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집 _ 안녕 A씨

사냥꾼 _ 2

by 원유

유희현자는 배달원을 비롯한 여러 내용들을 짜깁기 해 김민수를 악마화 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큰 조회수를 올린다. 한편 수상해 보이는 한 남자는 유희현자의 행보를 주시한다.




S#44 밤 놀이터 벤치

배달원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 유희현자들. 자춘은 배달원을 소형 카메라로 찍고 있다.


배달원 : 와.. 완전 소름 돋네. 너무 예전 일이라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우리 동네 산다고?

현재 : 일단 제보가 들어와서 찾고 있는 거예요. 아직 100프로 확실한 건 아니고요.

유희 : 김민수 같다는 손님 집으로 배달 가셨을 때 뭔가 특별한 거 있으셨어요?

배달원 : 특별한 게 있었으니까 제가 기억을 하죠.. 눈이.. 그 눈이 사람 눈이 아니에요.

자춘 : 눈이 왜요? 의안?

배달원 : 아뇨아뇨. 그게 분명 사람 눈은 사람 눈인데. 사람 같이 안 느껴지는 눈 본 적 있어요? 난 그런 얘기 예전에 몇 번 들어보고 그게 뭔가 했었는데 그 사람 눈 보고서 아 이게 그런 거구나 딱 왔다니까. 안광이라고 하잖아요.

유희 : 눈에서 느껴지는 느낌?

배달원 : 그렇죠. 그 사람은 그 느낌이 일반 사람 같지가 않아요. 아니 그냥 사람 같지가 않아. 뭔가 호랑이나 사자같이 살의가 숨겨지지 않는 눈빛이에요.

현재 : 혹시 배달 가셨을 때 그 사람 태도는 어땠어요? 예를 들면 적대적이었다든지 뭔가 수상하다든지.

배달원 :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보통 영화에서 보면 수상한 사람들은 집도 되게 어둡고 음침하잖아요. 하는 짓도 뭔가 정신 나간 사람 같고. 그런데 그 사람은 현관까지만 들어가긴 했는데 원룸이어도 집이 꽤 깔끔했고, 행동도 되게 매너있더라고요. 그런데 눈이 딱 마주치면 서늘하단 말이지. 저도 기가 꽤 쌘 편인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무서워서.

자춘 : 주로 뭘 시켜먹었어요?

배달원 : 청국장이요. 청국장만 계속.

배달원의 이야기를 듣고 얼굴에 미소가 드는 현재와 유희. 하지만 뭔가 찝찝한 자춘의 표정.

현재 : 사는 곳은 아세요?

배달원 : 아.. 그게 제가 하루에도 몇 십 군데를 배달 다녀서 그건 기억이 확실하지가 않네요. 그 사람이 완전 단골도 아니고.

자춘 : 그럼 혹시 집 근처 특징같은 거 기억 나시는 거 있으세요?

배달원 : ... 오르막길인 건 기억나요. 완전 오르막길.

현재 : 오르막길요.

배달원 : 네. 불안할 만큼 오르막길이어서 기억이 나네요. 그 사람 봤을 때도 불안했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찾는 거예요? 찾아도 뭐 별 수 없잖아요. 벌 받고 나온 사람인데.

유희 : 5명이나 죽인 사람인데 주변 사람들이 조심할 수 있게 얼굴을 알려야죠.

배달원 : 그래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현재 : 네?

배달원 : 아유. 저는 좀 어렵네요. 이제 그만 가 봐도 되죠?

현재 : 아 네네. (지갑에서 5 만원 몇 장을 건네며) 감사했습니다.

배달원 : (부끄럽게 웃으며) 모자이크는 꼭 해주세요.

현재 : 그럼요.


배달원은 유희현자와 인사를 나누고 사라지고, 유희와 현재는 소리 없는 환호를 지른다.

이런 모습이 잘 공감이 되지 않는 자춘.


현재 : 됐다.


S#45 현자TV의 A씨를 잡아라 - 김민수 편

청국장을 먹었던 식당 앞에 서서 멘트를 하는 현재. 식당 간판은 모자이크 처리 되어있지만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알아 볼 수 있어 보인다.


현재 : 1998년 전국을 경악스럽게 만든 김민수군 연쇄살인사건. 이 김민수군이 25년이 지난 현재 사회로 나와 여러분과 함께 평범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희 현재TV는 최근 김민수씨를 봤다는 김민수씨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모지리나TV의 리나BJ의 증언을 듣고 그를 토대로 김민수씨의 흔적을 추적해 봤습니다.

