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운 여인을 보았다. 58세 미희 씨! 채널을 돌리다가 <KBS 인간극장>을 보았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아침 시간에 하는 방송이지만, 나는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방송만 본 것이다. '그대, 가고 없어도'라는 제목처럼 미희 씨의 남편은 그녀 곁에 없다. 한지를 닮은, 수묵담채화를 닮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나는 채널을 돌리다가 바로 멈추었다. 자기가 떠나도 살아갈 수 있게 경제적인 면도 미희 씨의 할 일까지 다 마련해 주고 떠난 자상했던 남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원하는 걸 갖다 주는 남편이었다고 미희 씨의 언니는 제부를 그렇게 회상한다. 죽은 남편의 흔적은 미희 씨 집 앞마당의 큰 나무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미희 씨는 창밖의 나무를 보며 남편을 그리워한다.
이 세상을 떠난 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그리움을 남는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게 아닐까? 빨리 떠나보내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담담히 생활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후, 스마트폰의 그 많은 사진들 속에서 미희 씨를 닮은 사진들을 골라봤다.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아내를 매일 보며 살았던 미희 씨 남편은 꽤 운이 좋았던 사람이다.
아는 동생이 말했던 그녀의 시어머님 이야기가 떠오른다. 부부금슬이 좋았던 친정 부모님과 달리 주종 관계가 확실해 보이던 시부모님을 보면 늘 안타까웠다고 했다. 본인이 아내인지를 잊은 채, 늘 주인 옆에 대기하고 있는 몸종처럼 보였던 시어머님의 모습! 자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던 그 시어머님의 밝은 얼굴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였다고 한다. 시어머님은 굉장히 편안해 보였고,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용실에 다녀오신다고 집을 나가신 시어머님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했다. 40년이 넘는 결혼생활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도, 그저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가정으로 보이기 위해, 그 어머니는 이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다가 드디어 자유를 찾았던 것이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더 많이 웃고, 더 활기차게 사시는 시어머님을 볼 때마다 그 긴 세월이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부부의 인연!
핏줄로 이어진 인연보다 더 가까워서 '무촌'이라 했던가! 헤어지면 그냥 남이 되니 '무촌'이라 했던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만난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맞추고 살아가는 건, 수행 중에서도 가장 큰 수행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셀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미워하면서도, 결국은 꼬인 걸 풀어내고, 엉킨 걸 풀어내면서 서로 다독이며 손잡고 걸어가는 인생의 동반자, 부부라는 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