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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Jul 05. 2021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된다면

1. 설마가 사람잡는다.

 평범한 하루였다. 오전7시반 클로버의 알람에 일어나 요가매트를 펼쳐 스트레칭을 하고 '오늘은 오른쪽 골반이 아프네' 투덜거리며 계란을 삶고 스트레칭은 뒤로하고 매트에 누워있는 시간 20분. 그게 나의 아침일과였다. 남들이 누구나 소소하게 생각하는 그런 아침. 3분알람소리에 맞춰 계란을 넣어둔 냄비의 불을 끄고 뜨거워진 계란을 찬물로 식히고 접시에 담아 둔다. 그리고 다시 매트에 스트레칭을 핑계로 눕는다. 그렇게 누워있다보면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생각을 안해야지하면 더 생각들이 밀려온다. 그래, 유튜브 명상쌤들도 그러잖아. 생각을 막으면 안된다고....생각을 생각 그자체로 흘러가게 해야한다고. 그래서 난 별의별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휘젓게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어느생각 하나에 집중하게 되었다. 질병,재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망치는 건 뭘까? 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건 정말 누구인가? 인간인가? 인간이란 지구를 망치려고 존재하는건가? 


 그러다보니 난 인간이 이 지구상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벤져스의 최강빌런 '타노스'가 그러지않았던가? 균형을 맞추기위해서 딱, 절반을 없애야 한다고. 어쩌면 그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 세상의 인간들 반이 없어져야한다. 그래야 우리는 온갖 안좋은일에서 벗어날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 인간의 반만 사라졌으면 좋겠다.

'딱 반만'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뭔상관이냐. 진짜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나나 잘살아야지.'

오늘도 난 백수신세다. 일이 없다. 37살의 나이에 일도 없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젊음이라....참 한심하다. 에휴. 나나 사라져야할 인간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


계란2개를 집어서 부딪힌다. 그러면 꼭 한쪽만 깨진다. 신기하게......

여기서 난 인생의 진리를 하나 억지로 만들어본다. 

 '겉은 똑같을지모르나 밀도가 달라서 한쪽만 깨지는 계란처럼, 우리 인간도 겉으로는 비슷하게 생겼으나 안은 다르다. 그래 나는 깨뜨리는 인간이 되어야한다.'

혼자서 괜히 멋있는 말을 만들어본다. 


'촤아.....'


설거지를 하기위해 물을 틀다가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음악이나 들어야...아니다. 헤이 클로바. 오늘의 뉴스 틀어줘."


"오늘의 뉴스를 재생합니다."


클로바의 뉴스를 배경음악삼아 설거지에 빠져든다. 거품이 많이 나야 닦이는 느낌이 있다. 역시.


"긴급속보입니다. 오늘 9시기준 곳곳에서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함께 아침을 먹던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거나 운전중인 차량에서 운전자만 사라져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역이 비슷한 상황이라 정부는 긴급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시민여러분들께서는 당황하지마시고 침착하게 안전한 실내에서 정부의 발표를 기다려주시길바랍니다. "


"!"


뭐? 뭐라고?

무슨 소리지. 오늘의 뉴스를 틀어달라고했는데 잘못얘기했나?


"헤이 클로바. 그만. 헤이 클로바 오늘의 뉴스 틀어줘."


"오늘의 뉴스를 재생합니다."


"현재 강남역에 나가있던 김기석기자가 중계도중 실종된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 함께 있던 카메라감독고 사라졌다고 인터뷰를 기다리던 시민분께서 제보해주셨습니다. 현재 어떤일이 발생한건지 정확히 알수는 없습니다. 분명한건 영화에서나 벌어질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것 입니다. 시민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한곳으로 대피하여 잠시후에 발표될 정부의 발표를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이곳에서 여러분께 끝까지 정확한 소식을 전해......"


똑같은 내용이다. 사라졌다고? 사람들이?


'끼익' '쾅'



 시끄러운 소리에 밖을 내다보았다. 전신주를 들이받은 차량과 그 뒤로 이어서 부딪히는 차량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피 흘리는 사람도 보인다. 저멀리 불타고 있는 대형병원, 그 옆에 헬리곱터가 추락하고 있다. '아비규환' 그야말로 세상이 온통 빨갛고 검은 색이었다.


정말 사라진건가?

사라져?

왜?


사람들이 실종되었다고한다. 갑자기?


.....설마


내가 사라졌으면 한다고 생각해서? 내가?

내가 그런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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