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집 _ 안녕 A씨

사냥꾼 _ 3

by 원유

유희현자는 고생하며 취재를 이어가지만 예상치 못한일로 갈등을 빚다가 헤어지게 된다. 주변을 배회하던 유희는 김민수의 유력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수상한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S#54 오전 ~ 오후 부천 주택가

유희현자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들어 하며 걸어 올라가고 있다. 이 길, 저 길, 민수의 동네 험난한 오르막길 이곳 저곳 오른다. 결국 오후가 돼서 자춘은 한계가 온 듯 멈춰서고, 현재와 유희도 멈춰 선다.

자춘 : 와나 한계. 한계 한계.


현재 : 카메라 줘. 내가 들고 갈게.


유희 : 니가 들면 어떡해. 나한테 줘. 근데 이거 맞나 싶다.


현재 :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이렇게 스케치 찍으면서 정보 수집해야지.


유희 : 나는.. 모르겠다..


이 때 유희현재가 서있던 빌라의 문이 열리며 꼬장꼬장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나온다.


할아버지 : 여기서 뭣들 하냐.


유희 :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현자TV인데요.


할아버지 : 뭔티비?


현재 : 사람 좀 찾으려고 왔어요. (핸드폰으로 김민수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이 사람..


할아버지 : (보지도 않고 손에 있던 소금을 유희현재에게 뿌려댄다.) 꺼져 이 새끼들아.


자춘 : 아우..! 할아버지 왜 이러세요?


할아버지 : 너희 요즘 동네에서 수상한 짓 하고 다니는 놈들이지? 그래. 누구 찾는다고? (소금을 다시 뿌리며) 찾아서 어쩌려고 머저리 새끼들아.


현재 : 동네 안전 지키려고 이러는 건데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 동네안전? 동네안전을 경찰이 지켜야지 니들이 뭔데 나서. 오냐 안 되겠다 기다려.


할아버지가 다시 건물로 들어가고,


자춘 : 야! 물뿌린다! 물뿌린다! 튀어!


유희 : 꺅!


유희현자는 내리막길로 위험천만에게 도망치고 할아버지는 뒤늦게 나와 물을 뿌린다.

유희현자는 골목길로 도망쳐 오는데 순찰하던 경찰과 마주친다. 유희현자는 경찰을 피해 다른 길로 가려고 하지만 이미 경찰들은 수상함을 느끼고 유희현자를 따라잡는다.


경찰1 : 여기서 뭐 하세요?


현재 : 아, 저희는 인터넷 방송국팀인데요. 지금 취재하던 중이에요.


경찰1 : 인터넷 방송국어디요.


자춘 : 현.. 현자TV입니다.


경찰2 : 현자TV? (핸드폰으로 검색한다.) 김민수 사건? 이걸 왜 해요?


현재 : 아.. 김민수씨가 희대에 악질범죄자인 만큼 저희가 신상을 널리 알려서 주민들 안전을 보호하려고요.


경찰2 : 하참..


경찰1 :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일을 벌여요?


현재 :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싶어서요.


경찰1 : 누가 위험에 처했다는데요. 위험에 처했다는 사람 있어요?


경찰2 : 선생님들. 요즘에 인터넷방송이다 뭐다 해서 관심끌고 싶은 거 알겠는데. 이런 거 시민들 안정에 더 도움이 안 되요. 가만 보니까 여기저기 다니면서 김민수 신원파악하려는 거 같은데, 그거 들으면 시민들이 안심하겠어요 불안하겠어요?


현재 : 그.. 김민수씨가 아직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경찰1 : 그러니까 그걸 왜 당신이 예상하고 판단해요.


경찰2 : 25년 전에 죄짓고 10년 전에 벌 받고 나온 사람을 왜 또 들쑤시냐고요.


현재 : 그러니까 김민수가 위험한 사람이니까.. 저는 시민들이


경찰2 : 아저씨. 아저씨는 김민수가 위험한 사람이길 바라는 사람같은데요?


현재 : 네?


경찰1 : 여튼 이 동네에서 다시 소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가세요. 다음번엔 또 이러다 걸리시면 길이 아니라 서로 가서 얘기할 테니까.


자춘 : 죄송합니다.. 가자.


경찰2 : 어디가요. 신분증 꺼내요. (수첩 꺼내며) 연락처.


경찰2의 손목에 미키마우스 시계가 보인다. 골목길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경찰들에게 혼나는 유희현자.


