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Oct 15. 2020

집순이 핫템을 소개합니다

나는 집순이다. 집순이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정도가 중간 이상은 되는 집순이다. 대학생 시절 방학이 되면 거뜬히 이주 정도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잘 지냈을 정도로, 나는 집을 사랑한다.


나는 12개 중 10개에 해당한다.


집에서 대체 뭘 그렇게 하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만의 '집순이 핫템'만 있으면 몇 날 며칠이고 아무 문제없다. 지금부터 그 핫템 세 가지, 흙침대-바디필로우-각도 조절 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원래 바닥에서 잠을 자던 사람이다. 등이 배겨 불편하니 침대가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혹여 침대에서 잘 일이 생기면 그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흙침대'를 구입하시게 되었고, 진작 살 걸! 너무 좋다!는 말씀에 반신반의하며 한 번 누워봤다. 따뜻하게 불도 올려 봤다. 그랬더니 몇 시간이 순삭!(=순식간에 삭제) 정말 꿀잠을 잤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구입했다(?)

보일러를 켜면 방 전체에 훈기가 도는데, 이게 방 안 공기를 전체적으로 갑갑하게 만들었다. 흙침대만 온도를 높이니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도 내 잠자리는 여전히 따뜻하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겨울철 난방비 걱정도 같이 줄어들었다. 또 흙침대라고 하니 괜히 몸에 더 좋은가 하는 기분 탓인지, 몸이 따뜻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잠도 확실히 더 잘 잔다. 일어날 때도 바닥보다 힘이 덜 실려 무릎 건강에 좋은 것도 이득인 부분이다(내 나이에 벌써...?)


가만히 누워있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또 등장한 핫템이 있다. 바로 '바디필로우'다. 나의 숙면의 역사는 바디필로우가 있기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여행을 가게 되면 바디필로우가 없으니 여분의 베개로 대신하는데 영 맛이 안 산다. 확실히 바디필로우여야 한다.

바디필로우는 계절마다 다르게 쓴다. 여름용은 겉이 까슬까슬해서 살이 닿기만 해도 몸의 온도가 저절로 내려가고, 겨울용은 톡톡한 두께의 면소재라 끌어안고 있으면 포근해서 참 좋다.

모양도 가지각색 여러 가지를 써봤다. 초승달처럼 굴곡진 형태나 귀여운 동물 캐릭터도 있지만 다리 사이에 끼웠을 때 가장 안정적이었던 것은 죽부인처럼 생긴 긴 원통형이다. 잘 때뿐만 아니라 벽에 붙여놓고 등을 기댈 때도 좋고 앉아있을 때에는 배 앞쪽에 놓고 팔을 얹어놓기도 딱이다. 또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을 때 무릎 밑에 받쳐놓으면 허리가 한결 편안해진다.

각자 잠이 잘 오는 편안한 자세가 있을 텐데, 나는 모로 누워 바디필로우를 다리 사이에 끼우면 그렇게 잠이 잘 온다. 덕분에 요새 꿀잠을 잔다.


그럼 누워서 잠만 자느냐? 아니다. 진정한 집순이는 누워서 다 해결한다. 누워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티브이도 보고 시간이 너무 빨리 잘 가서 문제다. 여기서 등장하는 핫템은 '각도 조절 책상'이다. 책상판의 기울기와 책상의 높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책을 얹어 놓기도 하고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놓기도 하는데, 내 눈높이에 딱 맞춰 놓으니 목이 불편하지 않다. 영화 한 편 틀어놓고 이불 폭 덮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괴롭히는 이 시국에 발맞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요즘 더 열심히 집순이 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나만의 '집순이 핫템'이 보태져 더욱 쾌적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모두들 각자만의 핫템을 찾아 좀 더 즐거운 집콕 생활을 즐겨보자.

'바디필로우와 각도 조절 책상만 있으면 난 흙침대 위에서 언제까지고 계속 누워있을 수 있어-'



 



이전 04화 '예쁜 쓰레기' 안 만드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