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집 _ 안녕 A씨

대면 _ 2

by 원유

S#74 밤. 현자의 아지트.

홀로 외롭게 술잔을 기울이는 현재.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현재는 왠지 불길한 시선으로 입구 쪽을 본다. 비틀거리며 입구로 가 문을 잠그려는데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온다.

현재 : 누.. 누구세요?


남자 : 아.. 저요.


현재 : ...


남자 : 저는 A라고 합니다.

자신을 A라고 소개한 남자는 보통 체격에 평범한 인상. 하지만 무언가 싸늘한 느낌을 풍긴다. A는 현재에게 다가오고, 현재는 다리가 풀려 주저 앉는다.


A : 아이쿠. 놀라셨나보네.


현재 : ...여긴 어떻게 아셨어요?


A : 채널에 올린 영상들을 주욱 보다보니까 대충 어디일지 알겠더라구요. 어렵지 않던데.


현재 : ...


A : 너무 놀라지 말아요. 해코지 하러 온 건 아니니까.


현재 : ..그럼.


A : 오히려 현재씨 구해주러 왔어요.


현재 : 네?


A : 김민수 사건. 제대로 알고 싶어요?


현재 : 혹시.. 김민수씨.


A : 제가 김민수씨는 아니고.


현재 : ...


A : (웃음) 저는 민수 친구.


S#75 1998년의 아침. 첩산중학교 옥상.

친구를 앞에 두고 옥상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여학생.


친구 : 야. 그만 내려와.


학생 : 괜찮아~ 안 죽어.


S#76 아침. 중학교 교실.


곧 교실 여학생이 앉은 뒤편 창가로 누군가 떨어진다.


여학생 : 꺄악!!!!!!!!!


S#77 아침. 중학교 화단.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난데없는 소녀의 비명에 소녀2도 비명을 지른다. 아직 학생들이 별로 등교하지 않은 학교의 화단에는 추락사한 여학생이 슬픈 눈을 미쳐 감지 못 한 채 식어있다.


A NA : 처음엔 안타까운 사고였어요. 그런데 알잖아요. 어린 애들은 큰 사고가 나면 이상한 소문 만들어 내는 거.


S#78 해질녘. 중학교 방과 후 교실.

빈 교실에 엎드려 자고 있는 남학생. 왜소하고 허약해 보인다.


A NA : 사고 나고 몇 달 뒤부터 떨어진 애가 귀신에 홀려서 그렇게 됐다. 떨어진 애가 귀신이 됐다. 이상한 소문들이 학교에 나돌았어요.


뒤늦게 깬 남학생은 두려움을 느낀다. 남학생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남학생은 숨죽이며 기회를 노리다가 교실을 뛰쳐 나간다.

S#79 해질녘. 중학교 계단.

두려움에 질려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남학생. 발을 헛디딘다.

바깥 빈 계단에서 쿵쿵 대며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곧 다리가 꺾인 남학생이

떨어져 내려온다.


A NA : 첫 번째 사고가 나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또 사망사고가 나니까 소문에 힘이 더 붙기 시작했어요. 귀신이 친구들을 데려간다. 몇 명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 데려 갈꺼다 등등.


S#80 겨울 밤. 중학교 교실.

어둑한 교실에 남녀학생 둘이 들어온다.


A NA : 그러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니까 소문은 학교에 전설 같은 게 됐어요. 시험기간에 귀신을 보면 성적이 오른다더라. 고민을 해결해준다 같은. 두려운 기색의 남녀학생은 교실 어두운 틈에 숨는다.


S#81 겨울 밤. 중학교 복도.

손전등을 들고 순찰하는 무섭게 생긴 당직선생님. 교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는 교실을 비춘다.


S#82 겨울 밤. 중학교 교실.

당직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선다. 이곳저곳을 비춘다. 아무도 없다.


S#83 겨울 밤. 중학교 교실 밖 창문난간.

아슬아슬한 창문난간에 겨우 붙어 있는 두 학생.

남학생이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자, 여학생이 아슬아슬하게 남학생을 잡는다.

하지만 여학생의 몸도 중심을 잃는다.


S#84 겨울 밤. 중학교 복도.

교실에서 나와 다시 걷는 당직선생님. 곧, 쿵 소리가 난다.


