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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Jan 07. 2021

이 시국에 소개팅을 했다

어디로 격리된 것 일까? 나의 연애세포...

"소개팅"


내가 연애란걸 한게 언제더라.....?? 

마지막 연애다운 연애가 1년 사귄 2살연상 그녀였으니 그 후로는 그런 연애라 할만 한 것은 없이 지냈으니 7년은 된 것 같다. 7년? 내가? 정말? 와 실화냐? 내가 뭐가 모자라서? 그러면 나는 왜 연애를 안하는건가? 아니 못하는걸까?


어느새 결혼을 안한 친구들은 3명밖에 남지않았고 각자의 생활이 있다보니 그저 숫자에 지나지않는다. 사실, 늘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하지만 난 외롭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 외로웠던 나는 더 외로워졌다. 남들에게는 일에 바빠서 연애을 못하냐는 소리를 듣지만 난 솔직히 말한다.


"여자가 없어.님이 있어야 뽕도 따지."

그래 없다고 이것들아. 그러니까 왜 연애안하냐고 그만 물어봐!

막상 그렇다고 소개팅을 해줄 것도 아니고...사람 구차해지게 말이지.


그래서 내가 스스로 찾기로 했다. '당신에게 설레임을 가져다드릴께요.' 그런 소개팅어플광고를 매일 본다. 참 다양한 어플광고를 보면서 내 돈들여 내가 인연을 찾기로 한 것이다.


어플은 뭐 별거 없었다. 프로필작성하고 기다린다. 기다리면 매일매일 여성을 소개해준다. 그래... 이 분을 만나보자. 돈을 써야한다. 그래 남자가 죄지. 돈을 쓴다. 그래서 또 기다린다. 소식이 없다.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뭐야 이거 사기야? 다 유령아냐?

그렇게 어플삭제의 분노가 스물스물 올라올때 쯤 한 여자가 눈이 띄었다. 어차피 들인 돈 더 들여보자.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고 보냈다. 또 기다렸다.


그런데 3일 후에 대화창이 열렸다는 알림이 왔다. 오오 됐다!


그렇게 A양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밝은 미소에 나와 4살차이.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서 만나기로 했다. 

만남. 그것도 '낯선만남'.


설레임과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코로나시국에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는 내가 잘하는 짓인가? 외로운 걸 어떡해? 그래 조심하면 되겠지.


A양인 산다는 곳의 근처의 레스토랑을 찾고 9시까지 식당영업을 하니 5시반에 보기로했다.

이상하게 날씨가 추웠는데 따뜻했다. 이런 느낌이 설레임인가.


낯선 이성을 만난다는게 너무나도 오랜만이다. 2020년에 친한형의 성화로 2대2로 만난 적이 있는데 그것빼고는 2020년에는 낯선이성과의 만남은 없었다. 술자리 자체를 안갔으니까.....


5시반에 식당에 도착하고 자리를 안내받고 앉아서 그녀를 기다렸다. 보통 여자들은 10분은 늦으니까 조금 기다리면 되겠지. 어? 전화가 왔다.


"아 저 도착했는데 안에 계신가요?"

"아 네에. 안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거기 앞에서 QR코드 찍으시고요."


그녀가 왔다. 고개를 돌려 돌아볼까? 말까?

괜시리 긴장이 된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큰키에 치마를 입은 마스크를 쓴 A양이 인사한다.

느낌이 좋다.


그녀를 만난 나는 어색했다.


"아... 추우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겉옷을 벗고 있는 그녀에게 난 갑자기 자기소개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실물이 더 나으신데요?"

"하하... 네 감사합니다. A씨도 실물이 더 나으신데요?"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럼 우리 서로 주고 받은 거죠? 하하하"


뭐냐...나 이말은 왜했더라. 잠깐 그녀의 얼굴표정이 굉장히 신경쓰였다.


"아...뭐 드시겠어요?" (메뉴판을 건냈다)

"저는..."

"아 제가 블로그를 좀 보니까 파스타에 3000원만 추가하면 코스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가성비가 더 좋다고, 그냥 의견일뿐입니다. 편안하게 드시고 싶은걸로 고르세요."


