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업무 강도'편
1탄을 보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진흙 속 진주같은 근무환경 찾기! 간호사가 놓치기 쉬운 근무환경에 대한 생각, 같이 깨우쳐봐요.
*에쎄이는 음슴,반말로 썼습니다. 양해부탁드려요!
지난 번 '급여' 편 다음으로 '업무 강도'와 관련된 것들을 생각해보자.
업무 강도는 결국 사명감을 중시하는 간호사에겐 가장 중시될 수 있기도 하다.
업무 강도
내가 환자 한 명에 기울일 수 있는 정성이 달라진다. 간호사로서 사명감을 뽐낼 수 있는 조건.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수는 간호사로서 보람을 좌지우지하는데에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 3차병원들이 대부분 어떻게 환자를 보고 있느냐? 주변 3차병원 간호사들에게 들은바를 토대로 내 기준 평균이라고 느껴지는 대로 이야기해보겠다.
일반병동) 평균적으로 12~18명, 많게는 24명
펑셔널의 경우 나이트때 간호사 2명이서 48명을 커버치는 것까지 들어봄.
간호간병통합병동) 적게는 5명까지 들어봤고, 많게는 12명까지 들어봤다.(12명 보는 병원은 애초에 일반병동에서 18-24명씩 담당..)
중환자실) 평균적으로 2-3명, 드물게 독간호하는 병원도 있지만 거의 들어본적 없음. 4-5명까지 어싸인(assign, 담당)
2차병원의 경우(2차병원 중환자실이라거 CRRT나 ECMO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중증도는 높으나 병상수때문에 2차인 병원도 많고, 3차로 될 경우 병원비가 비싸져 지역의 반대를 사는 경우...... 뭐..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역의 입김으로 어떻게 2차를 유지시키는 곳들도 꽤있는 듯 보인다.
요양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4-50명을 펑셔널로 보고, 일반병동에선 80명에 복층구조까지 들어봤다.
(이 얘길 듣고 내가 아는 그 1,2층 복층이 아닌 다른 의미의 복층이라는 단어가 있는 줄 알았다.. 에? 복..복층????? ;;;)
중증도에 따라 대부분 환자수도 달라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3차병원중에 간호사 후려치기를 하는 병원이란 너무 많다.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수가 많아지면, 말그대로 환자 한명에게 쏟을 수 있는 정성이 더더욱 분산된다.
예를 들어 설명해 감정이입을 해보자면,
A병원 일반병동 간호사(A)가 환자 24명을 볼 때 320만원을 벌고,
B병원 일반병동 간호사(B)가 환자 12명을 보면서 280만원을 번다고 가정해보자.
(두 병원의 중증도가 같다고 전제)
분명히 비간호인들은 두 간호사의 소식을 들으면 그저 액수밖에 안 들릴 것이다. "320만원?? 많이 번다 부럽다~" 하겠지만, A의 속마음은 12명에 280?.. 난 2배인 24명인데.. 오늘도 환자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냥 숨쉬는 시간도 없었던거 만큼 뛰어다녔는데.. 나도 12명보면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면서 일할 수 있을 거 같다. 환자파악도 완벽하게 하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나, 320만원이 많이 받는 것이 아니구나. 12명을 보고 280을 받으니, 560 받아야될 것만 같다.
어찌되었든 너네는 admission이고 discharge가 아무리 많아도 12명에서 치고 빠지지만, 나는 24명이거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위해 이번엔 중환자실 간호사로 예를 들어보겠다.
C병원 중환자실 간호사(C)가 중환자 4명을 본다.
4명중에는 acute MI가 의심되어 금일 오후 CAG 예정으로 EKG monitoring을 위해 온 alert한 환자 1명(사실상 EKG만 잘 봐주면 되서 그렇게 손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예민하면 오히려 손이 더 감.), severe headache로 검사를 해보니 aneurysm이 발견되어 coil embolization 후 weaning try중인 ventilator 환자 1명, sedation 중인 ventilator 환자 1명, CRRT & Ventilator 환자 1명이 있다.
D병원 중환자실 간호사(D)는 중환자 2명을 본다. 2명은 모두 Vetilator와 CRRT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사실상 CRRT 두대를 한명이 보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하지만 중환자 ventilator 2대+CRRT 1대를 껴서 4명을 보는 C의 경우가 더 개같기 때문에 D에게도 좀 악랄한 조건을 걸어봤다.
C의 근무중, CRRT 알람이 계속 울린다. 근데, weaning한다고 sedative를 줄여나갔던 환자가 깼는지 고래를 미친듯이 흔들고 있다. ventilator fighting을 하고 있다며 ventilator 알람이 뒤만 돌면 울리고 있다. 하지만 CRRT 알람은, 제깍 해결하지 않으면 금새 clot되어 버리기 때문에, 환자에게 verbal sedation을 시킨다. 아니, 화가나서 화를 냈다.
"환자 분!!! 이렇게 움직이시면 안되요!!! 진정해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사실 소리를 지른다고 환자가 진정하는 건 아닌데, 화가 난다.
