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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08. 2022

칫솔이 내게 끼치는 해악

우리는 보통 하루 세 번은 양치질을 한다. 그때마다 꼭 필요한 것은 칫솔과 치약, 더 보태면 치실 정도가 되겠다. 근데 이렇게 양치질을 할 때마다 내 건강이 더 나빠지고 있다면 어떨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치질 그 자체가 아니라 도구에서 오는 해악이다. 일반적인 치약에는 합성 계면활성제, 인공색소와 같은 다양하고 유해한 화학물질과 방부제가 첨가되어 있다. 심지어 그게 복합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가 있다. 칫솔도 마찬가지다.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의 몸체에 나일론 모가 달린 이 괴물은 여러 소재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재활용 처리되지 못하고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소각, 매립된다.


문제는 이것들이 사라지는 데 최소 500년은 걸린다는 거다. 칫솔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것이 1930년대라고 하니, 그때 사용된 칫솔이 여태 살아있다는 뜻이다.

욕실을 한번 둘러보면 온통 플라스틱 천지인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내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 이 질긴 인연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그 대안으로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을 제안해본다.

대나무는 숲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자원이다. 대나무는 사실 나무가 아니라 풀이며, 하루 평균 50~60cm씩 쑥쑥 자라 한 달이면 금방 숲을 이룰 정도가 되고 자라는 데에 별다른 비료나 살충제가 필요치 않다. 또 다 자란 대나무를 잘라내도 계속해서 다시 자라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다. 게다가 버려진 칫솔은 6개월이면 썩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고체 치약은 말 그대로 치약을 고체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통 이런 치약은 앞서 말한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고 치약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료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구강건강에 훨씬 이롭다. 고체 치약을 담는 용기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일반적인 치약과 달리 친환경적이다.


이 두 제품을 다 써본 나로서는 충분한 대체품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너무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면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은 사용감이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치약의 경우 나쁜 물질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안심이 된다.


나는 더 나아가 욕실에서 플라스틱 없애기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비누다.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폼 클렌져 등등 욕실을 가득 메운 이 플라스틱 통들을 비누로 대체할 수 있다. 시중에는 이미 각종 샴푸바나 린스바, 바디워시바, 클렌징바들이 나와 있고 이 역시 사용해본 경험을 말하자면 사용감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 거품도 아주 잘나며 쓰고 난 후의 잔여감도 없고 무엇보다 쓰레기가 안 나온다는 것이 아주 깔끔하다. 벽면에 자석홀더로 비누를 붙여놓은 걸 보고 있자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통 밑에 고이는 물때 걱정도 없어 청소하기도 무척 간편하다. 비누바에 적응했다면 올인원 비누바도 추천한다. 헤드 투 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비누면 다 된다. 편리한 걸 강조하는 시대에 비누 쓰기는 왜 유행을 안 하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지구가 아파요, 지구를 지켜요.

지구가 아프다는 건 결국 내가 아프게 되는 것이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생활에서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 그게 나를 지키고 우리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일이다.

당장 내 가족이, 내 친구가, 그리고 나아가서는 내 자식 세대가 겪어야 할 아픔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을 사줄 게 아니라 대나무 칫솔을 쥐어주고 함께 양치질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플라스틱 500, 대나무 6개월.. 칫솔 분해기간 소재마다 달라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 - 파이낸셜 뉴스(2022. 4. 30.)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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