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5시부터 24시간 동안 간병인이 없으니 서로 분담하여 어머님을 돌봐드리자는 연락'이 아주버님으로부터 왔다. 남편은 본인이 밤에 잠을 자겠다고 자청했다. 우리 부부는 일단 오전에 어머님을 뵈러 갔다. 도착하니 시누님이 와 계셨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몸이 좀 어떠냐고, 엄마가 지금까지 막내며느리 걱정만 하고 계셨다고 했다. 나는 어제 푹 쉬어 괜찮다고 하며 어머님께 걱정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시누님이 끓여 온 상황버섯과 인삼을 넣은 차를 내게 마시라고 하셨다. 어머님 드실 것인데 안 마시겠다고 하니, 시누님이 또 끓여 올 테니 빨리 한 잔 마시라고 하여 우리 부부는 따끈한 차를 마셨다. 향이 참 좋았다. 시누님은 우리 부부에게 어머니께 정성을 다하는 막내 가족 모두가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특히 고3인 막내딸이 틈나는 대로 와서 할머니랑 자고 갔던 게 너무나 고마웠다고 하셨다. 그러자 어머님은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잔다며 자랑을 하셨다. 그때의 어머니 표정은 행복지수 100이었다.
시누님이 가시고 간병하는 아주머니와도 대화를 나눴다. 어머님이 그리 편하게 생각하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우리 어머님이 참 좋으시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머님이 주무시는 동안 나는 그분의 손을 잡고 병실 밖으로 나가 '오메가 3' 한 병을 선물로 드렸다. 그동안도 감사했고, 남은 시간에도 우리 어머니 잘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며 너무 고맙다고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했다. 도착한 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나 우리 아들이 도착했다. 어머님은 "아이고, 울 애기 왔니?" 하시며 아들 손을 꼭 잡으셨다. 어머님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당신이 직접 키우신 우리 삼 남매였다. 어머님과 시간을 좀 보내다가 우리 세 사람은 어머니와 간병하는 분께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왔다. 아주버님 부부는 오후 다섯 시부터 우리 남편이 다시 병실로 간 밤 9시까지 어머님을 돌봐드렸다.
나는 전날, 병원에 가면서 '형님의 스카프와 아주버님의 고급진 손수건, 그리고 향기 좋은 천연비누 세트'를 샀다. 그 쇼핑백을 어머님 병실에 두고 왔었고, 남편은 병실을 나서는 형님부부에게 쇼핑백을 드렸다. 형님 생신은 어머님이 입원하셨던 정신없던 그날이었고, 사실 어머님이 편찮으신 이후로 우리는 생일 모임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형님과 어울리는,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스카프를 고를 때 옷가게 주인이 말했다. 형님 생일 선물 사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고, 형님이 정말 좋아하겠다고.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며느리가 둘인데,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요. 이 스카프를 보는 순간 형님 생각이 딱 날 정도로 완전 형님 스타일이네요."
지금은 천사 어르신이지만, 변하기 전의 우리 어머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며 사셨다. 어머님의 독설에 우셨다는 시댁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렇게 어머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가시들은 꽤 많이 아팠었고, 그 가시에 가장 많이 찔렸던 사람은 아무래도 두 며느리였을 것이다. 맏며느리 같았던 나, 막내며느리 같았던 우리 형님, 그 차이에 우리는 서로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긴 세월, 잘 지내왔고 지금까지 애써왔다.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우리 두 사람이 가장 많이 울 것 같다. 아직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 그해 6월, 어머님은 소천하셨고, 형님은 삼우제를 지낸 날, 의절을 선포하고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