리나의 방에서 자춘의 카메라로 찍은 리나의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리나 : (준비했던 앨범을 꺼내며) 중1때라 그때 사진은 없고 제 친구가 김민수랑 초등학교도 같은 데 나왔거든요.. (김민수의 어린 사진이 뜬다.) 저도 김민수 관련기사 보고 뒤늦게 알았어요. 저랑 같은 학교 나온 지. 나중에 제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는 걸 알아서 들었는데, 반에서도 거의 있는 듯 없는 듯 했었대요. 이상한 책만 보고. 판타지 소설인데 사후세계 강령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기분 나쁜 거.. 제가요.. (울먹이며) 사실은 그 김민수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정신이 몽롱해져요..

현재 : 어디 쪽 길에서 보셨죠?


곧 자춘의 카메라로 찍은 백반집으로 화면 바뀌며 백반집 내부와 청국장이 보인다.


현재NA : 저희는 김민수씨가 출몰했다는 부천시 소재의 백반집 인근을 찾아와 그에 대해 물었지만 그렇게 큰 성과는 얻지 못했었습니다.


이모 : (폰을 멀찌 감치 떨어뜨려 보며) 글쎄요. 애기네?

자춘 : (카메라를 들며) 무서운 애기죠.


곧 화면 바뀌며 저녁이 될 때까지 김민수의 소재를 찾으며 취객과 싸우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던 모습들이 스케치로 보인다.


현재NA : 저희 현자TV 제작진은 늦은 밤까지 김민수씨의 소재를 찾으러 노력하던 도중 점점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숨어있던 김민수씨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해서 자춘이 녹음한 알바의 음성이 편집 돼서 나온다.


알바 : 친구 아니죠? ... 되게 수상해보여요.


현재NA : 저희는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선량한 시민분에 정보와 함께 운 좋게도 이 근처에서 수십년간 일해 오셨다는 배달 사업가분을 만나 김민수씨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 뒤 인형뽑기 앞에서 유희현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배달원의 모습이 편집 돼서 나온다.


배달원 : 그 사람인가.

자춘 : 오..! 아시겠어요?

배달원 : 찾으신다는 사람.. 친구 아니죠?

현재 : 네?

배달원 : (혼잣말) 그 사람 친구 없을 거 같은 사람인데.


곧 공원에 앉아 유희현자와 인터뷰를 하는 배달원이 편집 돼서 나온다.


배달원 : 와.. 완전 소름 돋네. 너무 예전 일이라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우리 동네 산다고? 눈이.. 그 눈이 사람 눈이 아니에요. 그게 분명 사람 눈은 사람 눈인데. 사람 같이 안 느껴지는 눈 본 적 있어요? 난 그런 얘기 예전에 몇 번 들어보고 그게 뭔가 했었는데 그 사람 눈 보고서 아 이게 그런 거구나 딱 왔다니까. 안광이라고 하잖아요. 사람은 그 느낌이 일반 사람 같지가 않아요. 아니 그냥 사람 같지가 않아. 뭔가 호랑이나 사자같이 살의가 숨겨지지 않는 눈빛이에요.

현재 : 혹시 배달 가셨을 때 그 사람 태도는 어땠어요? 예를 들면 적대적이었다든지 뭔가 수상하다든지.

배달원 : 수상한 사람들은 집도 되게 어둡고 음침하잖아요. 하는 짓도 뭔가 정신 나간 사람 같고. 눈이 딱 마주치면 서늘하단 말이지. 저도 기가 꽤 쌘 편인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무서워서.

자춘 : 주로 뭘 시켜먹었어요?

배달원 : 청국장이요. 청국장만 계속.

현재 : 사는 곳은 아세요?

배달원 : 완전 오르막길.

현재 : 오르막길요.

배달원 : 네. 불안할 만큼 오르막길이어서 기억이 나네요. 그 사람 봤을 때도 불안했으니까.


배달원이 떠난 공원에서 멘트하는 현재.


현재 : 저희는 20여년 전 무참히 연쇄살인을 저지른 김민수씨가 이 곳 식당가 근처에 출몰했다는 정보하나로 이 곳 일대에 김민수씨의 흔적을 찾아 나선 끝에, 김민수씨와 김민수씨의 소재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20여년 전 5명의 목숨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 김민수. 그는 권력의 힘을 입고 자신의 기록을 철저히 숨긴 채 우리 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현재 모습을 여러분께 공개할 때까지 저희 현자TV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재의 멘트가 끝나고 정보 영상이 뜬다. 김민수의 현재 모습을 예측해본 합성 사진과, 정보 자막들.


