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늘

기록과 함께

by 오늘의 나



벚꽃이 흐드러지던 어느 봄날,
딸과 함께 동네를 걸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손에 올려보기도 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빛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다.
아직 마음 한켠은 불안했고,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있는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행복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밤,
빗소리와 함께 나는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그날의 마음을 그대로 적어두었다.



내리는 토요일, 4 12


어느덧 꽃잎이 지는 봄의 끝이 왔습니다.
이토록 어여쁜 꽃을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보았던 때가 있을까요.
길었던 겨울만큼 꽃이 피고 지는 순간이 영원했습니다.


아직 저는 완전히 괜찮지 않습니다.
점차 나아질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순간 머리가 하얘질 땐,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매일이 새롭고 낯섭니다.

긴 여정의 단지 찰나일 순간들을
마음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딸과 떨어진 꽃잎을 어루만지고 함께 걸으니
내 생의 최고 봄날 아닐까요.



그때의 나는
완전히 괜찮지 않은 상태에서
행복을 말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괜찮아진 다음에야
행복을 인정하려 했을 것이다.


상처가 다 아문 뒤에야,
모든 것이 정리된 뒤에야
비로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기록은 달랐다.

“아직 저는 완전히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적으면서도
동시에 “내 생의 최고 봄날 아닐까요”라고 썼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으며 깨달았다.

행복은

완성형의 상태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복은
문제가 사라진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한가운데에서도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모든 일은 구름처럼 흘러간다.
그 찰나의 순간들 속에
우리가 얻어야 할 영감과 단서들이 담겨 있다.
“이것들을 놓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기록’이다.”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기록은
슬픔을 붙잡는 도구가 아니라,
행복을 알아차리는 도구였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순간,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
완전히 괜찮지 않은 채로도 느꼈던 평온.


그 모든 것이
기록 덕분에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행복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오늘을 적는다.


그리고 문득 알게 된다.

행복은 늘 곁에 있다.


거창한 준비도,
완벽한 상태도 필요하지 않다.


그것을 알아차릴
아주 작은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몇 초,
꽃잎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잠깐의 멈춤,

“아직 괜찮지 않다”고 솔직히 적어보는 용기.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전 08화괜찮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