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버지께 다녀왔다. 화성시에 있는 효원 납골공원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학교가 근처가 있는 정남초등학교여서, 갈 때마다 좋은 위치에 잘 정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버지는 나를 낳아주신 분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내 인생의 멘토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나와 성향이 가장 비슷한 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릴 때 책을 읽어주시며 내 평생 친구인 '책'을 소개해 주신 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 속에서 늘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께 예쁜 조화를 꽂아드리고, 가지고 간 몇 가지 음식을 올리고 절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를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스무 발자국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 친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납골묘에 인사를 드렸다. 장손 오라버니가 서울에 사셔서 자주 못 내려오는지 꽃이 너무 많이 낡아 새 꽃으로 바꾸어드리고 절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정남초등학교를 지나오면서 아버지 퇴임식을 떠올렸다. 많은 선생님들과 제자들과 친척들이 참석했던 정스러웠던 그 시간에 나를 특별히 감동시킨 것은, 아버지의 첫 제자인 시인 오빠가 오신 손님들 모두에게 아버지에 대한 시 모음 '시집'을 드린 것이고, 또 하나는 아버지께서 관리자로 계셨던 세 학교의 기사님들이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며 외할아버지는 그렇게 멋진 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에 못 가는 제자들에게 학비를 대 주셨던 분, 온 정열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품었던 분, 그래서 아버지를 평생 쫓아다닌 제자들이 많았다. 아버지 장례식까지 와 주었고, 아직까지도 엄마께 연락을 하는 제자들도 있다. 그런 선생님으로 사신 분이셨기에, 교감, 교장으로 계실 때에는 학교 기사님들을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셨을 것이다. 내가 교사로 근무할 때, 기사님들을 자기가 부리는 머슴처럼 대하는 교장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난 우리 아버지의 그 따스함과 높은 인격을 가슴 깊이 존경하고 살았다.
아버지는 성공적인 삶을 살다 가셨다. 자식들에게, 제자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듣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복이 많아 그런 분을 내 아버지라 부르며 살았고, 아직도 아버지는 내 삶에 깊이 관여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내 선택길에 늘 길잡이가 되어주신다. 아버지의 딸답게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