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사부작
4월은 참 얄궂은 계절이다.
따스한 햇살이 들 때면
이제 정말 봄이구나 싶다가도,
새찬 바람이 불면
아직은 아닌가
착각이 드는 날들의 연속.
내 마음도 꼭 그 계절 같았다.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다시 휘청였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울컥울컥 차오르는 순간을
자주 마주했다.
신혼부터 시작했던 집.
집은 그대로인데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온 집안을 다 헤집고 싶어졌다.
상담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면
구조를 바꿔보라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라고.
그래서 결심했다.
당장 정리되지 않는 이 집에서
같은 공간이라도
다르게 살아보기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사부작 사부작
가구를 옮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전 남편과 살 때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배치,
눈치를 보며 미뤄두었던 자리였다.
소파의 위치를 옮기고
식탁의 방향을 바꾸고
창가 쪽으로
내 자리를 만들었다.
별것 아닌 변화였는데
이상하게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
그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내 세계를 만들어 갔다.
노트를 펴고
펜을 들고
무엇이든 적어 내려갔다.
괜찮아진 것인지
아닌지 모를 그 경계에서
읽고 쓰는 시간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익숙한 감정이 스쳤다.
맞아.
나 원래
이렇게 쓰는 걸 좋아했지.
잊고 있었을 뿐,
사라진 적은 없었다.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움트는 새싹처럼
내 마음에도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이제 괜찮은가, 나.
괜찮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