S#55 오후 식당

배달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희현재.


배달원 : 오르막길이고 자시고 영상을 그렇게 내보내시면 어떡해요. 저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전화번호가 없어서. 아니 사람 말을 그렇게 맘대로 편집해서 내보내도 되는 거예요? 저 완전 손님 험담이나 하는 양아치 됐잖아요. 모자이크도 얕게해서 주변사람들이 저인지 다 알아봐요. 어쩔 거예요?


현재 :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런 의도가..


배달원 : 무슨 그런 의도가 없어요! 그 사람이 저 해코지 하면 어쩔 거예요? 예? 저 죽으면 그쪽이 책임져요?


자춘 : 에이.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배달원 : 영상 내려주세요.


유희 : 네?


배달원 : 영상 내려달라고요. 저 안 그러면 소송 걸 거예요.


자춘 : 소송..? 저 사장님 진정하시고요.


현재 : 아저씨. 돈 받으셨잖아요.


배달원 : 네?


현재 : 그때 저희랑 인터뷰 하시고 돈 받으신 거 아니에요? 인터뷰료로 받으신 거잖아요. 그렇게 돈 받고 합의하셨으면 저희가 영상으로 회를 치던 지지고 볶던 저희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


배달원 : ..뭐라고요?


자춘 : (현재에게) 야.


현재 : (유희에게) 피디님. 이 분께서 소송진행 하신다고 하시니까 저희도 나름대로 법률팀한테 코멘트 해놔야겠네요.


유희 : 아.. 연락해 둘게요.


현재 : 소송요. 할 테면 해보세요. 저희는 이미 선생님께 내용고지랑 보상 다 해드렸으니까.


배달원 : ...


현재 : 어떡하시겠어요?


배달원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이고 유희와 자춘은 이런 현재의 모습이 좋지 않다.


S#56 오후 식당 앞

식당 앞을 나오는 현재와 그 뒤를 따라오는 유희.


유희 : 야. 너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현재 : 그럼 어떡해. 소송 건다는데.


유희 : 그냥 나오는 장면 편집해준다고 하지.


현재 : 그 장면이 제일 중요한 장면인데 어떡해.


자춘 : 에이. 싸우지들 말고. 그래도 잘 타이르고 나왔으니까 앞으로 잘 하면 되지.


현재 : 잘 타이르긴 뭘 타일러. 내 연락처는 왜 줘!


자춘 : 너무 걱정하니까 그러지..


현재 : 야 너는 그렇게 물렁해서 어떡하냐.


현재의 말을 듣고 있던 유희의 실소가 터진다.


현재 : 뭐냐.


유희 : 너 왜 이렇게 진지해?


현재 : 무슨 말이야.


유희 : 야. 너 내가 이렇게 까지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순진한거냐 바보 병신인거냐.


현재 :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해지기 전에 다른데 인터뷰 갈 거니까. 아, 야. 너 가고 싶으면 가도 돼. 가고, 가가제트씨한테는 내가 따로 얘기 할 테니까..


유희 : 너 진짜 아무것도 몰라?


현재 : 뭐가.


유희 : 주작이야.


현재 : 뭐?


유희 : 주작이라고 병신아.


자춘 : 뭐라는 거야..


유희 : 너희 모지리나 채널 영상들 다 안 봤지?


현재 : ...


유희 : 이럴 줄 알았지. 내가 그동안 너희들이 병신미가 있어서 같이 다녔는데 싸가지 없는 건 얘기가 좀 다르지. 가가제트랑 연락하건 말건 맘대로들 하시고, 난 간다. 재밌었는데.. 빨리 상하네.


자춘 : (애써 웃으며) 야. 장난하지 말고.


자춘은 유희를 달래려 하지만 유희는 가운데 손가락을 뻗치며 현자를 떠난다.


현재 : 주작이라고?..


S#57 모지리나TV 영상 _ 실내 어두운 공간의 최면실

어두운 공간 최면실. 리나가 쇼파에 등을 기대 눈을 감고 있다. 몇몇 기괴한 소품들과 초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려는 듯 보이지만 여간 어설프다.


최면술사 : 쉿- 고잉. 딱! 이제 당신에 전생이 보입니다.. 당신의 전생은 어떤 모습인가요.


리나 : 비단.. 비단 옷을 입고 있어요..


최면술사 : 비단뱀인가요..?


