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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May 29. 2024

남편의 극심한 체기

지난주 목요일 밤, 회사일로 마음고생이 심해서 겨우 토닥여 놓았지만, 그다음 날이 문제였다. 절친과 약속이 있다고 해서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건만, 남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왔다. 터진 사건 자체가 충분히 이해가 되어 더욱 안쓰러웠다.


다행히 그다음 날은 괜찮았으나, 그다음 날 점심에 약간의 과식을 했음에도 남편은 심하게 체했다. 병원을 다녀오고, 내가 바늘침을 놓아주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계속 그륵그륵 소리를 내고 식사를 제대로 못해 안색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링거주사까지 맞고 왔으나, 그때  잠깐 반짝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한의원에 같이 갔다. 10년 단골 원장님이 지난여름 갑자기 한의원을 접고 떠나신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 한의원이었다. 실내도 더 멋스러워졌고, 간호사도 두 분이나 되었다. 책까지 출판하신 분이었고, 경력도 화려한 젊은 원장님이셨다. 남편을 진맥 하시는 원장님이 깜짝 놀라시며 가슴이 다 막혀서 혈이 돌지 않아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억울한 사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중상모략 비슷한 음해성 시기 질투 사건! ㅠ ㅠ


원장님은 걱정이라고 하시며 남편을 침대로 데리고 가셨고, 나는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대기업에서 20년, 공기업에서 10여 년을 일하고 있는 남편은 내가 봐도 똑똑하고 우직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건 시댁 삼 남매의 공통점이다. 시어머님 일하는 스타일을 닮아서 일 열심히 하는 건 알아줄만했다. 하지만 30년 동안 가끔 있었던, 심보 고약한 질투쟁이들의 행태는 남편을 참 힘들게 했다. 싸움을 싫어하고 웬만하면 참는 이 사람은 그런 일이 발생하면 속이 많이 부대꼈다. 이번에도 그랬다 ㅠ ㅠ


"여보, 힘내! 세상에 별 사람이 다 있어. 다 내 맘 같지 않더라고. 당신이 너무 잘나서 그런 거야. 그 질투쟁이들 무시하고 살아. 당신이 잘 살아온 거, 내가 잘 알아. 알았지?"


이런 말을 하며 남편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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