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10개월 차.
슬슬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왕 하는 거면 돈이 되는 일이면 좋겠고.
근데 당장 취업은 좀 그런데. 회사인 듯 회사 아닌 회사 같은 곳에 가고 싶다 (?)
그렇다고 무언가 배우고자 해도 성질은 급해서 실력이 빨리 늘지 않으면 금방 때려치우는 나란 사람.
심지어 그런 결과가 예상되기에 시작도 잘 안 하는 나란 사람.
결국 이러저러한 생각이 겹치고 겹쳐 답답함과 조바심에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
내 삶을 살겠다고 뛰쳐나온 회사인데, 어느 순간 방향을 잃은 것 같다.
하얀 모래밭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모아놓은 돈을 냐금냐금 쓰고 있지만, 과연 어떤 미래에 대한 투자인 걸까?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요즘.
오래간만에 예전 회사 후배와 저녁을 먹었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고군분투하는 후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문득 이런 말을 했다.
"회사에 롤모델이 없어요. 예전에 대리님 계실 땐, 나중에 대리님 처럼되야지 했는데..."
이 얘기를 듣고 부끄러워서 "그렇게 봐줬다니 고맙네" 하며 자연스럽게 넘겼지만 사실 마음은 이후로 줄곧 간질간질했다.
내가 누군가의 롤 모델이었다니!!! 날 그렇게 봐주는 이가 있었다니!!!
집에 와서 퇴사할 때 받은 메시지 카드를 다시 펼쳐 봤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의 행동들을 좋게 바라봐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쓸모를 찾고 있는 요즘이었는데, 어쩌면 그 쓸모는 이미 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힘이 빠진 요즘, 열심히 살아야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
난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