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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Dec 13. 2021

상처받기 싫었던 이별통보 (1)

여전히 내 입술에 남아있는 너의 온기

많이 추웠다. 아니 정말 추웠던 날씨로 기억한다.

내가 너와 헤어진 그날.

롱패딩으로 내 몸을 둘러싸고 모자를 눌러쓰고 두꺼운 털장갑을 손에 끼고도

따뜻한 실내로 뛰어가던 날씨였으니까.


저녁8시무렵이었나?

너와 만나기로 한 카페베네앞에서 혹시라도 먼저 오지는 않았나 안을 기웃기웃거렸다.

그런 내 등을 톡톡 치는 인기척.


"나 왔어..."

"어? 왔어?...들어가자."


벌써 남이 된것같은 어색한 기류로 카운터 앞에 나란히섰다.


"뭐 마실래?"

"커피."

"따뜻한 아메리카노 2잔이요."


먼저 자리를 잡으라는 내 말에 넌 자리를 잡고 앉았지.

그런 너의 뒷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이상하게 시리더라.

시렸나?...아팠나?...이제와 생각해보려니 조금은 헷갈리지만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것같아.

"..."

우리가 '귀신지나갔나?'라고 툭 장난삼아 얘기하는 그런 순간있잖아.

차가운공기를 느낄때.

너와 나는 사랑을 했고 서로를 느끼고 보고싶어했는데

그떄는 너무나도 둘사이가 멀게 느껴지더라.


"할말이 있는데..."

"뭔데?"


내가 어렵사리 꺼낸말에 너는 커피를 잡고 작게 물었지.


"우리...헤어지자."


정말 힘들게 아니 어렵게 난 꺼냈어. 헤어지자고.

너를 만나면서 좋았고 행복했는데

나도 모르겠는게 불안한거야.

이 행복이 정말 행복인건지

꿈을 꾸고 내 인생을 위해 뛸 시간에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안정된현실의 비명인지.

적어도 그때는 난 그렇게 , 그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었던것 같아.


"왜?"

"어?"

"응...왜 헤어져야하는데?"


너가 그렇게 물어볼줄 몰랐던 나는 당황했고

그런 내얼굴을 또렷하게 바라보던 너의 두눈은 맑고 깊어보였어.


그제서야 난 내가 가식적이었다는 걸 깨달았지.

솔직해지자. 사실 나 스스로가 이유를 잘알고있으면서.

나 스스로를 멋지게 포장하려 했는지.....


"마음이 식었어. 설레지 않아. 그래서그래."

"....."


내 얘기를 듣고 아무말없이 커피잔에 꽂혀있던 숟가락을 시계방향으로 휘젖는 너.

대답없이 한참동안 너는 그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괜히 목이탄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반이상마셨지.

원래 그렇게 다 마시지않는데.


"내가 잡으면, 오빠 잡힐꺼야?"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난 한번 아니면 끝인거라고."

"...그치?"


아마 너의 담담한 물음에 왠지 모르게, 미안함보다 슬펐어.

내가 너한테 헤어지자고 차갑게 얘기하는 이 상황이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말을 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슬프더라.


"다 마셨으면 나갈까?"


말없이 일어난 너는 먼저 카페문을 열고 나가 나를 기다렸어.

트레이를 반납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밖에 동동거리며 서있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내가 왜 이런짓을 하고 있는지 이게 얼마나 너에게 잔인한 행동인지를 반성하기보다

그저 할말다했으니 이제 잘 배웅해줘야겠다는 안도감이 들더라.


정말 나는...

너를 좋아했고 사랑했는데

사람이 마지막이 다가오니 이렇게 냉정해저더라.


"가자, 버정까지 데려다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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