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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May 01. 2020

6. 머리로 아는만큼 감당하기는 쉽지않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얼굴에 이게 뭐지?"


얼굴광대라인을 따라서 붉은 반점들이 올라와 언뜻 술 많이 먹고 취한 사람 같다. 아침에 일어나 씻기 위해 세면대에 섰던 나는 내 얼굴상태를 보고 놀랬다. 뭘 잘못 먹었나? 알레르기처럼 올라온 것 같은데 따갑고 화끈화끈한 열기가 있었다. 분명 전날 저녁 자기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없던 것들이 내 얼굴에 빨갛게 올라와서 내 눈과 피부의 느낌을 괴롭혔다. 뭐 한것도 없는데... 순간 나는 짜증이 밀려왔다. 내가 전날 어디 바닷가에 가서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쬐고 있던 것도 아니고 썬크림에 비비까지 꽉꽉 채워 바르고 그저 밥먹고 커피숍갔다가 공원 조금 걸었을 뿐인데. 아 그리고 저녁으로 삼합을 먹었다. 내가 전날 먹은 것들을 밖으로 토해내듯이 되새기며 나도 모르겠는 나의 행동을 반성해야만 했다. 따끔거리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씻고 나와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 나는 이걸 '살기위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작년 3월 쯤, 아니 사실 어깨뒤 날개 쪽(전문용어로 뭐라고하던데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에 통증이 느껴진거 재작년 겨울이었다. 클라이밍을 열심히 하던때라 상체근육을 많이 써서 뭉쳤나보다 정도로 치부했다. 그리고 사실, 내가 매일매일 미친듯이 운동을 하지는 않았기에 그런가보다했다. 그런데 욱씬하던 등날개쪽의 통증은 어깨와 팔뒤꿈치(엘보우)로 퍼지고 양팔이 욱씬거리는 통증이 커지면서 나 스스로도 이상함을 진지하게 감지했다. 이곳 저곳 병원들을 다니며 내게 내려진 병명은 '근근막통증증후군'. 난생 처음 듣는 병명에 어안이 벙벙했고 치료방법은 통증점주사, 체외충격파, 도수치료 등등 다양하게 받았고 내가 하던 운동을 쉬라는 말과 함께 나의 근육도 빠지며 전체적으로 활동적이지 못하게 되는 상태가 되었다. 그거 아나? 그들이 내게 처방해준 소염진통제,근육이완제와 더불어 우울증약도 있었다는걸...... 근육이 아프다보니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도 자존감도 떨어지면서 우울증도 함께 오기때문에. 물론 통증관련한 성분이 우울증약에도 있다고했지만 어쨌든 '우울증'약 처방은 내게 충격이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우울증약은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그와 더불어 통증약들은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6개월가까이 치료와 약을 먹으며 노력했다. 그런데 결국 지금 나의 상태는 완전한 회복은 못했다. 급성에서 만성으로 넘어간 것 같고 아마 치료를 길게 봐야 할 것 같다. 작년부터 포기한 내 몸의 탄탄한 근육은 여전히 방을 비우고 가출상태이다. 내가 이런 상태가 되면 하나 부탁하고 간절히 바란거는 '그래, 오른쪽 팔은 왼쪽보다 괜찮으니 여기서 멈춰라.' 였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오른쪽도 왼쪽같은 증상이 생겼고 결국, 상체는 다 비슷해졌다.  등날개의 통증은 철봉에 매달려서 당길때 가장 크게 나타나서 아예 그런 운동은 못하고 있다. 나 스스로 '느낌오네' 라고 하는 게 생기다보니 조심하게 된다. 


  그래도 연골연화증 정도로 잘 버티고 있는 내 다리가 최근 5일 사이 당김과 뻑뻑함, 저림, 시큰. 아주 복합적으로 통증이 양쪽다생겼다. 그저 집근처 동산 걸어다닌 정도밖에 운동을 안했는데 하체마저 이러니 정말 짜증이 폭발직전이다. 내일은 병원에 다시 가야할 것 같지만 좋은생각으로 긍정적으로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또 그런 내용의 희망적인 정신수양책들을 읽으며 정신적수양과 평화를 찾으려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나는 '군자'는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또 짜증나고 현실이 싫고 괜히 분노가 치민다. 


 이런게 참 '머리로는 아는데... 감당해야하고 내 현실에 맞게 극복하려고 강한정신을 무장해야 하는 걸 아는데... 왜 남들은 멀쩡한데 나한테 이런지... 하다못해 술처먹고 몸 막굴리는 사람들도 멀쩡한데 왜 나한테. 왜 나만 이런 건지'  이런 생각이 든다. 얼굴에 알러지인지 뭔지 따가운 상태도 거슬리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거지?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나아지는건데? 알려주면 안될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고 난 얼마나 행복한지 꼭 이렇게 억지로 그런 상황에 꿰어맞춰야 내 상황을 인정할 수 있는 걸까?


그냥 평범하게 건강히 살고 싶은데......



 걷고, 얘기하고, 웃고

 그 소소한 것들이 다들 나처럼 하나씩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불구하고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남들한테는 티내지 않고 살고 있는걸까?


 다른이들은 그 자신만의 아픔들을 다들 참아내고 잘 숨기면서도 행복해보이는게 된다면

 나는 얼마나 어떤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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