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영감 사이
퇴사자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는 요즈음.
그러다 보니 희한하게도 나의 관심사는 '기록'과 '시작'에 모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을 기록이라는 형태로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시작할지의 대한 갈망, 그 어딘가의 목마름에서 오는 흐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작'을 위해, 무언가 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영감'을 운운하는 것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도 그런 영감에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 글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 속에는 운명처럼 마주한 본인과 영감과의 이야기를, 아주 사소한 것인 것처럼,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그 사실을 덤덤히 엮어내는 사람들.
이윽고 나도, 그것에 '영감'을 받아, 좋아! 나도 영감을 받아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애초에 영감이라는 게 뭐지? 아이디어?? 생각과는 다른가??
국어사전 왈 영감이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 창조적인 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인 걸까?
내가 라일락 나무를 바라보고, 저 색을 그림에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건 영감이라고 불릴 수 없는 걸까? 순간 머릿속에 나타난 생각을 채집해서 결과물이라는 상자에 넣어야만, 그 생각이 영감이라고 불리는 걸까?
행동파이기보다는 생각파인 나에게, 영감을 받는 행위가 너무나도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영감이란 어렵지 않다고, 당신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반박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게 저는 너무 어렵거든요!!!' '쉽게 영감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아마 그네들도 영감을 채집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접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도달한 그들의 오늘이기에
올챙이 시절을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아쉬움뿐...
그러니까, 오늘은, 이 글은
어디서나 쉽게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요즈음
여기 그 영감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그런 생각이 많은 자의 작은 외침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해줘... 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