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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Mar 22. 2024

나의 두 마사지 여인

지금 살고 있는 이 아파트로 이사 와서 참 고마운 인연을 만났다. 그전에는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동네의 큰 찜질방에 설치된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던 남편이 마사지숍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내게 경락 마사지를 권했다.


컨디션이 늘 안 좋고, 목과 어깨가 심하게 뭉치고 두통까지 심했던 나는 그곳에서 한 여자분을 만났다.  나보다 열 살 정도는 많은 분이셨고, 늘 푸근하고 따스해서 내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분이다. 그분이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마사지숍을 떠나실 때, 난 이모와 헤어지는 것처럼 몹시도 서운했었다.


마사지를 해 주며 어느 정도 친밀해지자, 그분도 본인의 속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으셨다. 몸이 약하고 피로감이 심했던 남편을 위해 정성껏 마사지를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격증까지 땄다고, 남편과는 오래전에 이혼을 했는데 상대 여자가 회사의 노처녀였다고, 두 여자 사이에서 그 여자를 선택한 이유가 그 여자는 자기가 버리면 죽을 사람이지만 당신은 어떻게든 살아갈 사람이었다는 것.


그분은 내가 교사로 근무할 때 만났던 분이고 내가 새로 인연을 맺은 분은 나보다 한 살 적은 조선족 여인이었다. 맏며느리 역할을 충실히 하던, 시댁에서 사랑과 신뢰를 받던 그 여인의 시어머님은 돌아가실 때 유언으로 자기의 아들을 버리지 말라고 하셨단다.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들 때문에 늘 미안해했고, 고생하는 며느리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 주시던 시어머님의 유언을 그녀는 지킬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던 여인의 남편이 새 여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단호하게 남편과 헤어졌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딸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결혼을 했다. 그녀는 평소에 시댁 식구들과 친밀했기에 딸의 결혼식에 모두들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지만, 새 여자와 미국으로 떠난 그녀의 남편은 참석하지 않았다. 가끔 돈을 부쳐달라고 전처와 딸에게 연락을 한다는 사람이 말이다.


컴퓨터 작업으로 목과 어깨가 심하게 뭉치고 통증이 오면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맛있는 수다를 떤다. 지난주에 가서 보니 얼굴이 많이 까칠했다. 위암 말기였던 일산 살던 오빠가 3월 초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했다. 아내가 있는 분이었지만, 병원 입원하고 있는 동안 보호자 역할을 나누어서 했고, 장례식 마무리까지 오빠 마음이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밥맛을 잃었다는 그녀에게 나는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내가 아는 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는 곳에 그녀를 데리고 갈 예정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녀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오늘 점심, 나는 그녀를 태우러 마사지숍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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