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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Aug 23. 2023

마음 아픈 제사 준비

이른 아침에 같이 걷는 할머니들 몇 분과 막내인 나, 그리고 나보다 몇 살 위인 한 언니가 친하게 지냈다. 언니가 요 며칠 나오지 않아서 카톡을 했더니, 제사가 다가오고 있어서 매일 조금씩 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언니는 한 달 전에 넘어져서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모처럼 생긴 '철심'을 여러 개 박아서 볼 때마다 섬찟할 정도였다. 언니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아침에 동네를 돌아보려고 나온 날에 나를 처음 만났다. 난 너무나 안쓰러워 말을 걸었고, 걷는 것이 팔에도 도움이 되니 매일 나와서 걸으라고 말했다. 언니는 이후 매일 나와서 걸었고, 그래도 잠을 좀 잘 수 있다고 좋아하셨다.


나는 언니에게 꼭 언니가 제사를 모셔야 하느냐고 물었다. 언니는 외며느리인데, 이번에 너무 힘이 드니 자기가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했지만, 손위 시누님이 제사 전 주말에 와서 청소를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언니는 포기하고, 한 손으로 매일 청소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팔이 그러하니 집안 상태가 어떨지 상상이 갔다. 난 정말 속이 상해 언니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 사진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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