왜 협조가 안돼? 다른 선생님들 중에 한명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전부 환자 4명을 보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말을 말자. sedative를 내 멋대로 purge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 끊고 있으니까 이런걸꺼다. 그저 제발 weaning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던 alert한 r/o acute MI 환자, 주사부위가 아파 죽겠는데, 인공호흡기 환자에게 화내는 간호사를 보니 심기를 건드리면 안될 거 같다. 애써 참고 있다.
C는 CRRT 알람을 해결했다. ventilator 알람은 아직 울리지만, 보나마나 환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니 그런것이겠지, hourly V/S을 측정해야해서 alert한 환자에게 드디어 가봤다. 한시간만에 찾아갔다. 솔직히, vital sign을 잴 시간이 아니었다면 환자를 보러 갔을지 의문이다. 근데, 이 alert한 환자, 표정이 좋지 않다.
"주사가 아파 죽겠는데, 간호사는 나한테 오지도 않고 말이야." 한시간, 한시간만에 환자도 기분이 더러워졌다.
간호사는 당황스럽다. 그리고 뒤에 다른 간호사들이 소리지르며 헐레벌떡 내 weaning 환자에게 달려가고 있다.
'아, self extubation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MI가 온 건 아닐까
반면에 D간호사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가 2명이라면, 적어도 CRRT 두대가 모두 알람이 울린다 하더라도 stable함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이 가서 해결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물론 천당문이 열렸나 싶을 정도로 환자상태가 모두 안좋은 날(특히 겨울, 추워서 혈관 등에 문제가 생겨 뇌경색, 심근경색이 잦고, 미끄러워 넘어져 정형외과수술을 받아야하는 어르신들이 판치는 계절)은 간호사 모두가 죙일 바쁠 수야 있다.
근데,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을 보는 곳은 오죽할까?
즉, 고퀄리티의 치료를,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My Patient'를 실제로 실현시켜줄 수 있는 병원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증도에 따라 내 역량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중증도와 환자수도 밀접하게 관련지으며 고려해보자.
중증도는 말그대로 병원이 수용하고 케어할 수 있는 역량의 지표이기도 하다.
중증도가 높을 수록 환자의 중증도는 초 경증부터 완전 중증까지,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 가보세요.'라고 하는 이 큰병원에 해당하는 곳들이 중증도가 높은 병원들이다. 중증도가 높은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간호사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CS OP(흉부외과 수술)을 받는 병원들이 국내 몇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CABG, valve OP 등 CS가 있는 병원들은 귀하고 높이 평가된다. 또한 CRRT나 ECMO도 돌리지 못하는 병원들이 많다. 물론 '종병이니까 당연히 ECMO까진 안하겠지?' 라는 생각은 하지 말 것. 위에서 말한 것처럼 2차병원에서도 ECMO를 돌리는데 이런 2차병원에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종합병원도 많다. 다만, 병상수나 다른 문제로 2차를 유지한다.
그렇다고해서 중증도가 높은 병원이 무조건 내게 좋을까? 오히려 환자 한 명 한 명 손이 많이 가서 너무 힘들 수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같은 환자수를 본다고 하더라도, 어느병원 중환자실간호사는 CRRT까지 간호할 줄 알아야하고, 어느 병원에선 ventilator까지만 알아도 된다는 것.
또 일반병동의 경우, 다른 병원에서 '중환자'로 분류되는 환자들이 중증도가 높은 병원에선 경증 병동에 입원해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국내 Top 병원) 일반병동에서 일하던 친구와 비교해보겠다.
나는 수도권 3차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중증도가 높은 편의 병원이었는데, 운이 나쁘면 ventilator 4대+CRRT 2대까지 본 적이 있고 운이 좋으면 alert 한 PCI 환자만 케어한 적도 있다.(예민하지 않으면 EKG, V/S만 monitoring 하면 되는)
서울아산병원은 간,담도,췌장 쪽으로 상당히 유명한 병원이다. 우리나라 '간 이식'하면 다들 서울아산병원에서 받고 싶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쪽 파트 일반병동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1시간마다 vital sign을 체크해야하는 환자가 있거나 JP bag을 7개나 달고있는 환자들이 일반병동에 깔려 있었다.
내가 있던 병원은 vital sign 을 1시간마다 체크해야하는 정도라면 closed observation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보여지고, JP bag 7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손이 많이 가는 환자로 분류되어 ICU에 내렸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그 외에 할 것이 없는 환자이기때문에 일반병동에서 케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즉, 국내 top 병원인 만큼 중증의 환자들은 그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을 것이고 중환자실이 모자라다보면 일반병동의 중증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즉, 중증도가 낮은 병원의 환자들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보다 훨씬 손이 덜간다. 중증도가 높은곳에선 간호사의 역량은 날이 갈 수록 커갈 것이나 일이 힘들 것이고, 중중도가 낮은 곳에선 일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물론, 중증도가 낮은 병원에서 간호사가 해야할 업무 범위가 엄청 넓긴 할 것이다. 중증도가 높은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vs 간호사 vs 의사 업무가 나뉘어져 있는 편이라면, 중증도가 낮은 병원(2차병원 이하)에서는 간호사가 세 직종의 업무를 모두 커버치는 경우들이 많다. 아무래도 대형병원은 의사들이 인턴, 레지던트, 교수진 등으로 나뉘어 있는 반면, 일반 2차 종합병원에서는 의사들은 '과장님'으로 불린다. 그 '과장님'을 보조해 줄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이 없다. 그래서, 그 업무를 간호사가 커버쳐야한다.
