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_ 1
가가제트로부터 2여년 전 있었던 촉법연쇄살인범 김민수 사건에 팁을 얻은 유희현자는 몇가지 단서로 김민수를 찾기 시작하고 시행착오 끝에 그의 소재를 알고 있는 듯한 이와 만나게 된다.
S#28 저녁 가가제트의 사무실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정돈 된 가가제트의 사무실 책상 위로 누군가가 식사 완료한 쌔빨간 짬뽕국물 있다. 그 쌔빨간 짬뽕 국물 위로 부제 ‘2. 사냥꾼’ 이 뜬다. 곧 땀에 젖은 가가제트가 티슈를 뽑아 땀을 촘촘히 닦으며 앞에 선 유희현자일행을 맞는다.
가가제트 : 불청객이네.
유희 : 매운 거 작작 먹어요. 인공항문 달기 전에.
가가제트 : 항문 걱정 해주러왔나? 아직 튼튼한데.
자춘 : 유희씨 전 남친이세요?
가가제트 : 지랄하네.
자춘 : 그럼..
가가제트 : 말해줘야 하나?
자춘 : 저 나이가.
가가제트 : 말해줘야 하나?
자춘 : 괜찮습니다.
가가제트 : 왜 왔지?
유희 : 얼굴보러 왔지.
가가제트 : 개그치나?
현재 : 저희가 고발 채널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조언 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가가제트 : 고오발 채널.. 왜?
현재 : 정의..?
가가제트는 현재의 말을 듣자마자 까마귀처럼 까악까악 웃는다.
가가제트 : 무엇을 위한 정의?
현재 : 그게..
가가제트 : 솔직하게 말해.
현재 : ...
가가제트 : 돈?
현재 : 아뇨 그건..
가가제트 : 그럼 관심인가?
현재 : 아뇨 필요 없습니다.
가가제트 : 그럼 뭔데?
현재 : 근데 몇 살이세요? 저희랑 동년배처럼 보이는데.
가가제트 : 너희도 말 놓던가.
자춘 : 그래.
가가제트 : 몇 년생이지?
자춘 : 88 용띠.
가가제트 : 어린놈에 새끼들이.
자춘 : 죄송합니다.
현재 : 가가제트님은.
자춘 : 82 개띠.
현재 : 동안이시네요.
자춘 : 그런 소리 많이 들어. 그래서 뭐야. 뭐 때문에 정의를 찾고 싶은 거냔 말이야.
현재 : 자존감입니다.
가가제트 : ...
현재의 말을 듣고 나서 무언가 깊은 생각이 든 듯한 가가제트는 잠시 입을 닫는다.
그러곤 현재의 눈을 뚫어져라 본다. 현재도 가가제트의 눈을 본다. 마치 독수리의 눈과 같은 가가제트의 눈. 가가제트는 왜인지 자신의 왼쪽 가슴을 손으로 움켜잡다가 놓는다.
가가제트 : 내가 자네한테 고발 프로그램 팁을 전수해줘서 자네가 생각하는 정의를 바로 세우게 되면 자네는 자네가 원하는 자존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나?
현재 : 네.
자춘 : 네.
가가제트 : (자춘에게) 너한테는 안 물어봤어.
자춘 : 옙.
가가제트 : 넌 뭐야.
자춘 : 그냥 믿을만한 놈이라 동업하는 거예요.
가가제트 : 넌 자존감 필요 없어?
자춘 : 풍만해서요.
가가제트 : 충만해서겠지. (유희에게) 넌 왜 이딴 놈들하고 다니는 거야?
유희 : 착해서 예뻐.
가가제트 : (현재와 자춘에게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저 여자를 믿지 마라.
현자 : 예?
유희 : 뭐라는거야.
‘똑똑똑’
굵직한 목소리의 비서 : 대표님. 검진 받으러 가실 시간입니다.
가가제트 : 알았어. (책상에서 명함을 꺼내 현재에게 건넨다.) 내 직통 전화야.
