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모시고 살 때 딱 한 번 어머님과 잔 적이 있었다. 대기업에 다녔던 남편은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신혼 초 첫 출장 때 혼자 잠을 자려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어머님 방에 가서 같이 자자고 했다. 그 당시는 어머님이 내게 아주 잘해주던 시기여서 난 같이 자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큰 아이가 태어났다. 백일 전까지는 엄마 품에서 자야 평생 건강하다고 하시며 밤에는 절대 아기를 봐주지 않으시던 어머니는, 백 일이 지나자 당신 방으로 아기를 데리고 가셨고, 큰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큰딸과 같이 주무셨다. 그리고 5년 후 낳은 아들은 어머님이 그 당시에 팔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산후조리에 이어 몇 개월을 친정에서 엄마가 키우셨다. 나는 주말이면 남편과 큰딸을 데리고 친정에 가서 아들을 보고 왔다. 그러다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아들은 계속 내가 데리고 자는 식이 되었다.
4년이 지나 늦둥이 막내딸을 낳았다. 그때는 출산 두 달 전에 미리 육아휴직을 했다. 왜냐하면 다리가 심하게 당기는 통증이 있어서, 서서 수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를 낳고 친정에 가서 산후조리를 하고 돌아왔는데, 아기가 어느 정도 크니 어머님이 두 딸을 다 데리고 주무셨다. 그래서 어머님과 같이 잠을 잤던 두 손녀딸이 어머님과 가장 친한 존재가 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어머님과 따로 살 때도 두 딸은 거의 2주에 한 번 정도는 어머님 댁에 가서 자고 왔고, 그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딸은 어머님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고, 시댁 식구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그렇게 살갑고도 애틋했다
어머님 말기 암 진단 후 주말에 어머님 댁에서 어머님과 시간을 보낸 지 네 달 정도가 지났을 때, 난 심한 코감기가 걸려 연신 재채기를 했다. 난 어머님이 감기에 걸리실까 봐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웃겼는지 어머님과 남편이 자꾸 웃으셨다. 그날이었다. 어머님이 당신 주무시는 안방에 꽃베개를 내려놓고 내게 자라고 말씀하신 것이. 신혼 초 딱 한 번 같이 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난 어머니 옆에서 몇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고, 몸 상태는 훨씬 좋아졌다. 그 이후 어머님은 "들어가서 같이 잘래?"라고 수시로 말씀하셨고, 난 몸이 피곤한 날 몇 번을 더 잤다. 생각해 보니 이건 내게 역사적인 일이었다. 우리 두 딸 이외에 어머님과 같이 잘 수 있는, 허락받은 세 번째 사람이 된 것이다.
어머님의 나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시다. 전화 통화할 때도 내 목소리가 안 좋아 보이면, "니 몸이 최고니까 가족 생각하지 말고 니 몸만 챙겨라. 밥 하기 힘들면 다 나가서 사 먹고 오라고 해라." 이렇게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이건 시어머님이 아닌 친청 엄마들의 멘트 아닌가! 어머님은 당신이 그리 아프신데도 몸이 약한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머님 댁에 있을 때도 일을 못 하게 하셨다. 그래서 난 어머님이 주무실 때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일을 하곤 했다. 냉장고 안이 난리가 났길래, 싹 정리를 했더니만 그걸 보시고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셨다. 몸에 기운이 없으셔서 엄두도 못 내던 일을 깔끔하게 해 놓아서 개운하셨는지 몇 번이나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다.
지난 주말에는 목 디스크 통증으로 내가 어머님께 가지 못하자, 어머님은 내 걱정에 남편을 집으로 보냈다. 당신은 컨디션이 괜찮으니 가서 에미 돌보고 오라고. 난 이미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으니 얼른 어머니께 가라고 남편을 어머님 댁으로 다시 보냈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아껴주고 있다. 어제 링거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후, 어머님 병실로 전화를 걸었다. 조선족 말투의 간병인이 막내며느리라고 하며 어머님을 바꿔주었다.
"좀 괜찮니? 니 몸이 최고다. 아프지 마라. 난 입원하고 있으니 몸이 아주 편하고 좋다."
그래도 목소리가 좋으셔서 다행이다. 몸이 나아졌으니 내일은 꼭 가겠다는 내 말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다. 참 이쁜 어머니, 좋은 어머니! 이분과 난 서로 나누고 싶은 사랑이 아주 많은데, 정말 많은데, 그 시간이 짧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