A NA : 둘 다 크게 다치긴 했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어요. 근데 두 애 학부모가 지역에서 짱짱하던 양반들이라 창피한 소문나는게 싫었는지 사고 이후로 애들을 바로 유학보내버렸어요. 그런데 소문내는 거 좋아하는 애들은 뭐라고 하겠어요. 둘 다 죽었다고 했죠. 오히려 죽었는데 유학보냈다고 좋게 말하는 거라고. 애들은 귀신한테 잡혀서 죽은 거라고.


S#85 밤. 현자의 아지트.

어느새 차를 놓고 마시고 있는 현재와 A.


현재 : 한 달 새 벌어진 일들이 아니네요?


A : 햇수로 따지면 2년이죠. 소문은 각색되잖아요.


현재 : 그런데.. 김민수씨랑은 이 일이 어떤 연관이 있는 거예요?


A : ...


A는 한동안 말없이 찻잔을 보다가 후륵 마신다.


A : 그러니까요.


S#86 낮. 중학교 교실.

조용히 수업 중인 교실. 수학교과서 뒤로 미스테리 관련 서적을 읽는 소년 민수.


A NA : 애들이 민수를 무서워했었어요.


이런 민수를 보며 쑥덕이는 학생 둘.


A NA : 민수가 힘이 쎄서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독특한 취미가 있었거든요. 미스테리물을 좋아했어요. SF. 마법 뭐 이런 것들.


시선을 느낀 민수는 학생 둘을 가만히 쳐다본다.


A NA : 애초에 분위기가 싸한 애기도 해서 애들이 더 무서워했죠. 뭐 저주를 건다. 칼로 찌른 사람이 있다.

선생님은 이런 민수를 부르고 매질을 한다. 무표정으로 맞는 민수. 이런 민수를 두려움과 혐오의 시선으로 보는 학생들. 그리고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는 어린 A. 민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한다.

S#87 낮. 중학교 복도.

복도를 걷는 민수. 그리고 그를 보며 술렁이는 학생들.


A NA : 점점 변질되던 귀신 소문은 민수와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민수가 귀신을 불렀다. 민수가 아이들한테 저주를 걸어 죽였다.

복도에서 민수를 마주친 어린 A. 민수를 피해간다.


S#88 낮. 교실.

창밖으로 학교를 떠나는 어린 민수가 보인다.


A NA : 결국에 민수는 학교를 떠났죠. 그리고 해가 지나면서 소문은 더 불려졌어요. 민수가 아이들한테 저주를 걸었다는 거에서, 민수가 직접 죽였다는 걸로. 민수가 한 달 동안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갔다는 걸로.


S#89 밤. 현자의 아지트.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재. 그에 비해 초탈한 듯 차분한 A.


A는 가방에서 자료철을 꺼내 현재에게 넘긴다.

A : 당시 사고들 스크랩한 거예요. 학교에 한번 찾아가라도 보시지. 그럼 대충 예상은 했을 텐데.


현재 : 아.. 저는.


A : 그러니까. 여기까지 하시는 게 현재씨한테 좋겠어요.


현재 : 민수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세요?


A : 제가 알면.


현재 : ...


A : 알려 드리겠어요?


둘 사이에 정적.


현재 : 저.. 선생님. 제가 제안 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A : 아뇨.


현재 : 제가 민수님 누명을 풀 수 있게 기회를 주십시오.


A : 괜찮아요.


현재 : 아뇨.. 제가 지금까지 조사한 데이터도 있고 지금 저희 채널이 대중들한테 주목도 받고 있으니까.


A : 제 말에 요지를 파악 못하신 건가요?


현재 : ...


A : 아니면 파악하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현재 : ...아니 까놓고 선생님 말이 다 진짜일 수도 있는데..


A : ...


현재 :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A를 노려보던 현재. A가 내놓은 자료철에도 눈이 간다.

현재 : 아니. 뭐. 이런 자료집가지고 진실은 이렇다 얘기할 수 있죠. 있는데, 이거랑 별도로 김민수사건에 뭔가 구린 점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A : ...


A는 가방에서 자료집 하나를 더 꺼낸다.


A : ...이렇게 나오실 줄 알고 제가 따로 준비한 건데.


현재 : ...


A : 꺼내지 않길 바랬습니다.


현재 : 이게 뭔데요. 뭐 추가 자료 그런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은 누구세요? 진짜 김민수 친구 맞아요? 딱 보니까 누구 청탁받고 온 거 같은데 괜한 자료집 가지고 와서 사람 회유나 하고 말이야. 그거 뭐예요? 김민수씨 자료에요?


