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Dec 27. 2023

사랑은 그네를 타듯이

결혼하고 얼마 후에 남편의 생일이 다가와서 남편에게 물었다. 생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생일 모임은 따로 하지 않는다는 남편 대답에 깜짝 놀랐다. 생일 전에 형수가 도련님 생일이 며칠이네요, 했다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깜빡 잊어버렸다는 말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는 말을, 남편은 덧붙이며 웃었다. 생일에는 서로 선물을 주고 생일 모임을 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아오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결혼해서 첫 생일이 남편 생일이니 바로 내 식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해 어머님 생신을 모두 모여서 했고(그건 시댁에서 해오던 일이었다) 아주버님 부부와 시누님 부부의 생일을 정성껏 챙겨드리고, 친정 조카들 생일 챙기듯이 시댁 조카들 생일도 챙겨주었다. 그러면서 시댁 형제들의 생일 모임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거의 30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6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생일을 떠나 남편 회갑에도 시댁 모임이 없으니 마음이 짠했다. 한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은 정말 중요했다. 연을 끊어버리고 형님이 사라지자, 맏아들인 아주버님도 함께 사라졌다


사랑은 그네를 타듯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로가 비슷한 마음으로 주고받아야 그 마음이 오래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처럼, 교사의 사랑처럼, 모든 사랑은 같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그네 타듯 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진리의 말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 그냥 덮어주었다. 웬만하면 이해하고 넘어갔다. 분란의 씨앗은 애초에 잠재웠다. 그렇게 30년을 살고 보니, 그건 아니라고 하늘이 깨달음을 주시는 것일까.


언니 없는 내가 형수와 잘 지내는 모습을 남편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 좋아하는 내가 혹여라도 뒤통수를 맞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남편의 걱정대로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았고, 내가 살아온 방식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깨닫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자로 잰 듯 사람을 대하지는 못한다. 오는 게 없으면 어떠랴!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주고, 훗날 상대방이 떠난다 해도 괜찮을, 조금은 넓어진 마음 그릇을 갖게 되었다. 물 흐르듯 인연도 자연스레 흘러갈 것이고, 나는 그저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내 살아온 삶을 축복한다. 그 안에서 배운 많은 것들에 감사한다. 살아있어서 감사하고,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 소중한 인연들이 감사해 어떤 날은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새 날, 새 하루다. 난 오늘도 되도록 좋은 선택을 할 것이고, 많이 감사할  것이다.




♡ 사진 : 내 기도 초'

이전 16화 안고 가는 삶, 품고 사는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