리나 : 아뇨.. 화려한 비단 뱀, 아니 비단 옷을 입고 있어요.


최면술사 : 전생에 귀족이었나 보군요.


리나 : 네.. (울먹이며) 저는 울고 있어요..


최면술사 : 왜죠?


리나 : 사또가.. 사또가 수청을..


최면술사 : (매우 안타까워하며 한숨) 당신은 심청이었군요.


리나 : 아뇨 춘향이요..


최면술사 : 아 맞다 춘향이요..


S#58 모지리나TV 영상 _ 늦은 밤 폐공장


야간투시화면으로 폐공장 탐험을 하는 리나가 보인다.


리나 : 저는 지금 화성에 소재한 폐공장을 탐사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심령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장소로도 잘 알려진 곳인데요.


‘탁..탁탁!’


리나 : 꺄악! 저거 뭐야?


카메라맨 : 뭐뭐.


리나 : 저기 누가 있어.


카메라맨 :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가보며) 어디. 없어 아무도.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돌려 다시 리나를 보면, 리나가 가만히 서있다.


카메라맨 : 리나야.


리나 : ...


카메라맨 : 리나야. 리나..


리나 : (싸늘하게 카메라맨을 보며) 오라버니는 내가 아직 리나로 보이세요..?


카메라맨 : ...리나야..! 정신차려..! 


카메라맨이 리나의 뺨을 살짝살짝 치다가 귓가에 잘못 맞는다.


리나 : 아 시발.


카메라맨 : 괜찮아?


S#59 오후 리나의 방

크로마 천을 거두고 창을 열어 빛이 들어오는 리나의 방. 창가로 들어온 빛으로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던 어지러진 리나의 방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리나는 친구 연희와 함께 쇼파에 앉아있고, 그 앞에 현자가 바닥에 앉아 리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현재 : 주작인가요?


리나 : 뭐가요?


현재 : 김민수사건.


리나 : 김민수사건이 주작이래요?


현재 : 아니요. 김민수 봤다는 거 주작 아니에요? 김민수랑 동창이라는 거 주작 아니냐고요.


리나 : (친구를 연희를 보며) 이 사람들 뭐래니. 저 김민수랑 동창 맞거든요?


자춘 : 앨범 줘 봐요.


리나 : (첩산 중 앨범 꺼내주며) 아 여기요!


자춘 : 몇 학년 몇 반.


리나 : 졸업앨범에 5학년도 있어요?


자춘 : 여튼. 김민수 몇 반이에요?


리나 : 선밴데 있겠어요? 그리고 전학갔다니까.


자춘 : 리나씨는요.


리나 : 3반.


자춘 : 리나.. 이 나.. 어, 외자였구나.


리나 : 네. 이 나요.


자춘 : (웃음) 근데 얼굴이 틀려.


리나 : (앨범을 뺏으며) 아 짜증나.


현재 : 잠깐만.


리나 : 왜요.


현재 : 성형했을 수도 있겠네요.


연희 : (웃음 터뜨리며) 개웃.


리나 : 아니 그 생각을 이제야 했어요?


현재 : 그럼 진짜 주작이라고?


연희 : 아니 고발프로그램 말고 이런 걸 날로 찍지 개 웃긴데.


현재 : (흥분해서) 아니 시발 진짜 주작이라고!?


리나 : 야. 너 말 가려서해라.


현재 : 시발 지금 말을 가려서 하게 생겼어?


리나 : 너 털리고 싶어?


현재 : 뭐?


연희 : (담배 물며) 신상 털리고 싶냐고. 얼굴 못 들고 다니고 싶어?


리나 : 아저씨들. 제가 가가제트씨만큼은 아니어도 뻐꾸기 날리면 아저씨들 한동안 괴롭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


현자 : ...


리나 : 가가제트씨 봐서 구독자 10명도 안되던 거 만 명까지 모이게 해드렸으면 감사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디서 감사인사는 못할망정 욕 지랄이야!


갑작스런 리나의 고함으로 리나의 방엔 정적이 흐른다.


자춘 : 이 친구가 오늘 너무 데여서 그러니까 기분 푸시고.


리나 : (여유있게 웃으며) 됐고. 알겠으니까 그만 가보세요.

자춘은 넋 나간 현재를 데리고 리나의 방에서 나가려는데, 리나가 현재의 등에 대고 말한다.

리나 : 과장이 없진 않은데, 김민수 본 건 진짜에요.


자춘 : 네?