자막 : 부천시 타향동에 사는 것으로 추정 되고 있으며, 청국장을 좋아함. 가파른 오르막길에 살고 있음. 김민수와 관련하여 추가 정보를 아시는 분들께서는 제보 부탁드립니다. hyunjatv@never.com


S#46 저녁 현자의 아지트

현자TV의 영상이 끝나고 곧 이 영상이 보이는 현자의 아지트 모니터 화면이 보인다. 스크롤을 내리면 조회수 100만, 구독자는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새로고침을 하자, 110만에 5100명. 이를 보던 현자와 유희는 환호성을 지른다. 곧 소주병을 들어 잔을 하는 셋.


현재 : 됐다!

유희 : 이제 어그로 확실히 끌었으니까, 굳이 김민수 건 실패해도 다른 건으로 돌려막으면 계속 조회수 펌핑할 수 있겠어.

현재 : 에이~ 맘 먹고 시작 한 건데 확실히 김민수 찾아내야지.

자춘 : 그래~ 일단 시작한 거니까 제대로 해보고, 대신에 유희말대로 화제는 올렸으니까 너무 무리해서는 하지 말자.

현재 :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리얼인데. 지금 건 그냥 맛 배기야.

자춘 : 알아. 알지.

유희 : 아, 우리의 스승님께 감사 전화한번 올려야지.

현재 : 오! 맞다. 전화드려봐.


유희는 가가제트에게 영상통화를 거는데, 가가제트는 받지 않는다.


현재 : 바쁘신가?

유희 : 이 양반 또 게임하네.


유희는 계속해서 가가제트에게 영상통화를 걸고 가가제트는 결국 받는다.


가가제트 : 아 전화 작작걸어!!!


가가제트의 고함에 놀란 유희현자. 영상 속 가가제트는 몹시 초췌하고 불안해 보인다.


유희 : 아.. 죄송해요 바쁘신데. 근데 어디 아파요?

현자 : 죄송합니다.

가가제트 : 아니야. 별일 없어.

현재 : 저희 이번 영상 잘 돼서 감사인사 하려고 연락드린 건데 죄송해요.

가가제트 : 아., 잘됐구만. 그래 자네가 찾던 정의와 자존감은 찾았고?

현재 : 아직 정의는 못 찾았지만 자존감은 좀 찾았습니다.


영상 속 가가제트는 현재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까마귀처럼 깍깍 웃는다.

이 모습이 의아한 유희현자. 한참을 웃던 가가제트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으며 웃음을 그친다.


가가제트 : 여튼 다행이야. 지금 좀 취했나?

현재 : 아뇨. 먹은 지 얼마 안됐어요. 오세요!

가가제트 : 너무 취하진 말고.. 여튼 다시 보자구.

현재 : 아.. 네.

유희 : (현자에게) 잠깐만. (밖으로 나가며) 어. 무슨 일이야.


유희는 가가제트와 통화를 하며 밖으로 나가고 현재는 가가제트의 행동에 기분이 찝찝해진다. 자춘이 현재에게 병을 들자 현재도 병을 들어 잔을 한다.


현재 : 솔직히 좀 무섭다.

자춘 : 김민수 못 찾을까봐?

현재 : 아니 김민수 찾을까봐.

자춘 : 그냥 하지 말자. 딴 거 하자. 그냥 재밌는 거.

현재 : 난 그동안 너무 생각만 많았어. 이제는 그냥 부딪혀보고 싶다. 이런 기회가 다신 안 올 거 같아.


자춘은 말없이 술을 마시고 현재는 생각에 잠긴다.


S#47 오전 백반집

백반집에 들어서는 민수로 추정되는 남자. 이모가 남자를 반갑게 반기고 남자도 인사한다.


남자 : 청국장이요.

이모 : 바지락 넣어드릴까?

남자 : 네.


식사를 다 마친 남자가 계산을 하러 계산대로 오자 이모가 계산을 해주다 망설이며 말한다.


이모 : 저기 어제 이상한 사람들이 왔었는데..

남자 : 네?

이모 : 옛날 사진이라면서 어린 애 사진을 보여주는데 꼭 총각처럼 생겨서.

남자 : ...

