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옆에서 잘 수 있는 세 번째 사람(2017.3)

by 채수아

어머니를 모시고 살 때 딱 한 번 어머님과 잔 적이 있었다. 대기업에 다녔던 남편은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신혼 초 첫 출장 때 혼자 잠을 자려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어머님 방에 가서 같이 자자고 했다. 그 당시는 어머님이 내게 아주 잘해주던 시기여서 난 같이 자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큰 아이가 태어났다. 백일 전까지는 엄마 품에서 자야 평생 건강하다고 하시며 밤에는 절대 아기를 봐주지 않으시던 어머니는, 백 일이 지나자 당신 방으로 아기를 데리고 가셨고, 큰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큰딸과 같이 주무셨다. 그리고 5년 후 낳은 아들은 어머님이 그 당시에 팔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산후조리에 이어 몇 개월을 친정에서 엄마가 키우셨다. 나는 주말이면 남편과 큰딸을 데리고 친정에 가서 아들을 보고 왔다. 그러다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에 아들은 계속 내가 데리고 자는 식이 되었다.


​4년이 지나 늦둥이 막내딸을 낳았다. 그때는 출산 두 달 전에 미리 육아휴직을 했다. 왜냐하면 다리가 심하게 당기는 통증이 있어서, 서서 수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를 낳고 친정에 가서 산후조리를 하고 돌아왔는데, 아기가 어느 정도 크니 어머님이 두 딸을 다 데리고 주무셨다. 그래서 어머님과 같이 잠을 잤던 두 손녀딸이 어머님과 가장 친한 존재가 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어머님과 따로 살 때도 두 딸은 거의 2주에 한 번 정도는 어머님 댁에 가서 자고 왔고, 그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딸은 어머님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고, 시댁 식구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그렇게 살갑고도 애틋했다


어머님 말기 암 진단 후 주말에 어머님 댁에서 어머님과 시간을 보낸 지 네 달 정도가 지났을 때, 난 심한 코감기가 걸려 연신 재채기를 했다. 난 어머님이 감기에 걸리실까 봐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웃겼는지 어머님과 남편이 자꾸 웃으셨다. 그날이었다. 어머님이 당신 주무시는 안방에 꽃베개를 내려놓고 내게 자라고 말씀하신 것이. 신혼 초 딱 한 번 같이 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난 어머니 옆에서 몇 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고, 몸 상태는 훨씬 좋아졌다. 그 이후 어머님은 "들어가서 같이 잘래?"라고 수시로 말씀하셨고, 난 몸이 피곤한 날 몇 번을 더 잤다. 생각해 보니 이건 내게 역사적인 일이었다. 우리 두 딸 이외에 어머님과 같이 잘 수 있는, 허락받은 세 번째 사람이 된 것이다.


어머님의 나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시다. 전화 통화할 때도 내 목소리가 안 좋아 보이면, "니 몸이 최고니까 가족 생각하지 말고 니 몸만 챙겨라. 밥 하기 힘들면 다 나가서 사 먹고 오라고 해라." 이렇게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이건 시어머님이 아닌 친청 엄마들의 멘트 아닌가! 어머님은 당신이 그리 아프신데도 몸이 약한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머님 댁에 있을 때도 일을 못 하게 하셨다. 그래서 난 어머님이 주무실 때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일을 하곤 했다. 냉장고 안이 난리가 났길래, 싹 정리를 했더니만 그걸 보시고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셨다. 몸에 기운이 없으셔서 엄두도 못 내던 일을 깔끔하게 해 놓아서 개운하셨는지 몇 번이나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다.


지난 주말에는 목 디스크 통증으로 내가 어머님께 가지 못하자, 어머님은 내 걱정에 남편을 집으로 보냈다. 당신은 컨디션이 괜찮으니 가서 에미 돌보고 오라고. 난 이미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으니 얼른 어머니께 가라고 남편을 어머님 댁으로 다시 보냈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아껴주고 있다. 어제 링거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후, 어머님 병실로 전화를 걸었다. 조선족 말투의 간병인이 막내며느리라고 하며 어머님을 바꿔주었다.


"좀 괜찮니? 니 몸이 최고다. 아프지 마라. 난 입원하고 있으니 몸이 아주 편하고 좋다."


그래도 목소리가 좋으셔서 다행이다. 몸이 나아졌으니 내일은 꼭 가겠다는 내 말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다. 참 이쁜 어머니, 좋은 어머니! 이분과 난 서로 나누고 싶은 사랑이 아주 많은데, 정말 많은데, 그 시간이 짧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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