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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7. 2022

소비 철벽 방어

물건을 산다는 것은 꽤 큰 기쁨을 선사한다. 무엇을 살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살펴보고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도 해보고 이미 사용해본 사람의 이야기도 참고하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백화점이나 마트를 들러 일명 '아이쇼핑'을 하는 게 취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어렵게 구하거나, 조금씩 돈을 모아  마음먹고 결제할 때에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을 땐 그렇게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나던 그 무엇이, 내 손안에 들어오고는 얼마 안 가 저 구석으로 밀려나는 경험.

마치 어린아이들이 쉽사리 장난감에 질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고,  그런  주어지면 참을  없는 마음. 그게 어쩔  없는 욕구라지만 그럴수록 나는 고달파진다. 결제 버튼을 마구 누르고 나면 남은    지갑과 빚뿐이니까.(신용카드는 빚이다.)


물건이 주는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한다. 내 것이 아닐 때에 느끼는 마음과 내 것이 되고 난 후의 그것은 천지차이다. 이미 내 물건이 되어버리면 아이러니하게도 '내 것'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물건보다는 다른 것에서 기쁨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렇게 물건에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난 뒤, '소비 철벽 방어'라는 나만의 다짐을 실험해봤다.

우선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경우, 그러니까 그저 가지고 싶은 물건이 생길 경우 일단 장바구니에는 담는다. 마치 살 것처럼 이리저리 뜯어보고 탐색하며 그 맛을 즐긴다. 그리고는 며칠 놔둔다. 최소 며칠이다. 보통은 보름에서 한 달은 그냥 놔두는 것 같다.

그럼 계속해서 장바구니를 들여다보게 되는 물건이 는 반면, 언제 담아놨는지 생각안나는 물건있어 어쩌다 발견할 있다.

신기한 것은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를 밤잠 설치게 하며 일도 손에 안 잡히게 자꾸 머리를 맴도는 물건은 생각보다 없다.

결국 그런 물건은 장바구니에서 빠지게 되고 내 통장은 얼마간의 돈을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SNS다. 너무 많은 물건과 그에 따르는 광고들이 하루에도 수천 개, 수만 개씩 올라온다. 각종 영상과 사진들 속 물건들은 자꾸만 내 카드를 부르게 한다. 그래서 장바구니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성급하게 결제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충동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안 보는 것'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보면 사고 싶고 가지고 싶다. 남들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없는 것 같고, 내가 가진 물건들과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고, 사면 유용하게 잘 쓸 것 같고.

아니다. 괜한 알고리즘에 붙잡혀 속고 있는 것이다.


요즘 광고들은 정말 대단하다. 마치 옆집 언니가 인생템이라고 소개해주는 것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며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템이라 이걸 구입해야 진정한 가치소비라고 느끼게 하는 것도 있으며 약간의 촌스러움을 담아 옛 추억을 되살려 그 향수에 취해 소비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그래서  봐야 한다.  멋지고 그럴듯한 설득 속에서 그래도  아냐,라고 말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나 기술력이 좋아져  가지 제품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경우, 소비를 막기란  쉽지 않다. 냉장고가 정수기도 되고 조명도 되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되는 세상. 언뜻 보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냉장고는 사실 냉장고 본연의 기능만 하면 된다. 부가적인 기능이  붙는 순간 새로운 기능은 자꾸만 추가되어야 하고, 그럼  냉장고는 금방 구식이 되어버린다.

휴대폰을 생각하면 쉽다. 휴대폰이 망가져서 새로 사는 경우보다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못 보던 기술이 탑재되었기 때문에 사는 거다.

세상은 날로 발전하고 그만큼 없던 물건은 많이 기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걸까. 그래서 정말 내가 행복해지는 걸까.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소비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양산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나의 주머니 사정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행복을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지속 가능한 우리 환경을 위해 '소비 철벽 방어'는 소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립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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