현재 : 감사합니다.
유희 : 나한테도 있어요.
가가제트 : (아차 싶어 인상을 구기며 유희에게) 이메일도 적힌 거야.
유희 : 오. 황송하시겠다.
자춘 : 저도..
가가제트 : 너는 풍만하다며.
자춘 : 넵.
가가제트 : 모지리나라는 채널이 있어. 거기가면 최근에 BJ가 방송한 영상에서 김민수사건 관련된 언급이 있을 거야. 그걸 한 번 주제로 해봐봐.
유희 : 김민수사건?
자춘 : 저희가 아는 그 김민수 사건요?
가가제트 : (다시 왼쪽 자신의 왼쪽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래 너희가 아는 그 김민수사건. 리나한테 연락 넣어둘 테니까 다이렉트를 보내던 메일을 보내던 약속 잡아서 만나봐. 취재하는 동안 막히는 거 있으면 연락하고. 이 건을 잘 해낸다면 너가 원하던 정의와 자존감을 찾을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현재 : 감사합니다.
가자제트 : 그럼 빨리 꺼져-
현재 : 저.. 이렇게 도와주시는 대가가 있나요?
가가제트 : 짬뽕 그릇 치우고 가.
짬뽕그릇을 들고 가가제트의 사무실을 나가는 유희와 현자.
S#29 98년의 아침 어느 중학교의 한적한 교실
중학생 소녀. 교실에 들어와 매고 있던 가방을 내리는데 순간 인기척을 느껴 돌아보니 혼자인 줄 알았던 교실 뒷자리에 동급생으로 보이는 소녀2가 엎드려 자고 있다. 안도에 한숨을 쉬는 소녀. 소녀는 웃으며 엎드려 자는 소녀2를 지켜보는데, 왠지 그 모습이 싸늘해 곳 미소가 가라 앉는다. 소녀는 소녀2를 흔들어 보지만 미동이 없고 더 격하게 흔드는데,
소녀2 : 아 왜!
소녀 : (웃음) 야, 난 너 죽은 줄 알았어..!
소녀2 : 뭐라고?
그때 소녀2가 앉은 뒤편 창가로 누군가 떨어진다.
소녀 : 꺄악!!!!!!!!!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난데없는 소녀의 비명에 소녀2도 비명을 지른다. 아직 학생들이 별로 등교하지 않은 학교의 화단에는 추락사한 여학생이 슬픈 눈을 미쳐 감지 못한 채 식어있다.
리나NA : 그날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학교생활을 비관한 자살인 줄 알았던 사건은 추락사한 아이가 몸을 던진 옥상과 여학생의 몸에서 여러 저항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타살의 의혹을 두고 수사가 시작되었고.. 학생들은 두려움에 빠졌어요.
S#30 학교내 외진 창고 앞
공놀이를 하던 초등학생들 공이 골목길로 굴러가서 따라가는데 공에 피 같은 것이 묻어있다. 이를 유심히 보는 아이. 곧 경찰들이 오고 공을 주운 근처에 큰 통 안에 피를 흘리며 식어있는 중학생 소년이 있다.
리나 : 하지만 학생들에 두려움이 가시기도 전.. 그 다음 주에 남학생이 살해 돼서 발견되는 사건이 생겼고.
S#31 학교 지하실
계단을 오르던 여학생, 계단 아래틈으로 보이는 시체를 발견한다. 비명을 지른다.
리나 : 그 다음 주에도.
S#32 해질녘 방과 후 교실
반 친구들이 하교한 후에도 혼자 남아 자고 있던 남학생, 서둘러서 교실을 나가는데 교실 문 앞 복도 바로 앞에 피를 흘리는 여학생이 눈을 뜨고 죽어있다. 바로 기절해버리는 남학생.
리나 : 그 다음 주에도.
S#33 저녁 소각장
남학생의 시신을 발견한 학교 측 담당자와 경비아저씨가 난감해 하며 시신을 덮는다.
