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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0. 2022

개나 소나 돼지나 닭이나 다 안됩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 앞에서 작은 병아리를 많이도 팔았다. 값이 굉장히 저렴하기도 하고 귀여운 외모에 반해 집에 데려오면 꼭 며칠 못가 죽고는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어떤 종이든 작고 귀여운 동물을 참 좋아라 했다.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를 주로 반려동물로 많이 키운다.

근데 혹시 아기 돼지를 본 적이 있는가? 송아지는? 정말 말도 못 하게 귀엽다. 누구보다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지만, 작은 돼지와 어린 송아지를 볼 때의 감정은 앞선 것과는 다른 무언가 울컥하는 게 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니까, 너무 귀여우니까, 내가 키우니까 등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럿이겠지만 그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 이중 잣대를 들어 강아지에게 소고기를 먹이는 모습은 아이러니할 뿐이다.


지난 5월 식량안보정보네트워크(FSIN)에서 발표한 '세계 식량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3개 나라와 지역에서 1억 9300만 명이 '위기' 수준의 굶주림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로 가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도 한몫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후위기'다.

전 세계를 덮친 가뭄과 홍수, 산불 등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극한 기상 현상과 재난은 농작물 생산량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를 가속화하는 것은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사료 생산에 사용되는 목초지와 경작지를 포함해 농경지의 약 80퍼센트가 육류 및 유제품을 위한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미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충분히 생산되고 있지만 그 식량은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숲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더 극한 기후위기를 발생시킨다.


과연 누구를 위한 '고기'인가.

지구상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 중 인간에게 필요한 몇 가지 종만 집중 사육하는 것은 결국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항생제를 맞고 자란 소와 돼지와 닭들은 질병에 취약하여 매해 소중한 생명들이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땅에 파묻힌다. 또한 대다수의 농작물이 지구 어디선가 굶고 있는 우리의 친구가 아닌 '고기'가 되기 위한 동물들을 위해 소비되는 행태를 과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가.


이 '공장식 축산'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양도 어마어마하다. 내가 먹는 이 한 점의 고기가 기후위기에 한 몫하는 것이다.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서는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가 없다. 이건 나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여름만 해도 한반도에는 이례적인 물폭탄과 태풍이 찾아왔다. 그러다 가을은 어디론가 슬며시 사라지고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왔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이렇게나 바뀐 것이다.

눈에 당장 보이고 내 살결로 느껴지는 문제인데도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나 더 심각해져야 변할 수 있을까. 나는 무섭다.




*<밥상을 위협하는 '식량 위기'... 그 해법은?>, 그린피스,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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