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없다(2014.2.16. 일기)

by 채수아

어머님이 바쁘시다.

에비는?”


"네, 친정 사촌 오빠네 결혼식에 갔어요.”


어머니는 보자기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꺼내 놓으셨다. 나물에 오곡밥을 가져오신 게 얼마나 지났다고 또 오곡밥을 맛있게 지어 오셨다.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잘 먹고 약 먹고 빨리 나아야지.“


감기에 시달려 길게 아픈 만큼 어머니 사랑도 많이 받고 있는 요즘이다. 20년 전쯤인가, 어머니께서 폐렴으로 입원을 하신 후 정말 오랜만의 어머니 입원으로 나는 어머니와 특별한 시간을 보냈었다. 심한 장염으로 고통이 심하셨던 분이 이틀 정도를 지나며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자 그때부터 옛날이야기를 매일 들려주셨다. 결혼할 때 이야기, 시집와서 큰 동서의 질투를 받고 오해를 받아 속상했던 이야기, 삼 남매를 키우던 이야기 등등.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아닌 새로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 두 사람은 마치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특별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퇴원을 하신 후 어머니의 건강은 평소보다 더 좋아지셨고, 얼굴은 더 밝아지셨다. 평소에도 내게 자주 고맙다고 하시던 분이셨지만, 당신이 가장 힘든 순간에 몸을 사리지 않고 간호를 해 준 며느리에 대해 감동하신 듯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결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건 내가 정신력이 강했다기보다는 굉장히 건강했던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나는 나의 건강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고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첫아이를 난산을 한 이후 몸이 약한 사람으로 바뀌었고, 계속 이어지는 직장 생활의 피로를 이기지 못해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던 것이다. 건강했던 내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살면서 얻은 것이 하나 있었다. 아픈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어진 것이다. 내 반에 있는 장애아, 백혈병 환자, 자폐증을 가진 아이, 다운증후군이었던 아이, 깁스를 한 아이... 내가 돌봐야 할 그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는 나를 보았다.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는 나를 보았다. 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친구도 친척도 주변에 아픈 사람이 생겼을 때 내 몸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온 정성을 기울이게 되었다.


아팠던 나의 시간들은 그렇게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거친 수많은 일들이 ‘그냥’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난 것이고, 내가 만나야 할 일들을 만난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자주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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