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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Jan 03. 2021

집밖보다 위험한 집콕

몸이 근질근질하다

 

 요즘 멍할때가 많다. 멍하니 벽을 보거나 멍하니 명상을 하거나...

아... 멍하니까 명상을 잘되더라. 왜 멍할까? 집에만 있는데... 뭐랄까 이상하게 벽을 보고 있으면 그 벽을 너머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듯 하다. 아, 바다가 아니라 눈 덮힌 설산인가. 눈 덮인 설산? 춥겠지? 그래 많이 추울꺼야. 


혼자 공상에 빠져서 주절주절된다. 그런거있지않아? 세계가 멸망하고 나 혼자 살아남은거야. '나는 전설이다'의 윌스미스처럼말이지. 난 혼자 살아남아서 벽과 얘기하고 집에 있는 AI와 끝말잇기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며 시간을 축내는거지. 뭔가 새로운 걸 원하는 데 환경의 제약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집안에서만 할 것을 찾다보니까 바보상자만 보거나 넷플릭스만 보거나 멍때리는 거지. 밥먹는 것도 귀찮아. 그냥 멍때리는 거야.



 최후의 생존자인 나는 집안에서 투쟁중이야. 집밖에 나가면 위험한 코로나19가 득실득실거리니까.

오늘도 휴대폰에는 '긴급재난문자'가 와. 확진자발생12명, 확진자발생19명... 어느새 코로나확진자가 6만명을 넘었더라고.


 '카톡'


 친구의 카톡이야. 밥이나 먹자. 밥? 몇명이서? 5명?

야, 5명이명 집합금지니까 안되지.

그럼 4명?

이 집합금지의 취지가 왠만하면 모이지말자는거니까 단계가 떨어지면 보자. 그냥 밥먹는게 뭐 대수냐.

맞아. 밥먹는게 뭐 대수야?

그런데 왜 이 밥먹는 것조차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거야?


뉴스보니까 20대 영업주가 몰래 클럽파티를 열어서 자가격리자가 낀 70명이 술먹고 밤새 놀았대드라. 우와. 술먹고 모여서 놀아? 나는 집콕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데?


"화가난다"


야...이 ㅆ.ㅇ.

아니다. 됐다. 그래 나라도 잘하면 되지뭐.


 2020년에 집콕을 많이 하면서 내 휴대폰을 굉장히 조용해졌다. 불러도 안나오는 녀석. 보자고 잘 하지 않고 비싼척 하는 녀석. 난 그런 차가운 녀석이 되어버렸다. 정부지침을 잘 지켜야 코로나19의 힘든 상황을 벗어날것 아냐? 황운하의원은 5명이 모여서 밥을 먹었어? 와.....정치인이? 나보고 먹지 말라며?


요새 휴대폰을 보면 감정의 기복이 엄청 심해진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채워지지않는 기분...


나만 그런걸까? 나만 스스로를 옭아메고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코로나블루"


2021년의 1월, 새해의 설렘보다는 뉴스를 보며 짜증이 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할 수 있는 최선은 '멍때리기'인지도 모른다.

현실의 화나는 상황들을 잊고 그저 집에만 박혀있는 나의 답답함을 잊고 인어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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