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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나 May 06. 2020

다시, 운동

조금씩, 서서히, 노력하는 사람으로

반년만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줄곳 매트 위에서 하는 운동을 해 왔는데, 점점 짙어지는 목과 허리의 통증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4년 만에 기구 필라테스를 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운동을 등록한 건, 줄어드는 근육량과 몸의 부조화도 있지만 

퇴사 후 '오전에 여유 있게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러 가는 사람'이 되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오늘, 비록 대망의 첫발을 내디딘 순간. 


나름 매트 운동을 1년간 주욱 했었고,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비록 오랜만이지만 내심 어느 정도 기구를 잘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기구 위에서 좀처럼 잘 따라와 주지 않는 내 몸이 너무 낯설어 순간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든 생각이란.


'아, 이거 이번에도 폭망이다. 어렵고 잘 안된다는 핑계로 많이 안 오겠네...'


4년 전에 기구 필라테스를 하다가 그만둔 건, 

발에 걸려있던 기구를 놓치면서 화려하게 넘어질 뻔(!)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기구를 다루는 게 무서워져서 매트 운동만 선호해왔다. 


그래도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제 좀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시 마주한 기구는, 또다시 놓아버릴까 봐 두려운 마음 때문에 기구에 내 몸을 맡기는 게 너무 어려웠다. 


여차저차 강사님의 도움을 받으며 끝낸 첫 수업. 

이대로 다녀도 괜찮을까... 풀이 죽은 마음으로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을 했다. 

4년 만에 하는 건데, 잘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심지어 그 당시에도 잘하지 못했다 ㅋㅋ)

거의 반년간 스트레칭도 제대로 안 했는데,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을까? 


수업을 들으며 동작을 끝까지 해 내는 주변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역시 난 기구에는 소질이 없어라는 마음도 들었었다. 이 놈의 비교하는 마음... 내려놓는 게 최대의 숙제인데...


여하튼, 지금 잘하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잘했던 게 아니라, 나름의 시행착오와 연습, 그리고 시간을 들여 해 온 것들일 텐데 고작 오늘 하루, 50분 수업을 통해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건 당연할뿐더러, 오늘 이 수업에서 잘해 내리라 믿었던 내 오만 또한 열심히 해 온 사람들에 대한 무례이기도 했다. 


나는 대게 모든 능력이 다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문서 작성을 잘하는 것 등등, 

개인이 잘하는 그 무엇들은 일단 기본적인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난 뭐든 새롭게 시작하고 한, 두 번 만에 잘 해내지 못하면 '역시 난 소질이 없어'라는 생각에 금세 포기해버린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정말 많이 접했지만, 이제야 그 의미가 보이는 명언이 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천재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천재에 다가가는 99의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기구에도 적응하다 보면 그런 사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오래간만에 온몸의 근육들의 울부짖음을 느끼며 이틀 후의 운동을 다짐한다. 

부지런한 사람에 한 걸음씩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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