리나 : 그 다음 주에도. 살인사건은 계속해서 벌어졌어요.
S#34 오후의 빈 운동장과 시신 발견지
빈 운동장에서 작은 체구의 남자 중학생 한 명이 생각에 잠겨있다. 먼 거리라 그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들의 시신들이 발견되었던 장소가 보인다.
리나 : 당시에는 CCTV도 많이 없을 때 인데다가 범인이 지문이나 증거를 철저하게 숨겨서 경찰은 범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학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 모두 공포에 질려서 한 동안 그 동네에서 밝을 때도 사람을 거의 못 봤었어요. 범인은 안 잡히고 매주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사건의 종결은.. 여러분도 모두 아시다시피 경악스러웠죠.
S#35 해질녘의 경찰서 앞
경찰서 앞에 선 작은 체구의 남학생. 경찰서를 올려다보고 한동안 망설이는데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와 묻는다.
경찰관 : 무슨 일 있니?
소년 : ...
경찰관 : 누가 괴롭혀?
소년 : ...
경찰관 : 그럼 무슨 일이지?
소년 : 자수하러 왔어요.
경찰관 : 그랬구나. 어떤 걸?
소년 : (경찰관을 올려다 보며) 애들. 제가 죽였어요.
경찰관은 소년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소년을 바라본다. 경찰관은 가만히 소년을 바라보는데, 소년의 눈이 어린 나이임에도 예사롭지 않다.
S#36 공포테마의 합성 배경으로 된 모지리나의 방송
리나 : 어린 나이와 대담한 범행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해갔던 피해자들의 동급생 김민수. 그는 동급생들을 살인한 후 자신에 발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를 했고 감옥에 갔습니다. 촉법소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 그때 그의 나이 만 13세이니 25년이 지난 지금 김민수는 이미 오래전 출소해 현재 우리 곁에 살고 있습니다. 당시 힘 있는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빽으로 각종 언론매체에서 그의 기록은 지워진 지 오래고요. 사실.. 저는 부천 첩산 중학교 출신으로 김민수와 중학교 동문입니다. 저는 당시에 동문들을 잃었고 아직도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많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동네에서 김민수를 봤습니다. 그리고 한주가 지난 오늘. 저는 또 동네에서 김민수를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이 말씀을 드리는 지금도.. (울먹인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고통들을 떠올리며 힘겹게도 여러분께 이 얘기들을 전하는 이유는 어린나이에 생을 마감한 제 언니 오빠들을 기억해 주시고.. 5명을 죽이고도 사과 한번 하지 않은 악질 살인마 김민수가 여러분과 언제 어디서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을지 모르니 경각심을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여러분께 말씀드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지금까지 모지리나의 리나였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S#37 밀폐된 리나의 방
방송이 끝나면 리나는 크로마 앞에서 차분하게 차한잔을 마시고 건너편에서 유희와 현자가 리나를 보고 있다.
현재 : 김민수씨랑 중학교 동창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김민수씨 사진 같은 거 있으신가요?
리나 : 걔는 중간에 전학가서 졸업 사진은 없고.. 대신에 제 아는 언니가 김민수랑 초등학교 같은 데 나왔거든요.. (핸드폰을 터치한다.) 보냈어요.
현재의 폰에 전송된 김민수의 사진이 보인다. 5명의 사람을 살해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어린 얼굴이지만 왠지 눈빛이나 어두운 표정이 예사스럽지 않다.
리나 : 저도 김민수 관련기사 보고 뒤늦게 알았어요. 저랑 같은 학교 나온 지.
현재 : 존재감이 별로 없었나보네요.
리나 : 나중에 언니한테 들었는데, 반에서도 거의 있는 듯 없는 듯 했었대요. 이상한 책만 보고.
현재 : 무슨 책이요?
리나 : 판타지 소설인데 사후세계 강령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기분 나쁜 거..
