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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Sep 16. 2023

사랑하는 어머님께

어머님!

제가 어머니 많이 사랑했던 거 아시죠? 지금은 하늘나라 그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믿어요. 저는 건강한 몸으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 지켜보고 계시죠?


어머님의 여섯 손주 중 막내인 지원이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힘들기도 하겠지만 즐겁게 다니더라고요. 어머님 돌아가신 그날 밤, 병실에서도 엉엉 울고 복도로 나가 울더니 나중에는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울고 왔었어요.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어머님 뵐 때마다 "알라뷰"라고 하면, 어머님은 "미투"라고 대답하셨잖아요. 기억하세요?  고3이면서도 매주 병실에 가던 아이, 제 딸이지만 정말 기특했었어요.


어머님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셨던 지혜! 어머님 최고의 자랑이셨죠?  어머님 손으로 처음 키운 손주였고, 영특하고 착한 아이라고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항상 '최고'라고 엄지 척을 올려주셨기에 아이가 잘 자랐다고 생각해요. 지혜가 다섯 살 때인가, 네 살 때인가, 퇴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도 즐겁게 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제가 지혜를 심하게 야단치던 첫 기억입니다. 그때 어머님이 그러셨죠? 다 지나가는 말이라고, 말 배울 때 잠깐씩 그러기도 한다고, 지혜는 그냥 내버려 둬도 잘 자랄 아이라고. 저는 그 말씀이 얼마나 황당했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님 말씀이 옳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지혜는 똑똑하고도 지혜롭게 잘 자라더군요. 고맙습니다, 어머님께서 그렇게 아이를 품고 사랑하셨으니, 지혜도 매주말마다 서울에서 내려와 어머님께 달려간 거예요.  


어머님 돌아가시고 삼 남매가 엄청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형님네 손자들은 덜 울던데, 훈이는 바닥에 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더군요. 간병인 안 계신 주말 당번 시간에 저희 부부와 함께 어머님을 지키던 아이였잖아요. 어머님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는 셋이 밤을 꼴딱 새웠지요. 아니, 어머님과 같이 넷이네요.  호흡하시기 몹시 힘드셨던 그날 밤, 소리를 내면서 들숨과 날숨을 함께 쉬고 있었지요. 사람의 한 호흡이 그리도 소중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어머님은 고마움의 표시였는지, 화장했던 그곳을 떠날 때, 어머님 영혼이 나비가 되어 훈이를 계속 따라다니시는 것 같았어요.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 그랬어요. 뒤에서 시누님과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걸었지요.  참 신기한 일이라고 하면서요.


어머님!

저 어머님이 편찮으실 때도, 돌아가신 후에도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는지 몰라요. 몰입을 할 수가 없어서 네이밍 작업도 하지 않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어요. 운동도 하지 않았고요. 어머님 병실에 매일 다니다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계속 어머님 생각에만 빠져서 살았어요. 친한 언니가 그러더군요. 막내며느리가 그러고 있으면, 어머님이 천국에서 편히 쉬지 못하신다고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며느리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실 거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려고 해요. 많이 웃으려고 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저, 잘하고 있죠?


사랑하는 어머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특히 저희 삼 남매 정성껏 키워주셔서요. 그리고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제 가슴에 남아계셔서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어머님이 사랑하시던 막내아들과 저희 삼 남매, 제가 어머님 몫까지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알라뷰"



♡ 사진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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