하지만 만일 이후 임상 간호사로서 좀 더 name value가 있거나 중증도가 더 높은 병원으로 취업을 하고 싶어졌을 경우, 내가 n년의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모르는 procedure, device들이 많아 결국 신규모드 On. 배울것이 산더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병원이면 담당 환자수라도 적어야 하고, 담당 환자수가 많다면 중증도는 낮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증도가 낮고 환자수도 적다고 체력적으로 안 힘들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타 직종의 수가 모자라 간호사가 커버해야할 업무가 많으니.
널스스토리, 널스케입, 간준모 등 간호사 커뮤니티에서 병원 및 부서별 간호사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는 검색할 수 있으나 사실, 중증도까진 디테일하게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 끽해봐야 '중환자실에서 CRRT까 지 돌린다, ECMO까지 돌린다.'는 알아낼 수 있더라도 '일반 병동에서 한시간마다 바이탈하는 경우 많음.' 같은건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1. 간호사 수와 병상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본다.
2. 병원 수익 / 흑자가 나는지 알아본다.
=>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적거나 적당함에도 흑자가 많이 나는 곳은 보통 중증도가 높다.
병원에 대한 지역 평판은 내가 이 병원에서 성격버리지 않고 똑똑한 의료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예상가능하다.
지역 평판은 왜 중요할까? 이는 3차병원이어도 치료가 안되는 병원이 있고(의료사고가 잦다던지, 등) 치료가 적극적으로 되는 병원이 있다.
위의 글들을 읽어보았다면 치료가 잘 되는 병원은 결국 의료진들의 수가 충분하거나, 똑똑하고 일 잘하는 의료진들로 이루어진 곳들이라고 보여진다. 간호사에게 환자수가 많아지면 결국 환자 및 보호자에게 예민하고 불친절하게 상대하는 상황들이 많아지게 되어있으며 정신없이 일하는 간호사는 결국 의료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기도 하다. 결국 이는 평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잘되도 모자를 수술이 잘못된다던지, 처방이 잘못난다던지 등 의사가 일으킬 수 있는 의료사고가 많다면 이 또한 평판으로 이어지기 나름인데, 이런 의사들과 일한다는건 결국 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좋은 치료라는 것을 보지 못해 사기가 떨어질 수 있고, 간호사가 대신 커버쳐야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어 '쓸데없이, 환자 상태 호전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 과중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여 지역에서의 평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러한 평판들은
"그 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쓸데없이 비싸. OO병원에선 얼만데 여긴 1.5배더라."
: 쓸데없는 시술, 처치재료대 사용, 굳이 행하고 있는 처지행위 등이 있을 수 있음. (예를 들어 초음파검사 fee를 맥이기 위해 시술할 때 필요이상으로 검사를 시행해가는 식)
"그 병원에선 의료사고가 잦더라. 얼마전에도 어떤 20대 환자가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했다더라."
: 예상치 못한 emergency situation 대응해야함, 옆에서 적극 assist를 섰을 뿐인데 수술 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나 또한 죄인이 된 기분, 왠지 모를 찝찝함과 죄책감을 안고 집에 가야함.
"거긴 간호사들이 불친절해서 가기가 싫다. 입원하면 물어볼게 있거나 말해야 할 것이 있어도 말하기 싫어진다."
: 간호사의 업무환경이 전반적으로 거지같아서 예민보스들만 판을 친다는 뜻, 환자 및 보호자한테 드러나는데 서로 태우는건 오죽할까?
그리고 지역평판이 좋은 병원에서 일하면, 괜스레 자부심이 생기는데 그렇지 않은 병원에서 일하면 어디가서 말할때 나도 모르게 쭈뼛대기 쉽ㄷ..ㅏ... 내가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을 찾아보자.
오늘 이야기한 요소들은 어찌보면 간호사가 오래 버틸 수 있느냐, 오래 버티지 못하느냐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은 "간호사를 시작하고 6개월 간 만들어지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간호사로 일하고 초반 6개월간 어떤 근무환경에서 배워나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담당하는 환자수가 적다는건, 그만큼 병원에서 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나를 가르쳐줄 사람이 많고, 내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 기본간호 술기를 시행할 때, 청결과 무균에 대한 개념을 모두 지키기도 쉽다.
중증도가 높은 곳에서 배운다는 건 간호사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업무 강도에 대한 역치를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뿌듯함을 느끼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자!
3탄에서는 근무 스케쥴, 복지 등에 대해 알아 볼 예정이다!