리나 : 완전 주작은 아니라고.


S#60 해질녘 리나의 집 앞

힘없이 리나의 집 앞을 나온 현재와 자춘. 외진 길가에 주저 앉는다.


자춘 : 현재야.


현재 : ...


자춘 : 이만하면 됐어. 그만하자.


현재 : ...


자춘 : 구독자도 이제 꽤 모였으니까 다른 소재로 아무개 찾아가면 돼. 우리 망한 거 아니야. 괜찮아.


현재 : 김민수건 주작인 거 밝혀지면 우리 채널 폭망이야.


자춘 : 야. 주작 아니라잖아. 주작이라고 해도, 우리도 속은 거니까 서로 오해가 있었다고 잘 설명하고 앞으로 재밌게 다른 컨텐츠 잘 만들면 되지.


현재 : 어떻게든.. 주작이 아니어야 돼. 가가제트도 일단 한번 접수하면 기건 아니건 털어버린다며. 우리도 그렇게 해야 돼. 맞다. 가가제트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일단 진짜 김민수 찾을 때까지 떡밥을 계속 던져 놔야겠는데 뭘로 어그로를 끌지? 대역을 쓸까?


자춘 : 대역?


현재 : 어, 대역. 진짜 김민수 찾을 때까지 대역쓰면 돼. 어차피 모자이크랑 음성변조하면 되니까. 너 주변에 김민수 이미지 맞을만한 배우 없어?


자춘 : (어이없는 웃음이 터지며) 이 새끼 완전 돌았네.


현재 : 어 나 돌았어. 야. 너도 해보니까 알겠지 않아? 이 바닥 안 미치면 못해. 아니 어느바닥이던 그럴걸?

현재는 점점 알 수 없는 말과 욕설들을 중얼거리고 자춘은 조용히 카메라를 현재에게 넘긴다.


자춘 : 친구야. 난 이건 아닌 거 같아.


현재 : ...


자춘 : 너가 이걸 안 하길 바래.


현재 : 그럼 꺼져. 나 혼자 할 테니까.


자춘 : 더 말리고 싶은데. 안 듣겠지.


현재 : 너 내가 계속 얘기했지. 넌 물렁한 게 탈이야. 그래서 계속 그 나이 먹도록 죽 쓰는 거야.


자춘 : 갈게.


현재 : 병신. 또 엄마한테 가지.


자춘 : 넌 좋은 선택할 거야.


씁쓸한 표정의 자춘은 앉아있는 현재를 떠나고, 한동안 앉아 있던 현재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한다. 현재의 얼굴이 젖어있다. 현재는 눈물을 닦으며 걸어가는데 자전거 한 대에 탄 중학생 두 명이 현재의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간다. 자전거 뒷자리에서 현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유유히 사라지는 자전거편의 중학생 우식. 그리고 그 앞에서 운전하는 중학생 준만.


S#61 저녁 편의점 앞

유희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나온다. 담배를 입에 물고는 편의점 뒤 인형뽑기로 가서 인형을 뽑는 유희. 누군가 유희에게 라이터를 내민다. 자상한 인상의 40대 남자 태상이다. 유희는 고개를 흔들며 거절한다.

태상 : 민수씨 찾는다면서요?


유희는 게임을 하다말고 태상을 돌아본다.


유희 : 김민수씨를 아세요?


태상 : 네. 전에 같이 일했었거든요. 근데 요즘엔 그냥 동네에서 가끔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에요.


유희 : 사진있어요?


태상 : 번호가 얼마 전에 바뀌었는지 카톡도 없고 SNS도 안하고.


유희 : (다시 인형뽑기로 시선을 돌리며) 아..


태상 : 예전에 쓰던 폰에 같이 찍은 사진있을 텐데.


유희 : (다시 돌아보며) 진짜요?


태상 : 근데 집에 있어요. 드릴까요?


유희 : 아, 제 번호 드릴 테니까..


태상 : 바로 드릴게요. 근데 제가 짐이 좀 많아서 같이 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카메라가 넓게 비추면 태상의 옆에 사과박스 2박스가 있다.


태상 : 사과가 무거워.


유희 : 근처에요?


태상 : 네. 바로 앞이에요.


유희 : 가시죠.


유희는 태상과 사과박스를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그들이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면 인형뽑기 앞으로 부제 ‘3. 대면’ 이 뜬다.

작가의 이전글탈락집 _ 안녕 A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