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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Jan 10. 2021

이 시국의 소개팅 결말

어플만남으로 결혼? 대체 누가 하는 걸까?

 먼저 글을 통해 '소개팅어플'을 통해 이성을 만난 경험을 적었다. 눈이 오던 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A양과 만났고 대화도 자연스러웠으며 그녀 또한 즐거웠다고 했던 그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이 글은 그 뒤의 이야기다.


"우리 말 놓을까?"


"그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눈이 미친듯이 오던 강추위가 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나와 그녀는 작은 우산 하나를 같이쓰며 그녀의 집까지 걸어갔다. 10분이라던 거리는 20분이 넘게 걸렸고 중간중간 넘어질 것 같은 그녀를 감싸주며 추운날씨 속에도 함께 얘기하며 걸었다. 편의점에 들렸고 추위에 떨었을 그녀를 걱정하며 따뜻한 음료를 건냈고 그녀는 집앞까지는 부담스러웠는지 거기서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와 레스토랑에서 대화를 할때 아재개그를 하고 싶지만 분위기를 망칠까싶어서 참던 내게


"어! 저 그런개그 좋아해요. 해주세요! "

"괜히 했다가 아재될까봐서요."

"좋아해요 ㅎㅎ 다음에도 해주세요."


분명 밝게 내 눈을 바라보고 얘기했다. 재밌어요. 좋아요. 

특히 '다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말했다.


"다음에 만날때 가요."

"다음번에는 거기"


카페를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나는 합정,상수라인의 예쁜카페를 얘기했다. 공감대가 생긴 그녀가 합정에 예쁜카페가 있다고 말했다. 


"거기가 어디에요?"

"음. 다음에 기회되면 같이가요."


저 '기회'라는 단어를 내가 신경쓰지않았던거였나?

그녀와의 1시간30분동안의 대화와 만나기전 3일간의 카톡창을 되새겨보았다.

내가 먼저 내돈들여서 그녀에게 대화를 걸었고 이틀정도 후에 응답이 왔다.

어플의 특성상 대화방도 돈을 주고 열어야했기에 나는 혹시 돈을 날릴수도 있지만 속는셈치고 투자했다.

그렇게 밝은미소가 매력적이던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얘기를 하던 당일, 나는 카톡아이디를 원했으며 그녀는 흔쾐히 내주었다.


어플채팅창에서 카카오톡으로 넘어와 대화를 이어간 우리는 


"언제 시간되세요?"

"오늘도 되는데..."


급진적이었다. 물어본내게 오늘도 된다는 그녀. 여자가 너무 적극적이면 의심이 생기는 나로서는 한발짝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3일뒤에 보기로 했던 것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업체인가?


소개팅어플후기를 보면 "유령이에요." "사기다" 하는 글들이 많다

실제 과장광고 및 허구정보로 광고마케팅을 하는 어플운영업체들이 많다.

내가 실제로 느꼈으니까. 그녀를 만나기 전 그렇게 내 돈 먹고 먹튀한 유령유저들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진짜 사람이었고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이상한 업체사람도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잘웃는 유쾌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난 '다음'이 있을 것 같았다.


'설렘'을 느끼기에는 힘든 30대지만

또한 '설렘'이 살아있음을 기대하는 30대이기에


그녀와의 이 만남이

2021년을 기분좋게 시작하게 해줄 좋은 신호로 믿으려 했다.


"카카오톡 읽씹"


'읽씹'

읽었지만 씹었다는... 흔히 내용은 받아놓고 대답은 하지않는 굉장히 짜증나는 경우이다.

만남이후 전처럼 내가 먼저 보낸 메시지에 답장은 하지만 드문드문 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만큼 톡이 왔다.

세상에서 제일 믿지 않는 얘기가

"바빠서 연락을 못했어"


라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화장실 갈 시간에 핸드폰 들고 가지 않니? 게임 할 시간에 메시지 보낼 생각이 안들었어? 핸드폰이 무음이라 몰랐어. 뭐 등등등.  흔한 연인간의 싸움거리 1위일 것이다.


나 역시도 말도 안되는 핑계라 생각하고.


그녀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했고

"다음주에는 시간이 언제돼?"라는 내 물음에 

"오늘 늦게까지 근무할거 같아용" 이라는 생뚱맞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았을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아니...

사실은 느끼고 있었다.

짬이라는게있지. 그동안 만나온 이성경험이 있는데....

그래 사실 바로 눈치챘다. 


'바이바이'구나.


역시나 결말은 '읽씹'으로 끝났다.


그런데 나는 참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놓고 상대가 싫든좋은 마무리는 깔끔해야 하는거 아닌가?

왜 사람에게 이상한 기대를 주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게 했던걸까?


그녀에게 산 저녁값 43000원이 너무나 아깝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낀다.

이놈의 소개팅어플. 삭제하자.....


올해도 연애는 포기.


휴대폰 액정 속 소개팅어플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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