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에 30여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비슷한 모양의 금반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 사진 : 네이버
1987년 3월에 경기도 화성에 있는 송산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5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 제자들하고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다가 몇 년 전에 전체 모임을 갖게 되어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다음에 맡은 아이들이 4학년이었는데, 나는 2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첫 학교라 내게는 특별했고 모든 열정을 뿜어낸 곳이었으나, 수원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나의 '멀미'증세로 힘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3월이 되기 전에 수원으로 발령 신청을 한 상태였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계속 송산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정을 듬뿍 주고 있던 차, 8월 말에 갑자기 발령이 나서 나는 급하게 이별식을 하고 9월 1일 자로 수원에 있는 학교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너무 급작스러워 정신이 없던 마지막 날에 우연히 학교에 들른 길우 엄마는 내 전근 소식에 놀라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선생님, 우리 길우가 신나게 학교 다니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떠나시기 전에 뵐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길우 엄마는 자기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서 내 손에 끼어주고는 아쉬운 눈빛으로 떠나셨다. 그 금반지는 내게 약간 컸고, 오래 낀 반지여서 아랫부분이 직선이 된, 긴 반달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그 반지를 끼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결혼한 이후에도 보석함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어머님 모시고 6년을 전세로 살다가 아파트 분양을 받아 이사를 갈 즈음에, 집에 도둑이 들어 내 예물 전체와 함께 그 반지도 사라졌다. 아직 남아있는 것 하나는 다른 곳에 두었던 남편의 결혼 시계다. 그렇게 길우 엄마의 반달 금반지는 나를 떠났다. 스물다섯 살에 만난 그분을 난 이제서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진한 흑색이었고, 반짝이는 바가지 머리를 하던 길우는 지금 마흔다섯 살이 되었으니, 결혼을 했다면 머릿결이 반짝이는 아이를 두었을 것 같다. 나이가 드나 보다.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 자꾸 떠오르고, 만나서 맛있는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 진다. 얼굴만 떠올려도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분들이 계셔서 내 삶이 참 좋았다. '감동'은 사람을 살맛 나게 해 주는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