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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2. 2022

나에게 꼭 맞는 단 하나의 쇼핑몰

세상에는 물건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뭘 하나 사기가 쉽지 않다.

청소기를 하나 산다 치자. 유선인지 무선인지, 색상은 뭘로 할지, 물걸레 기능이 있는 걸로 할지 아닌지, 핸디형인지 스틱형인지, 브랜드가 있는지 없는지, 국내산인지 아닌지, 그럼 국내 배송인지 해외배송인지.

끝도 없지만 일단 대강 정했다 치면 내 선택이 과연 최선의 합리적인 것인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온갖 상품 후기들을 다 뒤져본다. 청소기 하나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다.

이럴 거면 애초에 선택지가 좁았으면 싶었다. 고를 품목이 한정되어 있으면 고민하는 데 쓰이는 시간과 에너지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물건을 받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왜냐면 애초에 내 마음을 백퍼센트 만족시킬 제품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게 아니니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골랐는데 생각보다 기능이 별로라든지, 혹은 반대로 기능적인 부분이나 가격 메리트가 있어 선택했는데 디자인이 끝내 마음에 걸려 손이 안 가는 경우가 꽤나 있었다.

그럼 이걸 어쩌나, 얼마 쓰지도 않아 버리기도 아깝고 그냥 쓰자니 마음에 안 들고.


이걸 한 방에 해결해주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당신 근처의 마켓'.

뭔 소리냐고? '당근마켓'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마켓.

온라인에는 각종 쇼핑몰이 넘쳐나고 신용카드 혜택이니 쿠폰이니 온갖 유혹의 장치들이 깔려있으며 집밖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있지만, 나한테는 이 당근마켓이 최고다.

여기서는 새 상품을, 혹은 새것과 같은 상태의 물건을 정말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고, 이제 내게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그 무언가를 오히려 돈을 받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네 인증을 통해 우리집 근처에 사는 누군가와 연결되니 이고 지고 멀리까지 나가거나 박스를 싸매 배송할 필요도 없다.


사실 아주 예전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 동네 사람들끼리 얼굴 터놓고 살며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도 안다는 시절엔 사실 남는 물건도 없었겠거니와 설사 그런 게 있다한들 작아진 옷을 옆집 동생 아이에게 물려주고, 안 쓰는 바가지 앞집 아주머니 가져다쓰고는 했다.

심지어 우리가 어려웠던 한 때, '아나바다 운동'이 들끓어 여기저기 벼룩시장이 열렸었다. 아나바다 운동이란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구호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덤으로 쓰레기도 줄이는 운동이었다.


외국에는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집에서 잠만 자고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다. 파는 사람은 필요 없는 물건을 팔아 얼마간의 돈이라도 챙겨서 좋고, 사는 사람은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중고시장이 아직은 덜 활성화된 듯하다.

아파트 쓰레기장을 보고 있자면, 아직은 쓸만한데 진짜 아깝다 싶은 가구들과 그릇과 옷과 신발들이 넘쳐난다. 손 하나만 까딱하면 되는 멋진 어플이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으니 애석할 따름이다.

그럴 때면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네 벼룩시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도나도 물건을 빌미로 이웃과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면서 쓰레기도 줄이고.

그때까지 나는 온라인으로나마 이 훈훈한 벼룩시장을 애용할까 한다. 가끔씩 베풀고 얻기도 하는 '나눔'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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