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눈물

by 채수아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제 인생의 보석 같은 친구입니다. 친구와 김장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6년이 되었지만, 친구는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사망 소식에 친구는 기절을 해서 응급실로 실려갔고, 친구의 남편은 친구가 직장에 나갈 수 없으니 직장에 연락을 해서 직장 동료들만 장례식장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친구는 엄마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엄마는 가슴속에 한이 많은 분이셨고, 착하고 다정다감한 분이셨습니다. 친구는 결혼을 하면서 엄마가 몹시 걱정이 되어, 퇴근길에 엄마에게 매일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의 옷과 가방을 살 때는 돈을 아꼈지만, 엄마에게 선물할 물건을 살 때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친구의 엄마는 김장과 고추장과 된장을 해마다 담가주었고, 그 일은 해마다 계속 반복될 줄 알았습니다. 이제 친구는 겨울맞이 김장을 혼자 합니다.


​대화 중의 ‘김장’이라는 단어 하나가 친구를 울음바다로 만들었고, 저 또한 그 옆에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습니다. 친구는 장례식이 끝난 한 달 동안 마치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친구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안고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친구는 하나의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극심한 두통이 어느새 사라졌다는 것을요. 저는 친구의 엄마가 떠나실 때 친구의 두통을 가지고 가신 거라고 말했고, 친구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엄마는 친구에게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나 죽으면 딱 3일만 울고, 그다음부터는 씩씩하게 살아야 해.”


친구는 한 달 정도를 멍하니 살다가, 자기도 모르게 환하게 밝아져서 직장에 출근을 했습니다. 밥을 먹고 웃고 떠드는 자기의 모습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지더라고 했습니다. 왜 그 이후에도 엄마의 일을 알리지 않았냐는 제 질문에, 친구는 너무나 큰 아픔이 터져 나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엄마의 사망 소식을 지인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딱 한 사람, 제게는 언젠가 말을 하고 싶었답니다. 친구와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친구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해 드리고 살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사랑해 드리고 살아서 다행이라고. 친구는 홀로 되신 아버지를 위해 2주에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한 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아버지께 다녀온다고 했습니다. 다른 한 주는 여동생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집에 돌아와 잠이 들 때 친구 생각에 눈물이 흐르는 걸 꾹 참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도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친구가 사람들에게 아직도 엄마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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