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에 간 선생님

by 채수아

♡ 사진 : 1987년 첫 제자들과 함께 (화성시 송산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사로 근무하면서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뉴스에는 파렴치한 인간 말종 교사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현장에 있던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안다. 내가 잊을 수 없는 한 선생님은 아름다운 외모에 성격도 좋으시고, 아이들에게도 늘 따스한 좋은 분이셨다. 그분은 체력이 약한 나를 언니처럼 챙겨주셨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날에는 더욱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 고마운 분이셨다.

조금 친해지자 그 선생님은 뜻밖의 오래전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셨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한 때는 아니었지만, 학급의 두 아이들의 다툼이 학부모 다툼으로 커졌고, 그 한 엄마가 교육청으로 민원을 넣어 학교가 발칵 뒤집인 일이 생겼다고 한다. 서로 잘못한 부분이 있어 원만히 해결이 되기를 바랐으나, 두 학부모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다툼을 이어가다가 그 원인을 담임의 책임으로 돌려 교육청에 진정서를 낸 것이었다. 사실은 왜곡되어 부풀려졌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반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었고, 평화가 완전히 깨져 교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져 급기야는 사표를 쓸 결심까지 했다고 한다.


교직에 심한 회의감에 빠진 그 선생님이 누구의 만류에도 결심을 바꾸지 않자, 오랜 절친이 선생님을 점집에 데려갔다고 한다. 끌려가다시피 따라간 그곳에서 선생님이 들은 말은, 이 시기만 지나가면 좋은 날만 있을 거라고, 힘들지만 잘 넘겨보라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100% 믿음은 없었지만, 아이들을 안 보고 남은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깊이 생각한 후 선생님은 사직서를 찢어버리고, 그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정성스럽게 보내려고 애썼다고 한다. 보통 50대 초반이나 중반에 명예퇴직을 하는 다른 초등 교사와 달리, 그 선생님은 건강도 뒷받침이 되어 예순을 넘겨 정년퇴임을 하셨다.

처음 가 본 점집에서 들은 말 덕분인지, 어떤 운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제2의 인생을 사신 것이다. 가장 빨리 퇴직을 했을 수 있던 분이, 모임 교사들 중에 가장 오래 학교에 남은 선생님이 되셨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