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사이

봄이 올까요

by 오늘의 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3월 중순, 확정의 날이 되었다.


판사님을 만나기 전 대기실에는

열 몇 팀 되어 보이는

(아직까지는) 부부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곧 있으면

부부가 아니라는 확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그 공간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그 어떤 생물을 가져다 두어도

말라 죽어버릴 만큼.


교회 예배 의자처럼

전면을 바라보고 앉는 의자마다

한 팀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가까이 앉기도 이상하고

멀리 앉기도 어색한

참으로 애매한 거리에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붙였다.


열린 판사님 방 너머로

다른 팀들의 합의 내용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 확정의 대답을

육성으로 내뱉는다.


마치

결혼 선언처럼.


“그래 맞아, 그때도 그랬지.”


우리는 끝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며

울지 않겠다고 수백 번을 다짐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딸 아이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울음이 뻥 하고 터져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 앉은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눈물을 닦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뿐이었다.


“이혼에 합의하십니까?”

마지막

판사님의 물음에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


떨리던 성혼 선언의 그 순간이

겹쳐 보인 것은

나뿐이었을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는

문을 나서며

다음 주 중에 본인이

구청에 확정 서류를 내겠다고 말했다.


몰래 번진 눈물 자국을 지우며

나는 대답했다.


“아니, 내일 내가 할게.”


이번에는,

그 시작을

내가 직접 하고 싶었다.


법원 밖으로 나오자

거리는 따뜻한 햇살로 데워져 있었다.


그렇게

봄은 이미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