유희 : 김민수를 봤다는 동네는 여기 근처에요?
리나 : 아뇨 부천이요.
자춘 : 오. 저희 부천사는데. 부천 어디에요?
리나 : 여기 저기.. 에서요.
현재 : 저.. 뭐 어디 음식점이라던지 편의점이라던지 그런데 없나요?
리나 : 제가요.. (울먹이며) 사실은 그 김민수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정신이 몽롱해져요..
유희 : (기계적으로 티슈를 뽑아주며) 그럼 길에서 지나가다 본 거 일수도 있겠네요.
리나 : 맞아요..! 길! 길에서 봤어요.
현재 : 어디 쪽 길에서 보셨죠?
리나 : 청국장 맛있는 집 근처였어요.
유희 : 청국장집은 어디에요?
리나 : 그건 모르겠어요..
유희 : ...
자춘 : 바지락이 들어갔었나요?
유희 : 아... 네.
S#38 오후 백반집과 부천 주택가.
한적한 백반집에 청국장을 먹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누군가는 청국장 집을 나온 뒤 담배를 피우며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한낮 다양한 모습에 사람들. 길을 걷는 여자, 뛰어노는 아이들. 웃고 떠드는 청년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담배를 끄고 길을 걷는다.
S#39 오후 부천 주택가
누군가는 길을 걸어가다가 다른 식당 앞 길가에서 남자 노인 두 명이 싸우는 것을 목격한다. 얼굴이 벌겋게 취해서 서로 욕설을 뱉으며 멱살을 잡은 두 노인. 누군가는 걸어가다가 두 노인의 싸움에 흥미가 생겼는지 가만히 서서 지켜본다.
노인1 : 이 시벌놈이 일루와!
노인2 : 나이도 어린 새끼가 어디서 까불어!
노인1 : 나이? 니 나이는 몇인데?
노인2 : 용띠다!
노인1 : 지랄헌다 미친 개놈에 새끼!
누군가는 노인들의 싸움을 구경하다가 웃음이 픽하고 터진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자신이 보고 있는 현재 상황을 글로 적어 나간다. 손바닥 반 만한 수첩엔 깨알 같은 글씨로 여러 내용이 잘 정리되어 적혀있는데 각각의 내용은 날짜와 상황, 자신이 느꼈던 감정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노인들이 하는 욕을 그대로 수첩에 따라 적고 소리 내지 않고 자신의 입으로 읊는다. 한참을 몰입해서 노인들의 싸움을 구경하던 누군가는 노인들의 욕을 읊으며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돌아선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힌다. 이제야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는데 누군가는 40대의 작은 체구. 그리고 어른의 주름이지만 아이의 얼굴을 가진 남자다. 왠지 그의 얼굴은 리나가 유희현자에게 건낸 사진의 아이와 닮아 보인다. 지나가던 행인은 20대의 양아치 청년으로 보이는데 옆에는 자신의 애인이 있어 남자에게 호기를 부린다.
양아치 : 에이씨! 뭐야!
남자 : ..죄송합니다.
양아치 : 똑바로 보고 다녀. 눈알을 교정시켜버리기 전에.
양아치는 남자의 어깨를 치고 애인과 떠나고 남자는 그 자리에 남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수첩에 뭔가를 적는다. 그것은 양아치가 한 욕설.
남자 : 눈알을.. 교정시켜버리기 전에. 눈알을 교정.. 교정시켜버리기 전에..
남자는 양아치의 말을 읊으며 양아치의 뒷모습을 본다. 양아치가 꽤 멀어졌을 때도 남자는 그를 보고, 양아치는 애인과 어느 빌라로 들어간다.
남자 : 똑바로 보고 다녀. 눈알을 교정시켜버리기 전에.
#40 초저녁 백반집
남자가 청국장을 먹었던 백반집. 유희와 현자는 남자가 먹었던 것처럼 청국장을 먹는다.
