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지원 없는 관계 강화 워크숍
내돈내산 회식을 아시나요
"오늘 체육대회 고생 많았어요! 회식이 있으니 모두 참석해 주세요."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뛰어다닌 후, 상조회 회장님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이어진 말.
"삼겹살집에서 일 인당 3만 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잠깐, 회식비를 왜 각자 내지?
혹시 '내돈내산 회식'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국어사전에서는 회식을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회식이란, "업무적으로 얽힌 사람끼리 퇴근 후에도 모여서 먹는 밥 또는 술자리"죠.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절대 '회식'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직장 동료들과 업무의 일환으로 하는 회식을 '내돈내산'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회사 복지가 더 최악인지' 댓글로 대결하는 글이었는데요. 글쓴이는 분노에 차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 회사 탕비실에서는 커피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기록을 합니다. 누가 커피 몇 잔, 종이컵 몇 개를 썼는지 일일이 체크해요. 이런 회사가 또 있나요?"
그러자 밑으로 댓글이 쭈욱 달렸습니다.
"말도 안 된다", "너무 심하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때 홀연히 등장한 한 줄의 댓글.
"그래도 커피를 사주긴 하네요. 저희는 커피도 내돈내산입니다"
-직업: 교사
순간 댓글 창이 조용해졌습니다.
게임 오버...
그렇습니다. 학교는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복지인 "믹스커피" 한 봉지조차 마저 내돈내산하는 곳입니다.
그것뿐인가요. 저는 다행히(?)도 정수기가 있는 곳에 근무했으나, 물마저 사서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신규 교사 김새롬 선생님은 처음 이 문화(?)를 접하고 당황했습니다.
"선배님들, 그런데 회식인데 왜 각자 돈을 내나요?"
"새롬 선생님, 처음이라 당황스럽지? 그런데 학교에서는 전부 내돈내산이야"
"그럼 교무실 간식은요?"
"내 돈"
"커피는요?"
"응 내돈내산"
"그럼..여기서 저희가 직장인으로서 공짜로 쓸 수 있는 건 뭐예요?"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음....전기?"
그 순간 울리는 메신저
"이번 달 전기료가 많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학생들 하교 후에는 학교 내 모든 에어컨은 끄도록 하겠습니다"
"새롬아 환영해, 내돈내산의 세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내돈내산 회식을 합니다.
왜냐하면 함께 힘든 하루를 버텨낸 동료들과 나누는 한 끼가, 비록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라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제목 사진 출처: 사진: Unsplash의Fabian Bl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