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Nov 16. 2022

어느새 시어머니를 이해할 나이

지난해, 남편과 함께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초등학교 때 동창이었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른 학교로 다니다가 교대에 가서 다시 만난 친구였다. 그 이후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헤어졌다가 우리 막내딸 담임으로 또 만나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는 한 동네에 사는 친구가 둘이 더 있어서 아예 모임을 만들어서 만나기 시작했다.

결혼식 전날엔 내 마음이 설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식장에 도착하여 친구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니, 그 주변에 내가 그동안 만나고 있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같은 교대, 같은 지역이다 보니 학교 인연으로 다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다. 너무나 반갑고 신이 났다.


신랑과 신부는 고등학생 때 만나 10여 년을 사귀다 결혼한 커플이다. 친구 아들이 잘 생긴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며느리도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아름다운 한 쌍을 보고 있으니 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결혼이란 얼마나 성스럽고 아름다운 일인가! 난 가끔 주례사를 들으면서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었다.


친구 남편은 중등 교사로 근무를 하다 퇴직을 한 사람인데, 주례사를 대신하는 축사를 재미있고도 뜻깊게 잘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부부에게 하기도 했는데, 주관식에 답이 없자 바로 객관식으로 바꾸었다. 다섯 개 중에는 남한산성도 있었고 가화만사성도 있었다. 지켜보던 우리 모두는 빵 터지며 박수를 치고 말았다. 얼마나 귀한 다섯 글자인가.


가. 화. 만. 사. 성​


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우리 부부는 식당으로 향했고, 즐거운 대화를 섞어가며 맛난 음식을 먹었다. 오는 길에 남편 마음에 쏙 드는 여름 와이셔츠를 하나 사 주며, 오늘 수고한 선물이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아직은 결혼에 관심이 별로 없는 우리 큰딸을 제외하고는, 절친들의 첫째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손주를 둘이나 본 친구도 있다. 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지난해 딸을 결혼시키면서 처음으로 '어른 노릇'을 하는 거라 많이 긴장되었다고. 그러다가 우리들의 시어른들도 어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부모가 되어 부모 마음을 이해하듯이 며느리와 사위를 보면서 시댁 어르신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나이를 산다. 어느새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시댁 어르신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가 컸다 해도, 시댁 식구들이 싫어 시금치를 안 먹었다는 유머 속의 며느리 이야기가 있어도, 사랑과 배려와 지혜가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 고부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좋은 모습의 시어머니로 사는 친구들이 있어, 난 고부관계도 '따스한 사랑'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결론은 버킹검! 늘 사랑이 정답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