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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l 22. 2022

어느 남편의 일기

정확한 출처는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오늘 이 글을 발견했어요. 읽다 보니 눈물이 핑 도네요. 사랑하는 배우자를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시길 비는 마음에서 복사해 올립니다. 문장 다듬지 않고 올리니 이해해 주시고요


● 어느 남편의 일기

 

결혼 8년 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저는 한 3년 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 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 생활과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고요.

 

순식간에 각방 쓰고 말도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 갔고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 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 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 꼬리를 먹어 들어가듯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 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쏙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 후 8년 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 번도 사 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 길 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 상이 보이면 꼭 천 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 때는

귤을 박스째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 백 원 안 하는

귤 한 개 사주지 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아이 문제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고요.

며칠 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놓았죠.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 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이 귤 어디서 샀어요?”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귤이 참 맛있네.”


몇 달 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 알 입에 넣어 주고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 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 준 적이

없었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고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 메어 밥이 도저히 안 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 수 있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 바보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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