레스토랑 스테이크가 4만원대여서 18000원짜리 파스타를 권유한건 아니었다. 정말이었다. 블로그추천이라....그냥 뭐 그랬다..는 거지...


"그럼 저도 그렇게 할께요!"


또 그녀의 얼굴표정이 신경쓰였다. 스테이크 못먹게 한 사람처럼 보인건 아니겠지? 

솔직히 첫만남에 4만원짜리 스테이크는 과하다고 생각했다. 식사비용이 내가 낼건데 5만원 안짝에서 끝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진짜로 맛집블로거들의 의견도 참고를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신경은 쓰였다. 짠돌이로 보일까봐....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포용력있는 남자야. 속좁은 남자는 별로더라고요."


왜 저말이 신경쓰이지? 메뉴랑은 다른 얘기일꺼야.... 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아...저는 이상형은 따로 없어요. 나이가 있다보니까."

"그러면 싫어하는 여자는요?"

"음...담배피는 여자요. 제가 담배냄새를 싫어해서요."


다행히 그녀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뭐 적어도 나랑있을때는 그랬으니까....


"이 어플로 다른남자 만나신적있어요?"

"전에 은행원 한분 만났는데 30분만에 헤어졌어요."

"왜요?"

"홍대쪽에서 봤는데 지나가는 젊은여성들의 옷차림에 대해서 저러면 안되지 라면서 얘기하더라고요."

"꼰대스타일이네요."

"네, 그래서 나랑은 얘기가 안통하겠구나 해서 헤어졌죠."


다행히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안심이 되었다.


"어! 눈이 와요!"

"네?"

"저기 가로등 밑에 눈발날리는거!"

"......어? 진짜네요?"


눈이 온다. 그것도 미친듯이.

오늘 눈이 온다고는 했지만 저렇게 오는건 미친거 아닌가? 쩝.


"저 우산있어요!"

"네? 우산을 갖고 다니세요?"


아차.....그녀가 여성스런운 남자도 별로라고 했다. 우산이 보라색이었다.


"네....넣고 다니긴 한데 좀 여성스러워요."

"있으면 다행이죠. 우와 준비성."


눈발이 날림과 동시에 우리는 나갈 준비를 했다. 7시였다.

은행원과 30~40분 만나고 헤여졌다니 나는 90분. 뭐 그 남자보다는 괜찮았나보다. 


우리는 눈보다 속을 헤치고 근방이라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우산이 없었고 나는 매너를 지키려했기에..... 미친듯이 내리는 눈 덕분에(?) 우리는 작은 우산하나로 걸어갔다. 찬바람에 그녀는 추워보였다.


"춥죠?"

"아니요 괜찮아요!"


안춥긴, 덜덜 떠는게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고 걸어가다 이건 아닌가 싶은 마음에 내렸다.


"우리 말 편하게 할까?"

"그래!"

"크크 그래."


말을 놓고 눈보라 속을 걸었다.

10분거리라던 그녀의 집은 20분이 걸렸다.

나를 배려해서 10분거리라고 했던것 같다. 응? 뭐 어쨌든.


추위에 지친 그녀에게 물었다.


"집 근처에 편의점 있어?"

"응 근처에 있어."

"그러면 내가 거기서 따뜻한거 사줄께. 그거 가지고 들어가."


편의점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사서 계산하려 하자


"내가 할께."

"아냐. 이것까지 내가 할께. 얼마안해."

"그러면 다음에는 내가 맛있는거 살께."


다음이라... 다음을 기약해도 되는 걸까? 잘모르겠다 여자의 마음을.

그리고 집앞까지 데려다주려하자 미친눈보라에도 그녀는 근처라며 내게 가라고했다.

첫만남에 집까지 알려주는 건 부담스러운가보지.

이해하는 나도 돌아섰다.


그렇게 헤어진 그녀와 나는 가능성이있는걸까?

코로나19로 낯선이성을 만나는게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시간을 투자했는데 과연 다음이 생길까?


다음날 그녀에게 먼저 톡을 했다.

뭐랄까..... 톡은 성의있지만 답은 굉장히 늦게 왔다.


그녀와 내가 다음이 있다면

다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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