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쩜사오 Dec 14. 2021

상처받기 싫었던 이별통보 (2)

여전히 내 입술에 남아있는 너의 온기

 어쩌면 내가 했던 냉정한 말보다 더 차가운 바람사이로

너와 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었지.


내가 앞장서고 너가 따라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사이를 걸어가다 잘따라오고있나 뒤를 돌아보면

너는 아래만 보면서 나를 따라오고있었어. 

너의 무거운 발걸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 걸음은 가벼웠던것같아.

말했으니까. 헤어지자는 말을 했으니 나는 마음의 짐을 내려놨었던것같아.

근데 그걸 몰랐던거지.

그 무거운 짐은 너한테 안겨줬다는걸.


버스정류장은 중앙에 있잖아.

중앙에 있다보니 버스전용차로가 생겼고 서울시장이었던 모대통령이 이건 참 잘만든것같다고 칭찬했었는데,

그날따라 차가운 바람과 차들의 바람을 양쪽에서 맞고있다보니 칭찬했던 나를 후회하게하더라,


너와 난 여전히 조금의 간격을 두고 서있었고

나는 이 차가운 공기와 어색함이 어렵고 불편해서 버스전광판만 바라보았지.


너가 타고갈 버스는 그날따라 오질않았고 

그렇게 20분이 넘는 시간을 찬바람을 맞으면 조금떨어진 상태로 서있었지.


"오빠..."

"응?"

"나 추워"


어색한공기를 깨고 너가 내게 건넨 한마디.

나를 바라보는 너의 두눈이 헤어짐을 통보한 카페안의 너의 두눈처럼 깊고 맑았어.

나도 모르게 너를 안아주었고

그렇게 버스를 기다렸지.


'어? 왔다.'


너가 타고 갈 버스를 확인하고 널 봤는데

너는 버스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더라.


'혹시 못봤나?'


미안한마음을 갖고 있던 난

보채기싫어서 묵묵히 너를 안고 다음버스를 기다렸어.


'왔다!'


20분이 또 지나고 버스는 왔어.

그때 내 품에 안겨있던 너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더라.

나도 너의 시선을 느끼고 품안에 안겨있던 너를 바라보았지.


'쪽'


얼음장처럼 차갑던 내 입술에 따뜻한 너의 입술이 포개지며

시간이 멈춘것처럼 느껴졌어.


"오빠, 안녕."


버스를 탄 너가 떠나고 나는 너와 반대로 내 버스를 타러갔지.

내 버스는 금방 오더라고.

따뜻한 버스안에서 자리를 찾아 앉았지.


모든게 다 끝났어.

후련..할줄 았았어.

어려운 말을 했으니까.

쓸데없이 너와 나의 시간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결단'을 내렸을니까.


이게 더 나은 결말이야.

감정이 식었는데 붙잡고 있는건 시간낭비야.


그런데...

너가 가기전 한 말과 키스가 왜 이렇게 아팠을까?

왜 나는 눈물이 계속 흘렀을까?


헤어지자고 한건 난데

왜 너무 아프고 슬픈걸까?


내가 

내가 정말 잘한걸까?


너라는 좋은사람을 만나서 그저 내가 편하려고 헤어지자고 통보하고 도망쳐버린건 아닐까?

똑똑하고 올바른 현명한 결정을 하고 깔끔한 결말을 한게 아니고

그냥 비겁한거 아닐까?


비겁했던것 맞아.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아프거구나.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너라는 좋은사람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멍청한 놈이라서

도망쳤구나 나는.


헤어지면 후련할줄 알았는데

헤어짐을 고민하던 어제까지보다

더 아프고 슬프더라.

작가의 이전글 상처받기 싫었던 이별통보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