이모 : 난 냅다 모른다고 했지. (망설이다) 총각 혹시 빚진 거 있어?.. 아니야 아니지. 내가 봤을 때 총각은 어디서 죄지을 사람 아니야. 내가 괜한 주책을 떨었네 미안해.

남자 :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아니에요.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백반집을 나와 구석 재떨이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다시 사람 구경을 하는 남자. 무표정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 화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아저씨.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는 양아치들. 자신에게 말하던 이모의 표정이 스친다. 이모의 눈과 입. 남자는 담배를 비벼 끄고 길을 나선다.


S#48 오후 연습실

중얼거리며 빈 연습실에 들어오는 남자. 연습실 앞 전신거울을 보며 스트레칭을 한다.


남자 : 내가 봤을 때에.. 총각은 어디서 죄지을.. 사람 아니야. 죄지을 사람 아니야.


곧 20대 여자단원 민지가 연습실로 조심히 들어오고 스트레칭을 하던 남자를 본다. 민지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거울에 비친 민지를 보고 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중얼거리는 남자.


남자 : 사람.. 아니야. 죄지을 사람 아니야.


S#49

공연 팀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공연팀은 곧 올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배우들은 각자 트레이닝 복장을 입고입지만 모두 극에 배역으로 빠져들어 있어 보이고, 배우들 앞에 연출진들이 앉아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다.


규진 : 법정에서 자네의 변호는 잘 봤네. 지난밤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른 살인귀 같지 않게 꽤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더군.

남자 : 사람의 영혼은 밤과 낮이 다르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제 영혼을 다해 재판에 임했을 뿐입니다.

규진 : 그럼 피터 자네의 변호로 목숨을 건진 헨리는 살인귀의 구제로 목숨을 건진 것이 되는 건가?

남자 : 살인귀라는 말은 의원님에 입에서 나오기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군요. 그러기엔 당신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지 않습니까? 네. 저를 살인귀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람들에 목숨을 거둔 행위들을 비판할지언정 제가 사람들에 목숨을 지킨 행위들은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규진 :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피터, 자네는 고결하게 살 수 있으면서 왜 살인을 하는 거지?

남자 : 의원님. 의원님은 아직도 제 말에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규진 : 무슨 말이지?


규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칼로 규진의 목을 베는 연기를 한다. 괴로워 하며 죽어가는 규진.


남자 : 고결하기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입니다.


남자의 연기를 보는 연출진들과 다른 배우들. 당연한 듯 차분한 남자의 표정. 그리고 살기어린 남자의 눈. 누군가는 소름이 돋은 듯 팔을 매만진다.


S#50 저녁 연습실

어느새 연습이 끝나고 배우들은 개인연습으로 남거나 연습실을 떠난다. 남자는 연출인 경수와 테이블에 앉아서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경수 : 내가 생각하기엔 피터가 조금 더 무감정하고 죄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 같거든.

남자 :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역할을 하다보니까 점점 생각이 바뀌게 되더라고요.

경수 : 어떻게?

남자 : 아무리 악인이고 악마라도 죄의식이 없진 않을 거 같은 거죠. 습관처럼 누군가를 죽인다고 해도 그 죄가 드러나지 않거나 사해진다고 해도.. 죄의식은 있을 거 같아요.

경수 : 싸이코패스라도?

남자 : 싸이코패스도 두려움이나 번거로움은 있을 테니까요.

경수 : 번거로움이라.

남자 : 죄의식으로 인한 번거로움은 인간관계에서 유리할 수 있죠. 피터같은 사람들한테는.


경수는 남자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고 남자의 눈을 쳐다보려다 시선을 흘린다. 애써 웃는 경수.


경수 : 야 무서워.

남자 : 아. 죄송합니다.

경수 : 아니야. 니 얘기도 설득력이 있어. 나도 좀 더 고민해 볼게.

남자 : 네.

경수 : 너무 빠져들진 마. 대학로 공연도 아니고 직장인 극단 작은 공연인데.

남자 : ..네.


S#51 저녁 상동호수


표정 없는 얼굴로 한강변을 걸으며 집으로 향하는 남자. 그리고 그 뒤를 민지가 따르고 있다. 남자의 뒷모습을 보는 민지. 남자가 뒤를 돌아 볼까봐 간격을 유지하며 눈치를 살피며 걷는다. 그러다가 곧 남자가 발걸음을 멈춰 서고, 민지도 따라 멈춰 선다. 남자가 돌아본다. 민지의 표정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 있는 듯하다. 둘은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딴다. 한동안의 정적. 민지는 정적이 불편한 듯 보인다.


