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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n 11. 2024

나의 소망, 당신의 소망

몇 년 전에 남편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내 발목을 수술한 교수님의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한 여자를 보았다. 나보다 키가 크고 늘씬한 40대로 보이는 그녀는, 한 발에 좀 큰 신발을 신고 절룩거리며 걷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그녀가 제일 부러웠었다.


내 발목을 수술하신 교수님께서 한 달 뒤에는 목발을 버리고 걸어서 들어오라고 숙제를 내셨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난 벌써 2주 전에 목발 없이 몇 발자국을 걸었고(나도 모르게 화장실에서 혼자 거울을 향해 걸었다)  그 이후 점점 늘어나 집안에서 목발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무리가 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식의 고민이 해결되기를 소망할 테고, 또 누군가는 부부 관계의 회복, 또 누군가는 오랜 꿈이 이루어지기를, 또 누군가는 누군가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발목이 '남편과 하하 호호 수다'를 떨며 산을 내려오다가 똑 부러졌듯이, 한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우리의 죽음 또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순간 잘 살아야 하리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내 삶의 중심이 내가 되고 있는지, 내가 조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드라마 <나쁜 엄마>의 유언처럼, 오늘을 마지막 날이라 여기며 함부로 살지 말아야겠다.


감사하다. 내가 예전보다는 조금 조화로운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어서, 삶을 가장 지혜롭게 사는 법은 '일상의 감사'라는 걸 알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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