자춘 : 청국장이 맛집이 존재하나?
현재 : 그게 무슨 말이야?
자춘 : 청국장은 아주 맛있거나 아주 맛없거나 아닌가. (유희보며) 청국장 맛집 가본 적 있어?
유희 : 여기 맛집이네.
자춘 : 나는 청국장은 어디든 맛있는데 여긴 쪼금 아쉽다.
유희 : 왜.
자춘 : 바지락이 없잖아.
유희 : 바보야 찐 청국장은 원래 바지락 안 들어가.
자춘 : 뭔 말이야.
유희 : 그만큼 맛에 당당하다는 거지.
자춘 : 취향차이 같은데. 여튼 여기는 아니네. 바지락이 없으니.
현재 : (옆 테이블을 치우던 사장이모에게 폰으로 민수 사진을 내밀며) 이모. 혹시 이런 분 본 적 있어요?
이모 : (폰을 멀찌 감치 떨어뜨려 보며) 글쎄요. 애기네?
자춘 : (카메라를 들며) 무서운 애기죠.
유희 : 야.
현재 : 저희가 친구를 좀 찾는데 이게 그 친구 25년 전 사진이거든요.
이모 : 아이구야. 그럼 내가 알아볼까. 못 알아보지.
현재 : 한번 자세히 좀 보세요.
이모 : 글쎄. 난 모르겠네.
자춘 : 우리 이 동네 청국장 다 먹어야 되나.
유희 : 먹을 생각만 하니.
현재 : 근처 청국장 팔만한 백반집, 분식집 다 가봐야지 별 수 있나.
S#41 저녁 동네 길가
리나의 집 인근 식당들을 도는 유희현자들. 자춘은 이 모습들을 영상으로 담고, 유희와 현재는 사람들에게 민수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민수를 아는 지 묻지만 20년 전 사진을 보고 누군지 딱 알아보기에 쉽지 않다. 사진을 보여주다가 취객과 싸우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단을 만나기도 하고 비웃음을 사기도 하는 유희현자들.
S#42 밤 동네 편의점
편의점에 들어온 유희현자들. 자춘은 음료수를 고르고 유희와 현재는 편의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알바에게 민수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유희의 눈에 알바 명찰이 보인다. ‘김민수’.
현재 :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어요?
알바 : 실종 아동인가요?
현재 : 아뇨.. 실종 아동은 아닌데, 저희가 찾는 친구거든요.
알바 : 어떤 친구요?
현재 : 네?
알바 : 어떤 친구요.
현재 : 그냥.. 예전에 알던 친구?
알바 : 친구 아니죠?
현재 : 사실 친구.. 는 아닌데 찾고 싶어서요.
알바 : 왜요?
현재 : 그냥 찾고 싶어서요.
알바 : 사실 아까 출근하다가 멀리서 아저씨들 봤거든요.
유희 : 그러셨구나.
알바 : 근데 되게 수상해보여요.
유희 : 그럴 수도.
알바 : 생각해보세요. 어른 셋이 오래 된 어린애 사진 들고 다니면서 찾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자춘 : (음료수를 카운터에 내려놓으며) 저희는 다만,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알바 : 어떤 사회 정의요? 이 사람이 무슨 죄졌어요?
자춘 : 죄 지었죠! 큰 죄.
알바 : 그럼 경찰서에 가서 문의를 하셔야지 왜 직접 발로 다니시면서..
현재 : 저희가 나름에 사정이 있어서요.
알바 : 그러니까 이게 수상한 거라고요. 저 같아도 알아도 알려주기 싫어요.
유희 : 그러세요. 계산해 주세요.
알바 : (계산을 하며) 보통 이런 상황은 도의적으로만 죄의 유무가 있어서 경찰에 도움을 못 받는 경우로 생각되는데 잘못하다가 사진에 있는 그 아저씨가 앙심 품고 아저씨들한테 법적조치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피곤에 절은 유희현자 보며) 안타까워 보여서 하는 말이에요. 헛고생 하시는 거 같아서 더 고생하지 마시라고.
