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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0. 2022

흰 티셔츠 한 장에는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손쉽고 확실히 드러나는 방법 중 하나는 옷일 거다. 어떤 옷을 입었느냐는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 가치관 등을 보여준다. 특히나 요즘 같이 SNS가 발달한 때에는 더욱 다양한 의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만큼 많은 옷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도 사도 입을 게 없어'에서 시작한다. 이미 입고 인생샷을 건진 옷은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으며 그때그때 유행에 맞춰 산 아이템들은 다른 옷들과 두루두루 매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회용으로 전락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광고물과 나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 따라붙는 신박한 알고리즘들이 나를 새로운 소비로 자연스레 이끈다. 그렇게 옷의 개수는 늘어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정리랍시고 헌 옷 수거함에 버린다.

근데 어디선가 들었다.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고.


그러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헌 옷 수거함으로 들어간 옷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재활용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으로 대부분 수출되는 건 맞다. 그러나 이미 수요를 넘칠 만큼 과한 양의 헌 옷들이 유입되고 있어 그 양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또 제대로 쓸만한 옷이 아닌 경우에는 거기서도 버려진다. 그래서 곳곳이 옷무덤이고 쓰레기장이다. 들판을 가득 메운 옷 쓰레기들로 인해 풀 대신 합성섬유를 뜯어먹는 소들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애초에 버리지를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안 사야 한다. 흰 티셔츠 하나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양은 2,700리터에 달한다. 이는 한 사람이 3년간 식수로 쓸 수 있는 양이다. 물뿐만 아니다.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약 33kg, 자동차가 약 111km를 이동했을 때 발생하는 양과 같다. 전 세계 항공, 선박산업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보다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양이 월등히 많다. 이렇게 고작 옷 하나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어마무시한 환경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선뜻 구매할 수가 없다.


심지어 우리가 입는 많은 옷들은 반 이상이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이라는 소리다. 이것은 세탁할 때도 문제가 된다. 혼합 소재의 옷 1kg을 세탁할 경우 약 67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은 주워내기라도 하지, 세탁을 하며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버린 것들은 완벽히 걸러내지 못한다. 한강 물 20리터 기준 미세 플라스틱은 약 57개라고 한다. 결국 우리 입으로 다시 들어온다는 소리다. 이래도 옷을 막 사고 버릴 수 있을까?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라서, 나는 옷을 좋아하니까, 유행이니까, 예쁘니까 등 이유는 많다. 그러나 소비는 곧 투표다. 내가 한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가 사고 쓰고 버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다. 인구수를 생각하면 심각한 수치다. 너무나 많은 옷이 대량 생산되고, 버려진다. 그만큼 지구는 오염되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위협받으며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옷을 입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세탁을 하지 않고 살 수도 없다. 그러나 신중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이루어진 소비와 사용은 대단히 다른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소는 소답게 풀을 뜯어먹고, 물고기는 물고기답게 깨끗한 바다를 헤엄치기 위해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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