A : ...나현재씨 자료입니다.


현재 : ...네?


A : 나현재씨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나현재씨 조사자료.


현재 : ...


A : 스스로 깨끗하게만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 아니.. 이게 무슨.


A :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 말 안 들을 거 같고. 저는 제 나름대로 자료들을 토대로 제 친구 명예를 지켜줄 생각이에요. 물론 이 자료도 함께 공개할 생각이고.


현재 : 선생님. 이건..


A : 왜요. 현재씨는 남 털면서 남들은 현재씨 털면 안되요?


현재 : ...


A : 갑니다.


굳어있는 현재를 두고 A는 일어서 떠나려 한다. 그러자 현재는 A 앞에 무릎을 꿇는다.

현재 :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현재를 측은히 바라보는 A.


A : 현재씨. 앞으로는 과거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요.


A는 현재의 어깨를 두드리곤 떠난다.

S#90 밤. 가가제트의 건물 앞.

눈물을 흘리며 가가제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규만.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가가제트.


규만 : 나.. 나 아니야. 나 아니라고..!


구급차가 도착한다. 규만은 실려가는 가가제트를 보며 서럽게 운다. 가가제트의 뿌연 시야로 규만이 멀어진다.


S#91 밤. 현자의 아지트.

A가 놓고 간 자료집을 보는 현재. A가 말했던 사건들을 스크랩한 기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나현재씨 자료집’을 뜯어 펼치는 현재. 자료집의 내용은 백지다. 힘이 빠지면서 자료집을 놓치는 현재. 자료집이 뜯기며 빈 종이들이 흩어진다.

S#92 오후. 빈 학교.

자춘은 청소업체 대표인 어머니를 도와 빈 학교를 청소하고 있다. 자춘은 창틀에 뭍은 검은 자국을 지워내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포기하려는 자춘. 이때 어머니가 와서 약품을 바르자 깨끗이 지워진다.

어머니 : 닦으려고 해도 절대 안 닦여지는 것들이 있긴 한데, 그래도 어지간해서는 다 닦여. 해봐.


자춘 : 오. 엄마 멋있는데?


어머니 : 원래 사람은 자기 일할 때가 멋있는 거야.


자춘 : 난 어때?


어머니 : (창틀을 마저 닦으며) 넌 이쪽은 영 태가 안 난다. 저기 니 친구 돕겠다고 왔으니까 어디 좀 열심히 해봐봐.


어설프게 청소복을 입고 자춘에 눈치를 보며 오는 현재.

현재와 자춘은 묵묵하게 학교 이곳 저곳을 닦고 치운다. 청소를 다 마쳤을 때 쯤엔 해가 저문다. 현재와 자춘은 학교를 둘러보다 걸어 나온다.


S#93 저녁 식당

처음 온 식당인 듯 메뉴를 보는 자춘과 현재.

현재 : 나는 김치찌개.


자춘 : 난 청국장. 소주 안 먹어?


현재 : 응. 너 먹어?


자춘 : 나도 됐어.


현재 : 사장님.


사장 : 네~


현재 : 김치찌개랑 청국장 주세요.

말없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현자. 식사를 다 마치고 떠나는 현재는 식당 주인에 얼굴을 유심히 본다. 어딜 가서도 쉽게 볼 법한 평범하게 생긴 인상.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 사람들도 본다. 각각의 인상. 각각의 사람들. 그리고 자춘과. 현재의 모습.


S#94 가가제트의 방송.

사과방송을 하는 가가제트의 모습과

S#95 음식점 낮.

현재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배달원의 모습.


S#96 리나의 집.

크로마천을 뒤로하고 영혼없는 표정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리나.

S#97 밤. 거리.

민간 방범대 활동을 하고있는 유희.


S#98 낮. 사무실.

회사에서 평범하게 업무를 보고 있는 A.


S#99 대기실.

분장한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는 규만. 무릎 위에 손이 떨린다.

규만 뒤에 민지가 나타난다. 규만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민지의 미소. 그리고 규만의 아주 희미한 미소.


S#100 극장 커튼콜.

관객들의 박수와 함께 극단원들이 무대로 나와 인사하며 박수치고, 마지막에 규진과 규만이 나온다. 모두와 함께 박수치는 규만.


END TITLE _ 안녕, A씨. Goodbye Mr.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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