 신청해 두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고 그 짧은 순간, 나는 그동안 내가 통화했던 수많은 학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나는 매일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아니에요"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막상 내가 전화를 받는 처지가 되니, 그 "별일 아닌 일"도 이렇게 불안할 줄 몰랐다.


평소 "요즘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예민할까?" 싶었던 마음도 한편 이해가 됐다. 자기 아이 일이 되면 모든 게 크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내일도 누군가의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야 한다. 전화기 너머 그분도 오늘의 나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욱 따뜻하게 말할 것이다 .

"안녕하세요, 별일 아니고요..."



사진:사진: UnsplashKelli McClin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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