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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Sep 24. 2023

나의 요상한 습관

​예전에 sns에서 한 여자분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숙제처럼 하시는군요?"


내가 매일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으니, 좀 편하게 여유를 가지고 하라는 말씀으로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숙제’라는 말에 난 웃음이 났다.


숙제.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잘한 것은 공부도 아니고 발표도 아니고, '숙제'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숙제를 참 열심히 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으면 어떤 쾌감을 느꼈던 것도 같다. 중학생 때부터는 제법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숙제를 해 오지 않는 친구들이 점점 늘었다. 숙제를 잘해 온다는 칭찬을 선생님들께 많이 받던 내게 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보여줄래?"


난 아무 생각도 없이 몇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했던 나의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학생 시절뿐만 아니라, 교사가 되어서도 그랬다. 시험을 치르는 연수 때면, '시험 정리 노트'가 주변에 복사본으로 퍼지고 퍼져 어떤 경우에는 내 요약분 복사물이  많은 분들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기도 했다. 평가는 늘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였는데 말이다. 한 친구가 그랬다. 너 바보 아니냐고. 난 그냥 웃었다, 바보처럼.  


전철로 통학을 하던 대학생 때는 작은 수첩에 적어놓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 아까운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내 개그 노트'에는 빼곡하게 뭔가가 적혀 있었다. 하하 호호 웃던 내 얼굴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지금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교사가 된 이후가 절정이었다. 재미있고 신기한, 아이들에게 유익할 정보를 알게 되면 그다음 날에 알려줄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할 모습이 마구마구 떠오르면서 말이다. 가장 생각이 나는 장면 하나는 '가짜 알통 보여주기'였다. 아이들 앞에서 옆으로 딱 서서는 내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조심하면서 팔의 알통이 톡 튀어나오도록 찌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알통은 정말 대단하다고. 그때 몸을 돌려 내 손가락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 선생님에 그 제자들이었다.


지금도 그런다. 내가 궁금했던 것, 알면 도움이 될 정보를 알게 되면 sns에 쪼르르 달려와 글을 올린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 나 좋아서 평생을 하고 있으니 그걸 누가 말리랴.



♡ 사진 : 내가 그린 파스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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