자춘 : 법대생이세요?
알바 : 법정영화 좋아해요.
자춘 : 저도 좋아하는데.
알바 :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을 나오는 유희현자들,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품을 고르던 30대 자상한 외모의 남자 태상이 이들이 나가자 카운터로 온다. 단골인 듯 알바랑 인사를 나누며 유희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보이는 태상.
S#43 밤 편의점 앞
아무 말 없이 음료수를 마시는 유희현자. 아무래도 알바의 말에 현타가 온 것 같다.
유희 : 그러게.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자춘 : 뭐?
유희 : (웃음) 우리 수상한 거.
자춘 : 경찰서에 물어볼까?
유희 : 안 알려주지.
자춘 : 왜. 범죄잔데.
유희 : 벌을 받고 나왔잖아. 시간도 꽤 흘렀고. 이제는 전과자지 범죄자는 아니야.
자춘 : 심부름센터 같은데 알아볼까?
유희 : 돈 많나 부다.
자춘 : 아..
현재 : 중국집을 다 돌아볼까? 배달원들한테 다 물어보면.
유희 : 아까 알바가 말했잖아. 알아도 대답 안 해 줄걸. 찝찝해서.
현재 : 그래도 얼마씩 쥐어주면.
자춘 : 그건 뭔가 좀 그렇다.
유희 : 저기 물어보던가.
현재 : 응?
마침 편의점 뒤편 인형뽑기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시동을 끈 채 세워져있다. 유희현자가 다가가자 한참을 게임에 빠져있는 배달원. 곧 인형을 놓쳤는지 절망한다.
배달원 : 아..!! 누가 옆에서 보면 잘 못하는 타입이란 말이에요! 뭐에요.
현재 : 아 혹시 여기 근처 자주 오세요?
배달원 : 예?
현재 : (민수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이런 사람 아시나요?
배달원 : (보지도 않고) 아 뭐야~ 몰라요.
현재 : ...
유희 : 여기 꽤 계신 거 같은데 인형은 좀 뽑으셨나요.
배달원 : (민망해서) 재미로.. 재미로 하는 거예요! 이런 거 애들이나 갖지.
유희 : 제가 뽑아 드릴까요.
배달원 : 재미로 하는 거라니까.
곧 열댓 개의 인형을 배달원에게 넘기는 유희. 배달원은 내색은 안하지만 꽤나 기쁜 모습이다.
배달원 : 아 이거 애들이나 좋아하지 참. 민망하네.
유희 : 여기 근처 자주 오세요?
배달원 : 네. 가게가 여기 근처라서.
유희 : 저희가 예전 친구를 좀 찾고 있는데..
자춘 : 저희가 초등학교 동창들이거든요.
배달원 : 아아. 그러시구나.
현재 : 저희가 이 친구 사진이 이거 밖에 없어서.. 혹시 다시 봐주실 수 있나요?
배달원 : 어디 봐요. (현재의 폰을 받아 민수의 사진을 본다.) 글쎄.. 되게 옛날이구나.
유희 : 98년도요.
배달원 : (확대해서 보기도 하고 멀리서 보기도 하며) 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배달원의 반응에 김샜다고 느끼는 유희현자들. 그런데 배달원이 민수의 사진에서 입과 머리를 가리고 눈만 확대해서 본다.
배달원 : 그 사람인가.
자춘 : 오..! 아시겠어요?
배달원 : 찾으신다는 사람.. 친구 아니죠?
현재 : 네?
배달원 : (혼잣말) 그 사람 친구 없을 거 같은 사람인데.
유희 : 떠오르는 사람 있으세요?
배달원 :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쪽도 저한테 솔직하게 얘기해주시면 저도 얘기 할게요.
배달원의 말이 허풍이 아닌 것 같은 유희현자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무언가 찾았다는 것을 직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