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현대백화점에 갔다가 백화점 카드를 만들면 상품권과 사은품을 준다는 이벤트에 혹해 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현대백화점에는 종종 들를 테니 카드 하나 더 만든다고 나쁠 건 없겠지 하면서요.
마침 안내 데스크에 신규 회원가입을 받는 직원은 자리에 없었고, 빨리 사은품을 받고 싶은 마음에 현대백화점 카드 앱을 다운로드해 회원가입부터 한 단계씩 정보를 입력해 갔어요.
약관 동의를 거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신분증 사진을 찍어야 하는 단계까지 왔을 때, 외부에서 신분증을 꺼내 사진을 찍는 일이 번거로우니 사은품은 포기하고 나중에 시간 날 때에 다시 가입을 시도 해봐야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집에 돌아와서는 백화점 카드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당일 오후 현대백화점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한 통 오더군요.
정확한 멘트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앱을 통해 신규가입을 하다가 중단했다는 것. 상담원과의 통화로도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안내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처럼 귀찮아서 가입을 다음 기회로 미루거나, 가입하는 방법이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웃바운드를 하고 신규 회원을 확보하다니. 그것도 당일에!! (휴일이었는데도)
짝짝짝. 마케팅 당했지만(?) 이래서 대기업이구나. 이래서 현대백화점이구나. 좋은 서비스이자 좋은 마케팅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에서는 영상을 본 사람 안 본 사람, 끝까지 다 본 사람, 보다가 중간에 멈춘 사람, 예고편만 본 사람 등 시청자 행동 형태를 데이터화해서 분석하고, 정교한 분석을 토대로 사용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할 콘텐츠를 추천해 전달해준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문득 우리 쇼핑몰(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도 체류 시간, 타켓, 구매패턴 등에 대한 분석을 넘어 개개인의 콘텍스트를 철저하게 분석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정확하게 큐레이션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해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고객이 회원 가입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회원 가입을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한 고객은 얼마나 되는지. 가입 단계에서 보완해야할 항목은 무엇인지 등 회원 가입 단계에서부터 말이죠.
통신판매중개업 쇼핑몰에 근무하는 저는 잠재 판매자가 보다 쉽게 입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입점 후 간편하게 상품을 등록, 판매, 관리할 수 있도록 어드민 시스템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현대백화점과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면서, 판매자의 콘텍스트를 잘 읽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데이터 분석능력이 필수겠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객의 취향에 맞는 최적의 옷을 제안할 수 있는 쇼핑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까요. IT팀도, UX/UI 팀도 아닌 운영팀으로서 제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