민지 : 연습 잘 되가세요?

남자 : 어.

민지 : 3막 장면 어렵죠.

남자 : 아니.

민지 : ...

남자 : 넌?

민지 : 네?

남자 : 어때.

민지 : 전 좋아요.

남자 : 다행이네.

민지 : 네.

남자 : ...

민지 : 약간 힘들 때도 있어요.

남자 : 어떤 거.

민지 : 가끔 연출오빠가 집요하게 몰아칠 때.


남자가 피식 웃자. 민지는 조금 긴장이 풀린 듯 함께 웃는다.


민지 : 오빠가 생각했을 땐요.

남자 : 어.


“야이 새끼야!”


그때 앞에서 고함소리가 들리고, 남자와 민지는 앞으로 시선을 돌린다. 자전거 앞에 넘어져 있는 5살 정도에 여자아이. 자전거는 겨우 그 앞에 서서 안도하고 있다.


라이더 : 야! 너 미쳤어!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해!


아이는 자전거에 치일 뻔 한 상황과 라이더에 고함에 울지도 못하고 굳어있다. 곧 뒤에서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뛰어온다.


아이 아빠 : 야 너 뭐라고 그랬어. 새끼?

라이더 : 아, 애를 이렇게 막 두시면 어떡해요.

아이 아빠 : 이 개새끼가 어디서 잘했다고 소릴 질러!

라이더 : 뭐요? 아저씨 미쳤어요? 애를 잘 간수하라고요!


흥분한 아이 아빠와 라이더는 고성으로 말싸움을 시작하고 조용했던 공원은 곧 시끄러워진다.


민지 : 와. 완전 어이없다. 아이한테 소리 지른 거 봤어요?

남자 : 어.

민지 : 아이 아빠 완전 멋있다.

남자 : 저건 아니지.

민지 : ...

남자 : 애 잘못도 있어.

민지 : 그래도 자기 애니까 화나지 않을까요?

남자 : 화가 나겠지.

민지 : 오빠 같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남자 : 아이 다친데 없나 보고 사과했을 거 같아.

민지 : 라이더한테?

남자 : 응.

민지 : 성인군자시네.

남자 : 그리고 죽였겠지.

민지 : 네?

남자 : 맘속으로.

민지 : 아..

남자 : 뭐든지 터트리는 것 보다는 삭히는 게 낫다는 말이야.

민지 : ...저는 아빠가 없어서 저렇게 아빠가 나서서 도와주는 거 보면 멋있고 부러워요.

남자 : 그렇구나.

민지 : 저 5살 때 엄마가 이혼했거든요. 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아빠가 엄마를 많이 때렸대요. ...가끔 어떻게 지낼까 생각나요.

남자 : 쉽지 않은 일인데.

민지 : 네?

남자 : 가끔. 아주 가끔.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해..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는.

민지 : ...

남자 : 아버지께서도 지금 그러셨으면 좋겠다.


어느새 아이를 털어주고 함께 걸어가는 아이 아빠가 보인다. 남자는 별 표정 없이 이를 보고 있고, 민지는 남자를 보다가 아이와 아빠를 본다.


S#52 밤 주택가

남자는 홀로 인적 드문 주택가를 걷는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비틀거리며 걷는 여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남자의 눈이 번뜩인다. 그러다가 곧 골목길을 벗어나자 남자는 주변을 살핀다. 편의점 앞에 야식을 사 들고 나오던 태상이 보인다. 둘은 서로 아는 듯 목례하고 태상은 남자에게 다가온다. 둘은 담배를 피워 물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들리지 않는다.


S#53 밤 남자의 집

깔끔하고 안락하게 정돈 된 남자의 집. 남자는 소주를 마시며 무언가를 보고 있다. 그건 현자TV의 김민수편 방송.


배달원 : 수상한 사람들은 집도 되게 어둡고 음침하잖아요. 하는 짓도 뭔가 정신 나간 사람 같고. 눈이 딱 마주치면 서늘하단 말이지. 저도 기가 꽤 쌘 편인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무서워서.

남자 : 하는.. 짓도.. 뭔가 정신 나간 사람 같고.. 하는 짓도.. 정신 나간 사람.. 같고.


배달원의 모자이크 된 얼굴이 점점 클로즈업 돼서 보인다. 남자는 계속 중얼거린다. 취기가 오른 남자의 눈빛이 이성을 잃은 눈빛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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