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시간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는 것 같다가도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원을 그리며
돌고 돈다.
한걸음 떨어져 보면
그 원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
나선형의 모습이 된다.
그러니 사소한 것들에 힘을 빼며 살지 않기로 한다.
오랜 나의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나,
친구의 아들과 나의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사진첩을 뒤적인다.
나의 아들과 딸의 나이를 지나
소녀보다는 청소년이었던 나를 지나
그때는 몰랐지만 만개했던 나를 지나온다.
과거 속의 나를 자주 살핀다.
내가 가진 유일한 나만의 것은
나 자신과 내가 지나온 시간이다.
그러니 나는 과거 속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남기지 않았다.
사진 속에는
기억하고 싶었던 날들과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이
활짝 웃고 있는 나와 함께 남아있다.
잊고 싶었던 부분들을 찢어버린
일기장을 넘겨본다.
한 장만 남아있다.
오빠와 대화를 나누고 적었던 글.
'내가 가진 꿈은 꿈이 아니야.
말만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건,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내 말속에만 존재하는 꿈과
과잉된 자아를 덮고 누운 채
끝나지 못하는 하루를 초조하게 바라본다.
지치지도 않는 제자리걸음
인 줄 알았는데
나선형 계단을 걸어 오르고 있었다.
꿈속에서 새가 된 내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